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시작한 수목 드라마의 1회전이 끝났습니다. 이를 통해 여전한 문근영 파워와 일당 독주가 아닌 누구든 1위가 가능한 상황만 남겨두었습니다. 모두가 무너지거나 철저하게 변한 채 등장한 여배우들의 전쟁에서도 김소연은 최악의 무 개념으로 열연했지만 결과는 비참했습니다.

반전으로 무 개념 김소연은 살아날 수 있을까?

1. 철저한 에고이스트, 검사는 장식이다

의상학과 출신으로 사법고시와 연수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주인공 마혜리. 졸부 집 딸 마혜리는 영특한 머리만으로 남들에게는 목숨을 거는 공부이지만 쉽게 얻어냅니다. 그녀에게는 그저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직업에 불과한 검사에 특별한 미련도 없습니다.

그런 그녀가 워크숍을 빠지고 명품 쇼핑을 위해 스키장에 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선택입니다. 워크숍에 참석해서 무의미하게 있는 것보다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명품을 쇼핑하기 위한 선택은 그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니 말입니다.

철저한 에고이스트인 그녀는 진정한 사랑도 모르고 사랑도 믿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면 그뿐이라는 지독한 현실주의자에 자신의 안위에만 신경 쓰는 이기주의자일 뿐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접근하는 돈 많고 머리 좋은 변호사 서인우와 죽은 아내와 너무 닮아 눈을 뗄 수가 없는 강직한 검사 세준은 그녀에게 중요한 존재입니다. 나락으로 떨어진 그녀에게 강력한 응원군이 되고 조언자가 되어줄 수 있는 존재는 그 둘이 전부이니 말입니다. 모든 것을 가진 그녀에게 대단한 남자들이 목을 매고 있는 상황 자체도 우습기만 하지요.

조직사회 부적응자 마혜리는 검사로서의 기본적인 소양마저 미미합니다. 올바른 법집행을 위해서는 그저 법전에 적혀있는 글자로만 판단할 수 없음에도 자신과 마주한 피의(고)자를 그저 자신만의 가치관에 빗대어 쉽게 판단해버리는 그녀에게서 법집행자로서 최소한의 자세도 보이지 않습니다.

사건 보고서에 적혀 있는 그대로 판단하기만 하면 된다는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퇴근 시간입니다. 수없이 쌓이는 사건 보고서는 그녀에게 남의 일일뿐입니다. 다들 늦게까지 남아 일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그녀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쇼핑하고 자신을 가꾸고 놀고 마시는 일들이 얼마나 소중한데 직장에서 자신을 소비하며 살아야하느냐는 마혜리의 말은 백번 맞지만 직업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가치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법을 다루는 사람은 단순한 직장인의 개념으로 다가서서는 안 되는 문제이지요.

그렇기에 사회는 그들에게 드러나는 직업인으로서의 가치보다 훨씬 높은 사회적인 대우를 해주는 이유일 것입니다. 그렇게 조직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을 위해서만 생활하는 그녀에게 걸 맞는 대우가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2. 조직 부적응 자에게 가해지는 지독한 징벌

명품 쇼핑을 위해 워크숍도 빠지고 제멋대로인 그녀를 그 누구도 떠안기 싫어하는 현실에서 나부장이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뿐입니다. 일찍 독립을 시켜 아무런 일도 주지 않는 것이죠. 철저하게 조직에서 낙오시켜 스스로 나갈 수 있도록 만드는 이 방식은 잔인하지만 무척이나 효과적인 방식이기도 합니다. 책상만 주고 아무런 일도 시키지 않고 자연스럽게 퇴직하게 하는 잔인한 방식은 어디에나 통용되는 방식인가 봅니다.

남들과는 달리 자신의 독립이 이뤄져 기뻐하는 마혜리는 자신 만의 방식으로 검사실을 꾸미는데 만 열중합니다. 그렇게 기존의 검사실과는 사뭇 다른 자신만의 방은 영원한 자신만을 위한 공간으로 남겨져 버렸습니다. 피고소인들을 대상으로 한 심문도 진행되고 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고민들도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그녀가 맡는 사건이란 단순히 도장만 찍어도 되는 경미한 사건들이 전부입니다.

지루함을 넘어 이상할 정도의 한가로움과 자신을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모습에서 이상함을 느낀 마혜리는 화장실에서 진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유배를 떠난 자신이 그것도 모르고 희희낙락하고 있었음이 민망할 정도입니다. 따지러 간 부장실에서도 오히려 된통 혼나기만 합니다.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인우를 찾아가 화풀이를 하고 나이트에서 아무생각 없이 부킹한 미성년자로 인해 경찰에게 끌려가는 신세가 된 그녀에게는 더 이상 떨어지기도 힘든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드라마 첫 2회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버린 <검프>는 이제 마혜리 살리기와 성장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예정입니다.

3. 나락으로 빠진 그녀 이제는 일어설 때

검사가 사건 자료를 함부로 다뤄 외부인의 손에 넘어가게 하는 행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남들과 다른 멋 내기와 생활방식과는 달리 법조인으로서 지켜야할 의무까지 저버리는 마혜리의 무 개념은 도를 넘어선 만행에 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그저 대충 사건을 처리하고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그녀에게서 치밀어 오르는 화보다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권력에 순응하는 검찰의 모습을 자주 봐서일까요? 차라리 돈에 넘어 갈일 없는 마혜리와 같은 존재가 검사로서 더욱 적임은 아닐까란 생각도 잠시 해보게 합니다.

현실성보다는 마혜리라는 인물에 집중해 그녀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검프>는 철저하게 드라마 이상도 이하도 아닌 유희의 도구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현실을 바탕으로 환상을 덧입힌 채 한 여성의 성장에 주목하는 드라마에서 검사의 직업이란 그녀가 생각하는 그럴 듯한 직업이상의 의미도 내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당연한 삼각관계와 그녀의 성장이 어떻게 그려지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지겠지만 이미 현실을 버린 <검프>가 갑자기 달라진 마혜리를 앞세워 현실로 돌아온다면 시청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합니다. 철저하게 망가졌기에 살 수 있는 방법도 찾게 된 <검프>는 이제부터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시작됩니다.

바닥에 떨이지고 나서야 자신을 돌아보고 유능한 검사가 되는 과정 속에서 여성의 성장기를 볼 수 있을지 단순히 김소연의 원맨쇼가 되어버린 드라마가 지속될지 기대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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