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암함 참사를 지켜보며 우리 국민들은 깊은 슬픔과 함께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서해는 우리 국민이 친근하게 여겨온 바다였다. 동해에 비하여 해안에 밀려오는 파도는 높지 않았다. 서해낙일은 부드러웠고 육지 앞에 펼쳐져 있는 섬들은 가까웠다. 많은 시들은 어머니 젖가슴으로 비유하며 서해의 갯벌을 노래하였으며 조석간만의 차이는 때로는 섬까지 걸어서 갈 길을 열어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번 참사를 통해 알게 된 서해는 공포였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수심에도 불구하고 거대하고도 세찬 힘으로 휩쓸어가는 조류가 있고 무시무시한 사리라는 것이 있으며 5분이면 목숨을 빼앗을 정도로 찬 바다가 바로 서해였다. 서해라서가 아니라 서해 역시 바다라서 무서운 것이었다. 바다의 무서움을 새삼 깨달은 것과 비견하여 군의 무능력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국민들은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을 손에 손에 들고 온갖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여 찾고자 하는 상점이나 지하철 출구를 1분 안에 파악하고 내장된 카메라로 책이나 음반, 영화표를 스캔하여 그에 대한 정보를 출력 받을 수 있었다.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해 세상의 온갖 정보를 취득하거나 배포하는게 순식간에 벌어졌다. 불과 몇 달 만에 벌어진 개인 정보 혁명이다.

그런데 최첨단 정보장비를 구축하고 있는 최정예 해군 부대가 1,200톤급 배의 절반을 찾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납득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온갖 이야기들이 떠돌았다. 원양어선도 바다에서 잃어버린 그물조차 음파탐지기를 이용하여 10시간 만에 다시 찾더라고 하는 풍문에서부터 구조작업이 지연되는 여러 음모론적 소문들이 돌고 돌았다. IT 강국이라 자부했고 군력 증강에 심혈을 기울여온 나라이다. 이런 나라에서 함대의 절반을 찾는 일이 역부족인 게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더 기가 막혀했던 것은 한 사람의 고귀한 생명을 바치면서까지 구조작업을 펼친 것과는 별개로 구조시스템이 뭔가 신속하고 원활해보이지 않았던 것에 있다. 이것을 언론에서는 위기 대응 시스템에 커다란 문제가 있다고 분석하였다. 시스템의 노후함을 구조대원의 투신적인 활약으로 돌파하는 듯이 보였다. 이 모습은 마치 정부 지원은 없이도 헝그리 정신으로 육상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악발이 소녀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그 옛날 80년대 시절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마침 대통령은 '유엔'과 '선진국'의 도움으로 구조작업과 진상조사 작업을 실시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렇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아니었던 것이다. 정작 큰 일이 닥쳤을 때는 '유엔'과 '선진국'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우리의 냉정한 현실을 대통령은 직시하게끔 해주었다.

그래, 다른 건 몰라도 우리는 적어도 구조, 재난방재, 오염방제, 진단 등의 분야, 그러니까 위기의 징후를 예방적으로 진단하고 이를 방어하는 한편 발생한 재난을 최소화하고 구조하는 분야는 아마 후진국 수준인 것 같다. 그러니까 선진국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 4월 7일 현재 남한강 공사현장, 운하가 되어버린 남한강 ⓒ 송용한

그런데 이러한 낙후한 수준을 명징하게 드러낸 사실이 또 밝혀졌다. 4월 5일 한겨레에서 보도된 내용인데 4대강 공사시 수질오염 방제 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났다는 것이다.

이 뉴스보도의 내막은 이렇다. 4대강 공사가 벌어지면 강이 공사판으로 변해서 강물이 더러워지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게다가 온갖 건설장비가 동원되는데 발암물질을 함유한 기름이 강물로 유출될 경우에는 큰 재난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강물로 식수를 공급받기 때문에 바로 식수재앙으로 사태가 커지게 된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걱정하지 말라며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이 있는데 바로 <4대강 공사 수질오염방제센터>이다.

<수질오염방제센터>는 정부의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도 당당히 한 절을 차지하면서 국민의 식수재앙 염려를 억눌렀다. 이 센터에는 자동수질측정망, 상시 감시인원, 강 유역별 센터, 항공기를 활용한 항공감시, 유수분리기, 방제선박 등 다양한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상시적 모니터링이 가능한 관제탑 같은 본부가 각 지역 센터를 통제하고 있다. 즉 수질사고가 발생하면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대응이 아니라 첨단장비를 활용하여 신속하고 시스템적인 대응을 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지난 11월에 본격적인 착공을 하고 나서 6개월이 다 지나가도록 이 센터는 아직 장비조차 갖추고 있지 못하다. 고작 확보하고 있는 것이 장비를 운반할 수 있는 방제차량 5대와 기름 회수기 5개이다. 4대강 통틀어서 수질오염방제센터가 확보하고 있는 장비가 이게 전부이다. 강별로 1개씩인 셈이다. 방제선박은 6월이나 돼서야 확보한다는 것이다. 하천에 오염물질이 유출되어도 배를 타고 접근하기 조차 힘든 상황이다. 지금 공사장을 가보면 공사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지금까지도 화약물질 유출, 토사 유출 등 크고 작은 수질사고가 발생했다.

이미 공사는 공정률 20%를 넘기려 하고 있다. 공사장은 밤에 불을 밝히며 주야로 건설장비가 가동하고 있고 보는 이미 자리를 잡고 높이를 키우고 있는 중이다. 최근인 4월 7일,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야4당 합동의원실 개소식 때문에 남한강을 찾았는데 이미 주요구간은 운하가 되어 있었다. 노골적으로 운하의 모습을 한 남한강을 목격한 일행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공사속도는 초스피드인데 아직 제대로 된 방제 선박 하나 마련해놓고 있지도 않은 상태이다. 남한강 공사현장에서 유류물질이 유출돼서 팔당 상수원으로 흘러들어가게 되면 식수 오염이 발생한다. 공기부양정도 없고 방제선박도 없는데 흡착포로 단순방제만 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 식수에 비상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하천에서 벌어지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공사이고 동시다발적 공사이니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모른다. 공사속도만 다그치고 있기 때문에 어디선가 틈을 놓칠 것이고 그 틈에서 큰 재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 재앙에 이런 수준의 낙후한 위기 대응 시스템을 가지고선 정부는 속수무책일 것이다. 그럼 그때 가서도 정부는 '선진국'의 도움을 요청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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