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도형래 기자] 방송문화진흥회가 방송통신위원회가 요구한 자료제출을 이사회 논의를 핑계로 미룰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 여권 추천 이사 다수의 방문진은 독립성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기로 결의하면, 행정소송을 통해 방통위 검사 권한에 대한 법리를 다툰다는 속셈이다.

구 야권(현 여권) 추천 유기철 이사는 “방문진에서 오늘(27일) 메일이 왔는데, 임시 이사회를 일정을 못잡고, 10월 11일 정기 이사회에서 (방통위 자료제출 건에 대한) 논의를 하겠다고 한다”면서 “방통위가 요구한 29일까지 기한을 넘기게 됐다”고 밝혔다.

유기철 이사는 “방통위가 그동안 방문진에 자료를 요구해 받았다”면서 “법제처 유권해석도 있는데 이제와서 방문진 독립성을 왜 따지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유기철 이사는 “방문진 독립성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방송 장악할 때 나와야 했던 얘기”라며 “지금 이사회의 판단을 묻겠다는 사무처 얘기는 권위를 차용한 면피용 밖에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사진=연합뉴스)

방문진 사무국은 당초 29일까지 이사회를 소집해 자료 제출에 대한 의견을 모운다는 계획이었지만 이사회를 소집하지 못하고, 논의를 10월 11일 정기이사회로 미뤘다. 방문진은 이날 정기이사회 논의 후 자료 제출 여부를 통지하겠다는 공문을 방통위에 발송한다는 계획이다.

방통위는 방문진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과태료’ 처분을 내리겠다는 입장이지만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제출 연기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방통위 관계자는 “합리적인 범위에서 일부 자료를 제출하고 제출하지 못한 자료의 제출을 연기할 순 있다”면서도 “거부를 위한 자료제출 연기는 거부”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추석 연휴가 길기 때문에 다음달 11일 이사회 이후로 자료 제출을 미루는 것은 나름 합리성이 있어 보인다”면서도 “방문진이 어떻게 한다고 답변한 게 없기 때문에 답변을 듣고 대응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2002년 법제처 “방송위, 방문진 감독권한 있다”

2002년 방통위 전신인 방송위원회는 법제처에 방문진에 대한 감사 권한에 대해 질의, 유권해석을 받는 바 있다.

당시 법제처는 방송위의 질의에 대해 “방송위원회는 방송문화진흥회법 제16조 및 민법 제37조의 규정에 의해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해 감독상 필요한 검사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방문진에 대한 방송위(현 방통위)의 검사 권한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법제처는 방송위가 방문진의 정관 변경 인가, 이사 및 감사 임명, 예‧결산서를 매년 제출 받는 점 등을 이유로 “방송위는 방문진이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주관한다”고 해석했다.

또 법제처는 “(방문진법은)민법 제37조를 포함해 민법상 법인에 대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며 “이에 근거해 방송위는 방문진의 일반업무에 대해 감독상 필요한 검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02년 법제처가 방통위에 회신한 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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