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하시나요? 트위터 하시나요? 블로그는 웬만해서는 하나씩들 갖고 계실 것이고, 어느날 느닷없이 등장한 트위터도 이젠 꽤 익숙한 이름이 되었습니다. 불과 반년 전 국내에 소개 되기 시작한 트위터의 이용자 수가 지금은 10만여명에 이른다고 하니, 트위터는 정말 놀라운 속도로 우리 삶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블로그와 트위터는 이제 ‘소셜 네트워킹’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저는 블로그와 트위터를 둘 다 열심히 하고 있는 기자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다보니 가끔은 제가 취재 대상이 되기도 하고, 포럼이나 세미나 참석 요청도 받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이 둘을 모두 열심히 하는 기자가 드물기 때문인가 봅니다.

그런데 블로그와 트위터를 이용하면 기자로서 이로울 때가 참 많습니다. 아직까지 많은 기자들이 이것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취재하고 기사 쓰고, 사람 만나기에도 바쁜데 그걸 언제하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서 저는 기자들에게 ‘블로그와 트위터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해보니 이런 점은 좋더라’는 경험담 정도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 허재현 기자 블로그 캡처
아이패드가 보급 되고 스마트 폰이 보급 되면서, 블로그와 트위터는 빠질 수 없는 21세기 소셜 네트워킹의 중심 아이콘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장점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겁니다. 기자로서 블로그와 트위터를 이용하면서 제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두 번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먼저 블로그 이야기입니다.

일단 제가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부터 말씀 드려보겠습니다. 원인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한겨레 사이트에 읽을 거리를 공급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블로그 저널리즘’이란 개념에 별 관심도 없었고 블로그를 운영하며 무슨 득을 보겠다는 생각도 없었습니다. 다만, 독자들이 <한겨레> 사이트에 들어오면 기사거리 외에도 읽을 거리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순수한 욕구 뿐이었습니다.(저는 <한겨레> ‘하니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어 제 블로그는 <한겨레> 사이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블로그를 시작한 건 약 3년 전. 당시 <한겨레>는 포탈사이트에 모든 이슈 생산 능력을 빼앗긴 상황에서 고군분투 하던 시기입니다. 이건 지금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뭔가 도움이 되고 싶더군요. 기자들이 좀 더 노력해 <한겨레> 사이트에 재밌는 읽을 거리를 가져다 주면, 이 사이트의 경쟁력 유지에 도움이 되겠다 싶은 판단에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독자들을 다른 뉴스 사이트에 뺏기고 싶지 않았거든요.(저 정말 기특한 직원이죠? 한겨레를 정말 사랑할 뿐입니다.)

하지만 막상 블로그를 운영하려고 하니 처음에는 뭘 해야 할 지 막막하더군요. 영화 리뷰도 올려보고, 남들이 써놓은 좋은 글을 펌질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지금은 ‘취재 뒷 이야기’를 블로그에 주로 남겨드리고 있습니다.

기자들이 한 편의 보도를 하기까지에는 사실 무수히 많은 일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누구랑 싸우기도 하고, 어딘가서 굴욕을 당하기도 하고, 스릴 넘치는 추적도 해보는 등 별의 별 일이 다 펼쳐집니다. 이걸 기자의 노트북 속에만 곱게 모셔둘 이유가 없지요. 저는 이런 이야기들을 블로그에 공개하곤 합니다.

많은 독자들이 재밌어 합니다. 내가 해보지 못하는 일, 내가 가보지 못하는 곳을 기자의 입을 통해 전해 들으니 독자로서는 흥미롭게 느껴질 법 합니다.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는 지 이제는 특별한 글을 올리지 않아도 500명 이상은 꾸준히 방문자가 드나드는 블로그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블로그 운영은 독자들에게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게도 아주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먼저 제 갈증을 해소해주었습니다. 취재를 하다보면 최종적으로 기사화 되지 못하는 아이템들이 많습니다. 취재 중간 벽에 부딪혀 좌절되거나, 데스크랑 의견이 다르거나 해서 ‘킬’되는 아이템들입니다. 기자들은 기본적으로 ‘떠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이 취재한 내용이 독자들과 만나지 못하면 그것만큼 아쉬울 때가 없지요.

그럴 때 블로그에 취재 내용을 공개합니다. ‘이러 이러 해서 기사화되지는 못했지만 이런 취재를 하고 다녔으니 독자들께서 알고 계십시오’ 하며 알리는 겁니다. 그제서야 속이 후련해집니다. 밀린 숙제 마무리하는 느낌과 비슷합니다. 블로그는 기자들의 답답한 마음에 시원한 공기를 불어넣어주는 창문과 같은 존재입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제가 가장 많은 덕을 본 것이 제 이름을 알리게 됐다는 점입니다. 어떤 취재현장을 가도 ‘허재현 기자이시죠? 블로그에서 봤어요.’라는 인사를 듣곤 합니다. 이건 아주 기분 좋은 일입니다. 타인이 제게 말붙일 거리를 던져주었다는 면에서 좋고, 제가 생면부지의 타인과 말붙일 거리를 갖게 되었다는 면에서도 좋습니다.

물론, 기자는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기사를 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독자들이 제 이름을 기억해주는 것이 나쁠 것은 조금도 없지요.

독자가 기사를 읽고 그 기사를 쓴 이의 이름을 기억하기란 사실 어렵습니다. 기사만 휘리릭 읽고 넘어가기 때문이지요. 독자는 해당 신문사가 전해준 기사를 살펴봤다는 느낌만 가질 뿐입니다.

