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탄압 증거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KBS에 이명박 청와대가 직접적으로 개입한 문건과 함께 이 전 대통령이 직접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보고받은 문건으로 추정되는 스프링노트도 확인됐다.

28일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특별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및 경찰, 청와대 등에서 작성한 문건을 확인한 결과,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KBS에 대한 언론탄압과 민주당 도청수사 개입 등의 정황을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민주당 적폐청산특위가 열람한 문건은 김효재 전 이명박 대통령 정무수석의 보좌관 김성준 씨가 유출한 문건이다. 김 씨는 이중 일부문건에 대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 원을 받았으며, 공소장에는 김 씨가 유출한 기록물들은 국정원, 경찰청에서 생산한 문건이라고 적시돼 있다.

민주당 적폐청산특위는 "해당 문건들의 경우, 대부분 정당동향보고서(민주당 등 야당)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야당 정치인 및 지자체장에 대한 동향보고서 등이었다"며 "또한 각종 부처의 내부 동향과 청와대 민정, 홍보수석실 등에서 작성한 문건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2011년 9월 27일 작성된 'KBS 관련 검토사항' 문건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KBS 탄압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문건은 작성처가 홍보/홍보기획으로 돼 있어 청와대 홍보수석 및 홍보기획비서관실에서 함께 작성한 문건으로 추정된다.

해당 문건은 당시 KBS 상황에 대해 민주당 최고위원회 도청사건과 수신료 인상 저지 등으로 인해 김인규 당시 KBS 사장의 동력상실과 입지약화가 초래됐으며, 김 사장이 노조의 눈치를 보는데 급급하고 시사·교양PD들을 중심으로 좌파세력의 활동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수신료 인상건의 경우 당정청의 입장을 조속한 시일 내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수신료 인상 추진 및 추진하지 않을 2가지 경우에 대비한 대책을 세웠다. 또한 김인규 사장에게 인사개혁조치 및 내부 정비를 요구하거나, 김인규 사장의 교체를 검토하는 등의 내용이 적시됐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직접 나서는 것은 신중 접근,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역할"이라며 실질적 조치의 이행은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라고 못박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KBS 탄압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문건 첨부자료로 '인사개편자료 <KBS 내 좌파성향 주요간부>'라는 제목의 문건에서는 KBS 보도본부, 콘텐츠본부, 기타 등에서 근무 중인 특정 간부들의 이름과 정치성향, 출신지 및 학교 등을 명시하고 있어 해당 인물들을 적극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리스트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해당 문건에는 김인규 사장의 인사개혁조치와 내부정비를 요구하는 계획에서, '도청의혹 사건은 경찰수사 발표(무혐의 처리)를 통해 부담 경감'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실제 문건이 작성된 지 2달 후인 2011년 11월 2일 경찰은 4개월의 수사 끝에 도청사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결론을 내고 검찰에 송치했다. 따라서 해당 수사 무혐의 처리가 청와대 지시에 따른 것인지 밝혀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작성시점이 명시되지 않은 'KBS, 정부비판보도 증가' 문건은 상단에 '행안부 장관(친전)'이라고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으며, 문건의 내용은 KBS 정부비판보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도청논란으로 인한 민주당 '눈치보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이에 KBS의 정부 비판성 보도가 장기화될 경우 10·26 재보선 및 총선과 대선까지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김인규 사장을 상대로 보도프로그램 제작 사전 모니터링 강화 및 좌파성향 기자, PD 및 간부들에 대한 자연스러운 인사조치 권고를 주문했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보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도 함께 공개됐다. 이명박 정부 관계자가 작성한 개인 노트의 필기내용에는 2009년 2월 대통령 주재 수석회의 안건으로 종교계 좌파 동향이 올라왔으며, 이연택 전 대한체육회 회장을 명예 퇴임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2009년 2월 20일에는 좌파문화예술단체에 대해 대통령 보고했다는 내용도 적시돼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미 보고를 받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이 밖에도 '참고보고(향군회장 선거건)', '대통령실 전출자 총선출마 준비 관련 동향' 등이 공개돼 이명박 정부가 관권선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시 야권 지자체장 사찰 및 제압문건도 함께 공개됐다. 국정기조에 역행하고 있어 적극 제어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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