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의 제재로 시끄러웠던 4월 3일 저녁은 천암함 사고로 인한 예능자제 분위기 속에 무한도전은 결방 대신에 최현미와 쓰바사의 감동을 다시 내보냈다. 의도된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방통위의 제재를 더욱 머쓱하게 만들었다. 자의적 경험에 의한 것이겠지만 소위 예능이라는 것을 보면서 눈물겹게 하는 것은 딱 두 가지가 있다. 매번 그런 것도 아니지만 일밤 단비와 가끔의 무한도전이 그렇다.

요즘같이 팍팍한 시대를 살면서 감동이라는 낯선 감정을 가슴에 담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누가 됐건 살기 참 어려워진 요즘 때론 감동조차 버거워 그저 누군가 웃겨주면 그것이 그렇게 고맙고 다행일 수가 없기도 하다. 무한도전은 유재석을 비롯해서 예닐곱의 사내들이 대한민국 평균이하의 케릭터로 위장하고 진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정준하가 자신은 진짜 바보가 아니라 단지 콘셉트일 뿐이라고 자주 말하므로 해서 오히려 바보인 척 하는 이중의 위장도 반복하고 있다.

그렇게 믿어도 그만이고 아니라도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하나의 인격을 평가하는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수입만 놓고 보자면 이들은 평균이하는 무슨 대한민국 상위 2%에 포함시켜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엘리트들이다. 그런 그들이 하하 복귀 편에서 넌지시 고백했듯이, 모자란 듯한 모습을 바탕에 깔아야 했던 것은 일단 웃음을 위한 치밀한 머리싸움의 결과이다.

최근 상황을 보면 무한도전은 예능 1인자의 자리를 내주고 있다. 그러나 무한도전이 꼭 1등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무한도전은 무작정 웃자고 보는 것보다는 도대체 그들이 웃음 뒤에 무엇을 숨겨 놓았을까 숨은그림찾기 하는 심정으로 보는 경우가 많을 듯싶다. 때문에 이번 주 쓰바사와 최현미 에피소드 같은 무한도전을 만나도 낯설지 않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무한도전의 모든 것이 다 좋다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들이 화면에 담는 모든 것이 진정이고 말처럼 백퍼센트 리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무한도전 비판에 대해서는 무작정 쉴드와 악플로 임하는 일부 철없는 팬들도 존재하고 있다. 무한도전은 결코 완벽한 완성체가 아니다. 장수 예능프로에 국내 1인자 유재석이 끌어가지만 계속해서 그들은 시행착오와 반성을 거듭하고 있다.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이 애초에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한 것처럼 그들의 모토는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단지 도전일 뿐이기 때문이다. 개개의 미션을 수행한다고 하지만 항상 문외한의 입장에서 시작해야 하는 그들에게 아무리 긴 시간을 투자한 장기 프로젝트라 할지라도 그 목적달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과정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그 과정에의 천착이 개인적으로 평가하기에 가장 빼어난 무한도전의 미덕이다.

애초에 문외한인 바보 육형제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일단 우스꽝스러워 예능을 충족시키고, 매사에 움츠려드는 소시민들에게 뭐 안 되면 어떠냐 "그냥 가는 거야"라는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예능의 최고 미덕으로 떠오른 1박2일의 '버라이어티 정신'에 밀린 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무한도전의 '그냥 가는 거야'에 더 정이 간다.

그렇기 때문에 통제되지 않는 케세라 세라 식의 방임 형식이 또 거룩한 누군가의 시선에는 불편할 수 있겠지만 무한도전의 좌충우돌에 여전히 눈을 뗄 수 없게 된다. 군대 같은 일사불란함이란 결코 기대할 수 없는 주의산만함이 좋다. '미친 놈'같이 아무데서나 '똥 싸는' 그들의 도대체가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 자유분방함이 부럽다. 보면서 자주 웃지는 않지만 다음 주말을 기다리게 하는 이유가 된 지 오래다.

방통위의 무한도전 제재는 정말 가벼운 권고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면 솥뚜껑 아니라 주전자 뚜껑만 봐도 싫게 된다. 극단적으로 폐지라는 처방까지 가지 않더라도 방통위의 거듭된 (표적심의라고 의심되는) 무한도전 제재가 과거의 보도지침처럼 무한도전을 옥죄는 것은 아닌가 저어하게 된다. 웃음에 지침 따위가 있을 수는 없다. 또한 똥이니 미친놈이니 하는 것들이 요즘 방송에서 난무하는 온갖 단어들 중에 얼마나 심각하게 위해한지 납득할 수 없다.

정말 무한도전이 잘못하고 있다면 혼나야 한다. 그러나 작년의 돌+아이에 이어 신경전 비슷하게 무한도전을 건드리는 방통위의 태도는 기관의 엄정함보다는 깐죽거림으로 비친다. 꺼리가 되지 않는 것을 가지고 시비를 건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오죽하면 그걸 말할까 싶기도 한다. 그러나 제발 부탁이다. 무한도전을 그냥 내버려두기 권고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