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명박 캠프 언론특보 출신인 김인규 KBS 전 사장이 임기 당시 임원회의에서 방송인 김미화씨, 진중권 동양대 교수, 명진스님 등을 '정치성향'을 이유로 언급한 사실이 임원회의록에서 확인돼 국정원 블랙리스트에 협력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임원 회의록에서는 김 전 사장이 수신료 인상을 위해 정치부 기자 동원을 지시한 사실도 함께 확인됐다. 당시 보도본부장이었던 고대영 KBS사장은 김 전 사장의 지시에 정치부기자 동원을 자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파업뉴스팀은 2009~2012년 임원회의록 '김인규 리더십'을 입수해 내용을 공개했다. KBS본부가 공개한 임원회의록 내용에 따르면 김인규 전 사장은 방송인 김미화씨에 대해 6개월 간 반복적으로 임원회의에서 이름을 언급하며 직접 챙겼다. 특히 김 전 사장은 KBS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경찰조사가 이뤄지던 2010년 10월 김미화씨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며 간부들을 질책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파업뉴스' 캡처

임원회의록에 따르면 김인규 전 사장은 법적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는 법무실장의 보고에 대해 "답답한 소리한다. 맞불을 놨어야 했다"라며 "(법적대응이 가능한)이런 호재 나왔으면 긴급대책회의를 열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 문방위, 이사회 등 유관기관에 플레이를 했어야 했다"며 "조중동 등 보수언론을 통해 대응했어야 했다"고 주문했다. 이어 "김미화 같은 사람 하나 홍보 대응 못해서 되겠느냐"며 "KBS를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미화씨는 KBS본부와의 인터뷰에서 "블랙리스트 건이 있었을 때 (누군가)공유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서류가 써졌을 리가 없다"며 "KBS 안에서 누군가가 함께 공유를 했다"고 주장했다.

임원회의록에는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진중권 교수의 이름도 등장했다. 김인규 전 사장은 "내가 (진중권씨에 대해)출연 중지를 지시했겠나"라면서도 "진중권씨의 진보성향 때문에 우려한 것. (문제 생길) 개연성"이라고 말해 정치성향에 따라 인물을 분류해 언급했다. 김 전 사장은 또다른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명진스님의 출연에 대해서도 "유명인사를 섭외할 때는 주의해야한다"고 발언했다.

2011년 김인규 전 KBS사장이 정치부 기자들을 동원해 수신료 인상을 위한 물밑작업을 지시한 사실이 임원회의록을 통해 확인됐다(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파업뉴스'캡처)

'김인규 리더십'에는 수신료 인상을 둘러싼 여-야간 논란이 한참이던 2011년 김 전 사장이 정치부 기자 동원을 지시한 내용도 담겨있다. 김 전 사장은 "정치부 기자들 맨투맨 접촉하라"며 "수신료라면 소름끼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요하게 해야한다"고 지시했다. 당시 고대영 보도본부장은 "오늘이라도 (정치부 기자들)동원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KBS본부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내일(26일) 국정원을 재방문해 '국정원 방송장악'을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안건에 포함시킬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25일 총파업집회에서 현재까지 공개된 문건이 "빙산의 일각"이라며 "국정원에 있는 모든 방송장악 관련된 문건을 공개하라는 서한을 접수하고 정식으로 개혁위 안건으로 상정하라고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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