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로 ‘김재철 사장 퇴진 및 MBC 장악 진상 규명’을 위한 총파업을 이틀 째 이어가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노조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총파업이 주는 무게감과 중압감은 노조원들의 얼굴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유쾌하면서도 발랄하게 투쟁을 이어가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노조원들은 “쪽팔려서 못살겠다 이제그만 사퇴하라” 구호를 외치며 김재철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면서도, 노조원들의 발언 하나 하나에 웃고, 율동 하나 하나에 즐거워했다.

▲ 6일 총파업 오후 집회에 참석한 MBC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선영
출근하지 않고 있는 김재철 사장, 어디로?

김 사장은 이날 오후까지도 서울 여의도 MBC본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에 MBC노조가 준비했던 사장실 앞 ‘빗자루 퍼포먼스’도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 MBC노조원들이 쓴 글 ⓒ송선영
김 사장이 이틀 째 출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최기화 대변인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어제 울산에 일정이 있었고, 오늘 올라와서 외부에서 일정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장이 출근하지 않는 것은 노조의 총파업과는 상관없다. 오늘이라도 들어오려면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출근하지 않고 있는 김재철 사장을 일갈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오후 2시 MBC 1층에서 열린 오후 집회 사회를 맡은 허일후 아나운서는 노조원들을 향해 “며칠 이상 무단결근하면 인사위원회에 회부 되냐”고 물었다. 이에 노조원들은 “7일”이라고 답하자, 허 아나운서는 “사장도 안 오면 인사위원회에 회부되냐? 이틀 연속 무단 결근하고 있다”며 김재철 사장을 일갈했다. 노조원들은 “김재철은 어디가고, 허일후만 남아있냐?”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우리는 왜 파업을 하는가?”

이날 집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은 왜 지금 파업을 하고 있는 지, 입장을 밝혔다.

“YTN뉴스를 보다가 <돌발영상>이 아직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보면서 예전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뉴스에서 소화하지 못했던 것을 ‘촌철살인’으로 비판하던 맛을 잃은 프로그램이었다. 비록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예전같지 않다면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PD수첩> <뉴스데스크> 등 많은 프로그램이 맛을 잃게 된다면 존재하더라도 의미 없다. 이명박 정권의 많은 정책이 있지만 언론정책 같은 경우, 역사가 퇴행의 시간을 기록할 것이다. 그 시간들 가운데 언론노동자로서 뭘 했는지 (되돌아 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노조원과 나 자신이 됐으면 좋겠다.” (보도국 소속 임명현 기자)

“제가 여기에 있고, 여러분들이 여기에 모인 것은 방송문화진흥회가 권력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쪼인트 까진 사장이 있는 등 공정방송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공정방송, 방송의 독립성을 이룰 수 있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MBC가 변했다고 이야기 하더라. 공정방송 위상을 정립해 다함께 투쟁해 나가자.” (영상취재부 소속 이영훈 노조원)

발언에 나선 노조원들은 이 밖에도 “입사 1년 5개월만에 4번째 파업을 맞이했다”며 “파업을 위해 입사했는지, MBC를 위해 파업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전 노조위원장들도 노조의 총파업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김상훈 전 본부장은 “공영방송 노동조합은 저항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항상 탄압에 맞서 이겨나가는 게 우리의 숙명”이라며 “바라보는 사람이 많이 있고, 우리만의 싸움이 아닌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노동조합 투쟁 과정에서) 맞고, 깨진 적은 많지만 사장 퇴진 투쟁에서만은 한 번도 진적이 없다”며 “김재철 사장을 멋있게 내쫓아달라”고 덧붙였다.

박성제 전 본부장도 “사장,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몰아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더 나아가 <후플러스> <PD수첩> 등 잘 지켜내고 국민이 주인인 프로그램 만들자”고 강조했다.

▲ MBC노조 노래패 '노래사랑'이 공연을 하고 있다. ⓒ송선영
파업 상황 때만 등장하는 MBC노조 노래패 ‘노래사랑’ 공연도 이어졌다. MBC노조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2008년 12월, 2009년 2월, 2009년 7월, 그리고 이번 총파업까지 모두 네 차례 파업 경험이 있다. 이에 ‘노래사랑’은 자연스레 네 번째 컴백을 맞게 됐다.

마이크를 잡은 김나진 아나운서는 “4집으로 컴백한다. 개인기도 없는데 매번 파업 때마다 불러주셔서 감사한다”며 “처음 파업에 참여했을 때 29살이었는데 지금 31살이 됐다”고 말해 노조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밖에 MBC노조는 김완태, 이성배 아나운서와 <아마존의 눈물> 촬영팀인 김진만, 김현철 PD, 송인혁 촬영감독 등이 출연한 <무릎퍽 도사>를 준비했으나, 동영상 용량 문제로 상영하지 못했다. 그러나 동영상 속 드러난 김완태, 이성배 아나운서의 ‘코믹한’ 모습만으로도 노조원들은 크게 웃었다.

▲ <무릎퍽도사>에 출연한 김완태(왼쪽), 이성배(오른쪽) 아나운서 모습 ⓒ송선영
오후 집회 마무리 발언에 나선 이근행 본부장도 웃었다. 그는 “이 싸움이 참 힘들지 않나 싶다. 끝이 보이지 않고, 출구가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그렇지만 출구를 우리가 만드는 것이고, 반드시 출구는 있다”며 “김재철이 죽든 내가 죽든, MB정권이 죽든 노동조합이 죽든 이판사판”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철 사장은 지난 5일 ‘사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지금은 어려운 시기다.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주기를 부탁드린다”며 파업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황희만을 부사장으로 보임한 것 또한 이사회의 권한”이라며 “방송문화진흥회의 간섭을 받지 않았듯이 노조의 개입을 받을 사안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 집회에서 참석한 노조원들 가운데 그 누구도 “파업을 접어야 한다”고 외치지 않았다. 되레 “파업을 통해 공영방송 MBC를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을 뿐이었다.

MBC노조원들이 왜 ‘천안함 침몰’이라는 큰 사안이 있었음에도 마이크, 취재 수첩, 카메라, 편집기 등을 놓고 본관 1층에 모여 “김재철은 물러가라”고 외치는 지 MBC는 여전히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MBC는 이번 노조의 총파업을 단순히 ‘황희만 부사장 임명 반대’를 위해 나선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아닌 지 기우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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