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김주하 기자의 트위터 이용에 대한 MBC의 압력을 다룬 기사가 미디어스를 통해 보도됐다. 이 기사를 본 이창현(@wedia82) 국민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방송뉴스가 트위터라는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에 따라 어떠한 대응을 해야할 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순간”이라며 “트위터 사용의 금지가 아니라 기자의 트위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기자 트위터리안과 저널리즘이라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 김주하 트위터

김주하 기자의 트위터 오보에 대해 트위터 안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이 때 트위터에서 가장 많은 리트윗을 받은 글은 블로거 deulpul의 <김주하 앵커의 트위터와 워싱턴 포스트의 내부 지침(http://deulpul.egloos.com/3198551)>이라는 글일 것이다. 이 글은 워싱턴 포스트의 트위터 관련 지침을 소개하고 있다.

보수적 트위터 지침 _ 워싱턴 포스트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해 11월 27일, <페이스복, 트위터 등 온라인 사회네트워크 이용에 대한 편집국 가이드 라인(Newsroom Guidelines for Use of Facebook, Twitter and Other Online Social Networks)>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 라인에서 워싱턴 포스트는 “사회 네트워크는 뉴스와 정보를 수집하고 알리는 데 값진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잠재적인 위험도 안고 있다”며 “보도를 위해서든 개인 목적으로든, 사회 네트워크를 이용할 때 <워싱턴 포스트> 기자는 언제나 <워싱턴 포스트> 기자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워싱턴 포스트는 “보도를 위한 사회 네트워크 활동(Using Social Networking Tools for Reporting)”과 “개인적인 사회 네트워크 활동(Using Social Networking Tools for Personal Reasons)”으로 구분하고 ‘개인적인 사회 네트워크 활동’ 또한 워싱턴 포스트에 의해 제한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가이드 라인은 기자의 개인적 사회 네트워크 활동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의 모든 저널리스트는 시민으로서 가지는 사적인 특권을 일부 포기해야 한다”며 “<워싱턴 포스트> 저널리스트는 자신이 사회 네트워크의 어떤 활동도 지면과 인터넷에 이름을 달고 쓰는 기사와 똑같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 가이드 라인은 워싱턴 포스트에 “<워싱턴 포스트> 기자가 사회 네트워크에 특정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에게만 편중된 관심을 갖는 것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며 기자 개인의 인맥 관리도 주문한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의 글을 소개한 블로거 deulpul은 “나는, 왜 방송 기자나 앵커가 자신이 업무와 관련하여 들은 내용을 개인적으로 트위터에 흘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자신을 따르는 팔로워들에게 뉴스를 전해 주기 위해서? 정보를 빨리 전해 주려는 노력은 자신이 일하는 방송사를 통해서 해야 옳다”고 전했다.

적극적인 활용 _ AP

지난 3월 17일, 한국일보는 세계 최대 통신사인 ‘AP의 트위터 활용 전략’에 대해 보도했다. 15,16일 양일동안 미국 미주리대학교에서 열린 <저널리즘의 미래> 심포지엄에서 AP의 짐 케네디 전략 담당 부사장이 공개한 전략이다.

AP의 부사장은 “기존의 뉴스제작은 현장의 1보를 나타내는 헤드라인(1), 여기에 살을 붙여 ‘바로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전하는 현재형 뉴스(2),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전망하는 뉴스(3)로 만들어졌다”면서 트위터의 활용으로 “(0)(1)(2)(3)(4)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AP의 전략은 기존의 (1)(2)(3) 전략에 (0)과 (4)를 덧붙인 것으로 (0)과 (4)는 트위터를 활용해 기사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AP가 밝히는 (0)단계는 ‘(1)단계 1보’를 쓰기 전에 트위터를 통해 독자들과 직접 소통해 “우리가 지금 이런 기사를 쓸 예정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고 독자들의 의견을 파악하는 한편 이슈나 트랜드에 대한 아젠다를 설정한다는 것이다.

또 (2)단계, (3)단계의 기사가 나간 후, (4)단계에서는 “모든 뉴스 플랫폼들을 가로질러 소비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스토리’를 계속 전해주는 방식”이다. 즉 작성된 뉴스의 확산 통로로써 트위터를 이용하고, 트위터를 통해 뉴스 전파 이후의 스토리를 계속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AP가 뉴스제작 시스템에서 트위터를 이용한 (0)단계, (4)단계를 도입하는 것은 언론사의 저널리스트가 뉴스 콘텐츠 생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다양한 소비양태에 맞춰 포장하고 디자인하는 ‘뉴스 패키징’ 작업”에 까지도 참여해야 하고, 이와 같은 참여가 뉴스 제작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트위터의 오보와 자정 시스템

테터미디어의 블로거 이성규(몽양부활) 미디어팀장은 <또 하나의 세계를 여는 트위터 140자의 매직>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2008년 10월 애플 CEO 스티브 잡스의 심장질환설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한 블로그를 통해 전파되자 전통 언론의 기자들은 웹이 루머의 진원지라며 블로그 등 인터넷을 공격하는 보도를 했다. 이 때 미국 제프 자비스 교수는 ‘루머를 퍼뜨리는 공간이 웹이라면 그걸 뒤집는 진실을 퍼뜨리는 공간 또한 웹’이라며 기성 언론 보도를 비판했다. 또 자비스 교수는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이미 이 사실이 오보라는 게 밝혀진 뒤였다고 한다. 집단에 의해 실시간 필터링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와 같이 집단에 의해 실시간 검증되고 필터링되는 시스템은 김주하 기자의 사건에서도 그대로 통용된 것으로 보인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의 ‘동일조건변경허락’에 따라 트위터 사용자들이 실시간으로 기사를 수정하고, 공유하는 매체인 <위키트리>에 김주하 기자와 관련한 논쟁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김주하 기자는 문제의 트윗을 보낸 3시간 이후에 이를 수정했다. 트위터는 완성된 정보를 보내는 공간이 아니다. 트위터는 오히려 정보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다. 한 사람이 트윗을 날리면 여러 사람이 그 정보를 검증한다. 한 사람이 틀리면 10사람이 고치는 그런 곳이다. 자주 잘못된 정보를 날리면 자연도태된다”

트위터에서는 기자가 트위터를 활용해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트위터리안의 직업이 기자일 뿐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고재열 시사인의 기자(@dogsul)는 자신의 트위터에 가끔 이런 메시지를 잘 남긴다. “이런 기사 쓰려고 합니다. 관련된 분 소개 좀 시켜주세요” 대개 사람들은 이 메시지를 ‘점심에 뭘 먹을까요?’라는 물음과 별 다르지 않게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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