[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검찰의 'MB정부 방송장악 블랙리스트' 수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던 최승호 MBC해직 PD가 "검찰은 국정원을 압수수색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최승호 PD는 검찰이 국정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가 부실하다며 향후 검찰수사에 우려를 표했다. 국정원이 검찰에 부실한 자료를 넘겼다는 지적이다.

지난 28일 'MB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은 <PD수첩>제작진 기자간담회에서 최승호 PD는 "(검찰자료가) 실망스러웠다" 며 "이 정도로 과연 방송장악에 대한 적폐청산이 순조롭게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앞서 최 PD는 26일 검찰에 출석해 "검찰이 갖고 있는 게 뭔지 궁금하다"며 국정원으로부터 검찰이 넘겨 받은 자료에 대한 기대감을 보인 바 있다. 최 PD는 "국정원 (적폐청산)TF에서 전해준 문건을 가지고 검찰이 수사를 하는데 문건의 양이나 수준이 떨어졌다"며 "국정원이 과거의 잘못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갖고 있는 모든 자료를 내놔야 하고 검찰은 국정원을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26일 검찰의 '이명박 정부 방송장악 블랙리스트' 수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된 당시 제작진은 2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최승호PD는 블랙리스트 문건의 특성상 내부협력자 없이 작성되기는 어렵다는 점에 주목해 국정원에 개별접촉보고서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 PD는 "(국정원 직원이)MBC의 공범자들을 만나 왜 (블랙리스트의)실행이 늦는지 질책하고 채근했을 것이다. 내부협력자들이 변명도 했을 것"이라며 "개별접촉보고서가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그걸 검색하고 꺼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검찰조사를 받은 <PD수첩>제작진은 MBC 블랙리스트가 김재철 전 사장에게 전달될 목적으로 작성됐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시 <PD수첩>팀장이었던 김환균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3월 2일 MBC사장에 김재철이 취임했다. 'MBC정상화전략 및 추진방안'은 정확히 3월 2일 생산됐다"며 "국정원을 통해 김재철 전 사장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됐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문건 상단에 보면 '대외비, 2010년 3월 4일 한 파기'라고 적혀 있다. 비밀문서치고는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며 "문건이 김재철 전 사장에게 전달되게끔 작성되었고 김 전 사장에게 내용을 숙지한 이후 파기하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측으로부터 부당전보 당해 스케이트장 관리 업무를 맡았던 이우환PD 역시 "문건이 3월 2일 작성된 것은 김재철 사장에게 전달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PD는 "세부추진사항을 보면 2010년 안에 MBC정상화를 다 끝내보자는 마스터플랜이었다"라며 "당시에는 김재철, 안광한 등의 인물이 '나쁜' 경영을 한다고 생각했지 국정원에 의해 작동되는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한편, 2008년부터 <PD수첩>을 맡아온 정재홍 작가는 "검찰 조사에서 검사에게 '(문건을)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만들었을까요?'라고 물어봤더니 황당하다는 듯 웃더라"라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 당시 권력수뇌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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