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10시40분, 서울 여의도 MBC본관 1층. ‘MBC를 지키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큰 펼침막 아래 전종환, 오상진 두 아나운서가 섰다.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총파업을 이틀 째 이어가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오전 집회 사회를 맡은 두 아나운서는 현 MBC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지난 2005년, 황우석 사태로 MBC가 안 좋은 상황이었을 때 입사했는데 지금이 조금 더 (상황이) 안 좋은 거 같다.” (전종환 아나운서)
“어머니께서 대학교에 입학할 때 데모, 시위만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어제 어머니께서 전화로 ‘이번 파업 지지할테니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제발 나서지만 마라’고 하셨는데, 차마 오늘 사회를 본 다는 이야기를 드리지 못했다.”
(오상진 아나운서)

▲ 전종환(왼쪽), 오상진(오른쪽) 아나운서가 오전 집회 사회를 보고 있다. ⓒ송선영
집회 시작부터 노조원들에게 큰 웃음을 준 전종환, 오상진 아나운서는 집회 내내 톡톡 튀는 구호를 외쳐, 노조원들의 큰 반응을 이끌었다.

“저리가라 김재철아 우린 네가 정말 싫다” “MBC는 모두의 것 대청소는 어머님께” “청와대에서 쪼인트 맞고 화풀이는 MBC냐?” “타이밍이 좋다했냐 지금이 교체타임”

오늘 집회에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을 비롯한 언론사들의 연대 발언이 이어졌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함께 모인 MBC 노조원들은 지키고 싶은 것이 있어 이 자리에 모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철 사장은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당해 바로잡겠다고 공언해놓고 바로 잡으려고 하지 않고 있다. 권력과 싸우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방송사 사장으로 있겠나. 물러나라는 요구는 당연한 것이다. 부당한 탄압으로 (노조원들이)오랜 기간 동안 힘든 길을 걸을 거라 생각한다. 이근행을 지키고 싶다. 양심이 있는 한 지지 않을 것이다. <무한도전> <뉴스데스크>를 사랑하는 시청자로서, 언론노동자로서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다.”

구본홍 전 사장 반대 투쟁에서 시작해 오늘까지 공정방송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YTN노조 유투권 지부장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앉아계신 노조원들의 모습이 (투쟁을 위해 모였던) YTN 1층 로비와 오버렙되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오늘 아침 세수를 하면서 MBC에 올 생각을 하니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람이었다’는 문구가 생각나더라. 이 시대 참된 언론, 방송이 된다는 것은 모질고 거친 광풍과 맞서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공정방송, 언론자유를 위한 투쟁의 깃발이 세워졌다. 연대의 어깨동무를 마지막까지 걸겠다.”

▲ 총파업 집회에 참석한 MBC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선영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미국 출국 과정을 노조원들에게 설명한 양효경 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는 노조의 파업에 대한 회사 쪽의 반응을 전하며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어제 MBC 회의에서 “‘파업에 대한 호응이 적은 것 같다’ ‘노조 동력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발언이 나왔다”며 “회사 쪽에서는 부문 별로 노조원들에 대한 회유가 시작된 걸로 알고 있다. 우리가 왜 이 자리에 모였는지 대해 고민하기 보다는 노조를 누르면 해결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자리에 나선 것은 저를 지키고 싶어서다. 다 그런 마음으로, 나를 지키고 싶은 마음으로 모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MBC노조 총파업 집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선영
지난 5일, 수습 생활을 마친 뒤 노조에 정식으로 가입한 신입사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이들은 자유 발언을 통해 “파업을 처음 접해 구호도 낯설지만, 선배들을 믿고 승리할 수 있는 투쟁을 만들겠다”며 파업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김재철 사장을 향해 ‘신입이라 무시마라 수습해제 이틀째다’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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