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 나선 각 후보들은 여론조사가 경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조사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촉각을 곤두세운다. 결과의 유불리에 따라 극한 반응도 마다지 않는다. 특히 광주처럼 특정정당의 지지세가 압도적인 곳에선 당내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다보니 별 일이 다 생긴다.

▲ 6월2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한 후보가 2월 21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정동에서 유권자들을 상대로 명함을 나눠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광주드림 임문철 기자
각 언론사가 발표하는 여론조사결과는 이미 보도 하루 전날 오후쯤이면 각 경선캠프로 알려진다. 후보진영에선 결과가 미칠 유불리에 따라 “신문 더 구할 수 없느냐”부터 “살살 써달라”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게 마련이다.

이 정도는 ‘어필’로 넘어간다. 그런데 “기사를 빼달라”는 단계가 되면 ‘언론통제’가 된다. 물론 개인적 친분관계가 있으면 농반진반으로 ‘좀 빼줘’할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취재원이 기자에게 할 말로 적합하지 않다.

얼마 전 광주광역시에서 이런 논란이 휘몰아쳤다.

지난 1일자로 한 일간신문 ‘OO매일’에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 후보자 3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날도, 그 다음날도 끝내 보도되지 못했다.

사태는 이미 전날부터 예견됐다. 3월31일 저녁 무렵, ‘OO매일에 난리가 났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요지는 “여론조사결과에 불만을 품은 후보측에서 ‘기사를 빼달라’고 회사측에 압박을 넣었고, 이에 편집국 기자들이 ‘기사를 넣어야 한다’며 경영진측과 맞서고 있다”는 것. 경영진의 논리는 “건설업체인 모기업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데, 당장 내일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민감한 시점에 여론조사 보도가 나갈 경우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기사를 줄여 싣는 것으로 마무리됐다”는 소식이 날아들더니, 밤 9시 넘어선 “결국 기사가 빠졌다”로 마무리됐다.

이튿날 A 후보측은 기자회견을 자처해 “언론사를 압박해 불리한 기사를 빼게 한 모후보는 광주시장 자격이 없다”며 이를 공론화시켰다.

그런데 상대 두 후보측의 반응이 엇갈렸다. B 후보측은 “일체 대응하지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반면, 또 다른 C후보측은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 문제를 공론화시킨 A후보측은 ‘압박’을 가한 당사자에 대해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사실 특정 후보가 OO일보의 경영진을 통해 ‘압박’을 가했다면, 이를 확인할 방법을 찾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당시 긴박했던 앞뒤 정황을 종합해보면 이런 게 아니었나싶다.

‘OO일보의 모기업인 건설회사가 자금난으로 인해 낼모레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여론조사보도 예고됐고 결과를 미리 입수한 후보들이 ‘어필’을 했다. 한 쪽은 말 그대로 어필이었고, 또 한 쪽에선 보다 강한 어필을 했다. 그런데 이것이 기업 입장에서 ‘압박’으로 받아들여졌고, 결국 보도를 막은 것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치다.

우선 OO일보의 모기업이 실제 이틀 뒤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문제가 공론화 된 이후 각 후보측이 보인 엇갈린 반응을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아니길 바라지만, 문제는 이런 ‘그림’이 사실일 경우다.

본선도 아닌 경선후보가 시장이 되기 전부터 기업의 상황을 악용해 자신에게 불편한 보도를 통제한다? 그런 후보가 시장이 됐을 경우 ‘광고’를 미끼로 얼마나 많은 여론왜곡을 일삼을지, 그리고 지역의 미래를 얼마나 암울하게 할 지 생각만으로도 가슴 답답해진다.

물론, 원칙적으로 보도 여부는 언론사에서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다. 당시 해당 언론사 내부에선 기자들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고 한다. 하지만 광주의 언론상황이 ‘원칙’에 따라서만 간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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