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강규형 KBS이사(구 여권추천)가 업무추진비로 제공되는 100만원 상당의 '법인카드'를 사생활에 무분별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강규형 이사는 백화점, 면세점 등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으며 특히 애견비용으로 수십차례 업무추진비를 결제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5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강규형 이사의 법인카드 결제내역을 전수분석해 사적 사용내역을 공개했다. KBS본부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애견비용"이라며 "(강 이사가)법인카드로 애견카페에서 총 34차례 결제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강 이사는 '도그쇼'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 다른 애견인들과 함께 업무추진비로 식사를 했다"고 폭로했다.

강규형 KBS 이사가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1인 시위 현장에서 '브이'를 그리며 웃고 있다. (사진=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 페이스북)

강규형 이사는 도그쇼 뒤풀이에 자신이 참석하지 못할 경우 KBS법인카드를 주변 애견인에게 맡겨 '대리결제'까지 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강 이사로부터 카드를 받아 대리결제한 제보자 강 모씨는 "강 교수의 개가 좋은 성적을 거둬 응원해주신 분들께 보답하고 싶다며 카드를 내게 맡겼다"며 "(나중에)등기로 보내주면 되니 결제를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강 씨는 "KBS 로고만 찍혀 있어 이 카드가 '법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최근 KBS파업과 관련된 보도로 이 분이 KBS이사회에 있다는 걸 알게됐고 그렇다면 (카드가) 공금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제보했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강규형 KBS 이사의 법인카드 사적 사용을 폭로했다. 강규형 이사에게 법인카드를 받아 뒤풀이 비용을 '대리결제'한 애견인 강 모씨가 증언하고 있다. (미디어스)

강규형 이사가 법인카드 외에 KBS에서 받은 또다른 돈으로 개를 구입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KBS본부는 "고가의 개를 연이어 구입하는 강 이사에게 돈의 출처를 묻자 "아내도 모르게 KBS에서 받는 돈이 있다'라고 말했다"는 한 애견인의 증언을 소개했다. KBS본부는 "이런 증언이 있는만큼 강규형 이사는 이 부분을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BS이사는 한 달에 100만원 업무추진비 외에 자료조사비 명목으로 252만원의 현금을 받는다.

강규형 이사는 백화점, 면세점에서 법인카드를 여러차례 사용하는가 하면 해외시찰 중 일정에 없던 공연과 야구경기를 관람하는데도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KBS본부가 공개한 카드내역서에 따르면 강 이사는 같은 기간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총 33건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성재호 KBS본부장은 "업무추진비는 세금과 같은 수신료로 조성된다"며 "이사들이 수신료를 마음대로 쓰고있다"고 지적했다. 성 본부장은 "다른 이사들의 자료도 합법적 수단을 통해 입수했다. 그러나 저희가 모든것을 확인할 수는 없다"면서 "책임져야 할 방송통신위원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방통위는 말만 감독기구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KBS에 대한 기간감사가 진행 중인데 감사원이 제대로 감사하고 있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이사들의 비리에 대해 감사원이 제대로 감사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라고 방통위와 감사원의 역할을 촉구했다.

강규형 이사는 미디어스와의 전화연결에서 관련 사실을 전부 부인했다. 강 이사는 "애견카페에는 커피숍이 있는데 신문이나 잡지를 읽었다"며 "백화점, 면세점에서도 물품구입비로 (카드를) 쓴 적이 없다. 커피숍과 레스토랑을 가는데 썼다"고 주장했다. 또 강 이사는 "업무추진비와 자료조사비로 애완견을 구매하지 않았다"며 '아내도 모르게 KBS에서 받는 돈이 있다'는 증언에 대해 "허위제보"라고 말했다.

한편, 28일 명지대학교 졸업생 229명은 연서명으로 성명을 발표해 강규형 명지대 교수의 KBS이사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명지대 졸업생들은 "우리가 강규형에게 분노하는 또 하나는 그가 파업중인 KBS노동자들에게 보인 행태"라며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그가 일체의 공적활동을 그만두게 하는 것이 본인을 포함하여 우리사회 모두를 위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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