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현, 김제동 하차 등으로 '정치 탄압' 논란을 빚었던 KBS가 이번에는 방송인 김미화씨의 출연을 문제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엄경철)에 따르면, 지난 5일 MB특보 출신 김인규 KBS 사장이 주재하는 임원회의에서는 <다큐멘터리 3일>의 내레이터를 맡은 김미화씨를 놓고 "일부 프로그램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내레이터가 잇따라 출연해 게이트 키핑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 '다큐멘터리 3일' 홈페이지 캡처.
이는 KBS 심의실에서 "김미화씨의 내레이션이 부적절했다"는 의견을 낸 데 따른 것이다. 임원회의에서는 '내레이터 선정위원회'를 구성하자는 논의까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일 임원회의에서는 4월 3일 방송된 특별기획 <천안함 침몰, 국민의 마음을 모읍시다>에 명진 스님 인터뷰가 실린 것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는 심의지적이 있었다. 객관성있는 섭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방송인 김미화씨.
이에 대해 KBS본부는 6일 발표한 '윤도현·김제동 그리고 김미화, KBS에 진정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도대체 누가 무슨 기준으로 김미화씨를 '논란의 대상'으로 낙인찍는단 말인가"라며 "KBS에 연예인들의 동향이나 성향을 기록해 출연 여부를 가늠하는 블랙리스트라도 존재한단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본부는 "제작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KBS를 끝없는 수렁으로 몰아넣는 사측의 행태를 더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특보사장이 들어선 뒤 눈엣가시인 직원들에 대한 보복뿐만 아니라 또다시 출연자들에 대한 숙청까지도 이뤄진다면 KBS는 더이상 수렁에서 벗어날 길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김미화씨는 지난해 12월 2일 방송된 <환경스페셜>의 내레이터를 맡아 심의위원으로부터 '정감있는 따뜻한 목소리로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우리는 임원회의에서 이를 두고 그 어떤 이의가 제기됐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4개월이 지나) 김미화씨가 갑자기 '논란의 대상'이 되고 그로 인해 '내레이터 선정위원회'까지 논의되는 것을 보며, 도대체 KBS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KBS본부는 "이미 사측은 봄개편을 앞두고 이른바 'MC선정위원회'라는 것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사내 일부에서 '새 노조 조합원인 아나운서들이 프로그램을 많이 맡고 있다'며 근거도 없는 마타도어를 퍼트린 이후에 벌어진 일"이라며 "이에 근거해 'MC선정위원회'가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이제 '내레이터 선정위원회'라는 해괴망측한 위원회까지 만들겠다고 하니 차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명진 스님 인터뷰와 관련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저도 기도 열심히 해드리겠습니다'라고 종교인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말을 했는데도 심의 과정에서 인터뷰 자체를 문제삼고 임원회의에서까지 이를 중요하게 다루다니 역시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다"며 "이러다간 사측이 '인터뷰이 선정위원회'까지 만들자고 나서지 않을까 두렵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강선규 KBS 홍보팀장은 "통상적으로 임원회의에서는 심의실의 심의에 대한 결과보고가 있다. 김미화씨 부분도 여러가지 심의보고 내용 중 하나"라며 "임원회의에서는 심의실 심의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만 밝힐 뿐 (KBS본부의 주장처럼)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강 팀장은 '내레이터 선정위원회' 'MC선정위원회'와 관련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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