그러나 독자들이 블로그글을 읽을 때는 신문 기사를 읽을 때와 다른 느낌을 갖습니다. 딱딱한 무생물체인 언론사가 아니라 살아 있는 기자가 내게 직접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독자들은 기자와 직접 대화를 나눈 듯한 느낌을 받을 겁니다. 자연스레 독자들은 블로그글을 쓴 기자의 이름을 함께 기억하게 됩니다.

최근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한겨레> 주주 총회에 참석했을 때의 일입니다. <한겨레> 주주총회는 일반 회사의 주주총회와는 좀 다릅니다. 참석한 주주들이 자신의 수익보다는 <한겨레>의 앞날에 대해 이런 저런 걱정들을 <한겨레> 구성원들에게 전하는 일에 더 열심입니다. 아무래도 <한겨레>는 언론사이다보니 기자들은 주주들에게 핵심 ‘하소연 상대’이지요.

지난 3월 열린 주주 총회에서 저는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됩니다. 참석하신 주주 두 분이 제 실명을 거론하면서 칭찬을 하더군요. ‘열심히 일한다’는 격려였습니다. 박수를 두 번이나 받았습니다. 이제 3년차 기자인 병아리 기자가 수많은 주주들 앞에서 이런 경험을 하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겨레>에는 저보다 열심히 일하는 기자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제가 못 쓰는 특종 기사를 쓰는 분들도 매우 많습니다. 칭찬을 받아도 그분들이 받으셔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주주들에게 칭찬을 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블로그 때문이었습니다. 제게 거침없이 칭찬을 보내준 주주 두 분은 모두 제 블로그를 즐겨보는 분들이었습니다. 제가 무슨 일을 하는 지 꾸준히 지켜봐오셨던 분들이지요. 아마 이 두분의 주주들은 제가 <한겨레>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기자로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열심히 일한 것을 알리는 것’입니다. 블로그는 이렇게 독자들에게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지 알릴 수 있는’ 좋은 도구입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 도움이 되는 것이 또 있습니다. 다양한 글쓰기 훈련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가끔은 수필처럼, 가끔은 일기처럼, 가끔은 시처럼, 가끔은 평론가처럼, 가끔은 사진작가처럼 다양한 글쓰기를 해볼 수 있습니다. 기사만 쓰다보면, 가끔은 정형화 된 글쓰기 스타일에 매몰 돼 자신만의 개성 있는 글쓰기 스타일을 잃게 될 때가 있습니다. 블로그는 이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글쓰기는 훈련입니다. 타고난 재능이 없어도 훈련만 하면 누구나 ‘글쟁이’가 될 수 있습니다. 블로그는 창의적인 글쟁이를 만들어 줍니다.

물론,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힘들 때도 많았습니다. 일단, 주위의 시선이 꼭 좋지만은 않다는 점입니다. 블로그글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면 별 문제 없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블로그에는 정제되지 않은 글이 기록되기 마련이라 가끔 문제가 되는 글을 포스팅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회사 선배가 지나가는 말로 한 마디 툭 던지면 은근히 상처를 받게 됩니다. ‘내가 뭣하러 이걸 운영해서 안들을 소리까지 듣나’ 회의가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블로그 운영을 포기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기자는 조직에 얽매여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좋지 않은 소리를 들을 바에는 조용히 입닫고 지내고 싶은 유혹에 빠집니다. 그러면 중간이라도 가기 때문이지요.

이런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저도 아직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다만 그럴 때 저는 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마음을 다 잡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독자들은 내가 기사만 쓰길 바라는 가.’ ‘독자들은 내가 다른 글도 쓰기를 바라는가.’ 아직까지 답은 전자에 가까운 편이었습니다. (물론, ‘기자는 기사만 써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분들도 많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 시간도 꽤 들어갑니다. 기사를 쓰는 것만큼 정성들여 글을 쓰지는 못하더라도 한 편의 포스팅을 하는 데 최소 1시간 정도는 들어갑니다. 저의 경우 글 개요 쓰는 데 5분. 글 쓰는 데 30분. 퇴고하는 데 5분. 블로그에 올리고 메타블로그 전송하는 데 10분. 괜찮은 사진 찾아 올리는 데 10분 정도 듭니다.

잠 잘 시간이 1시간 줄거나, 술마실 시간 1시간을 줄여야 하는 희생이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희생 없이는 얻는 것이 없겠지요. 다행히 하루 1시간의 희생으로 저는 얻는 게 더 많았습니다. 손익계산을 잘 해보십시오. 얻는 게 더 많을 것 같으면 지금 당장 블로그를 시작하십시오. 기자 생활에 또 다른 변화가 찾아올 것입니다. 저는 블로그를 하면서 기자 생활이 두 배는 즐거워졌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트위터를 하면서 저의 기자로서의 삶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 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현재 한겨레 방송부문 뉴스팀에서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다.
영상 카메라와 취재수첩을 함께 들고 현장을 누비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앞선 멀티형 기자가 돼려고 노력중이다. 우리 사회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을 감시하는 사명을 놓는 그 순간, 기자가 아닌 단순 직장인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산다. 그저 그런 기자가 되느니 문제적 기자가 되는 게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하고 살기도 한다. 한겨레와 한겨레 독자들을 무지무지 사랑한다.
개인 블로그 http://blog.hani.co.kr/catalu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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