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막론하고 국민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 즉 생활지역에서 발생하는 뉴스나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기가 매우 어렵다. 지역언론이 부실한 점은 지방자치 정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 4월 2일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린 '글로벌 시대, 지방공동체와 공공저널리즘의 만남' 토론회 모습ⓒ권순택

장호순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2일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경인일보> 창간 40주년 기념 특별 ‘글로벌 시대, 지방공동체와 공공저널리즘의 만남’ 토론회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장 교수는 “지방자치가 잘 운영되지 못하는 것은 중앙정부가 가진 권력을 지역으로 분산시키는데 필요한 지역주민들의 여론을 결집할, 그리고 새로 형성된 지방권력을 감시할 지역언론매체가 부실하기 때문”이라며 “1991년 부활된 지방자치는 사실상 지역언론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실시됐다”고 지적했다.

“지역매체, 2류신문으로 취급받아”

그는 현재 지역신문의 현실을 ‘부실’이라고 표현했다.

▲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권순택
장 교수는 “대한민국 신문시장은 서울에서 제작되는 중앙일간지들이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을 장악하고 있다”며 “또 지역일간지들 역시 보편적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지역사회의 일부계층에만 영향을 주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의 지역매체들은 논조나 편집 이념, 표적 독자확보 전략 등 고유한 색깔에 따라 차별화되지 못하고, 중앙신문보다 읽을거리가 적고, 디자인 등 형식에서도 상당히 뒤떨어지는 이류신문으로 취급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신문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그 이유는 지방자치 실시 초기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바로 신문 경영 자체의 사업성 때문이 아닌 그로부터 얻어지는 부산물로 얻을 것들이 많다는 얘기다.

“지역신문의 사주는 신문을 통해서 지역세도가로 위상이 높아지며, 기자를 통해 온갖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장 교수는 지역방송의 현실 또한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분야는 신문에 비해 더욱 중앙집중도가 높다. 공영방송, 민영방송, 케이블PP, MSO 등 거의 모든 방송사업자의 프로그램 제작과 운영 소재지가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장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역언론은 필수불가결한 존재”라며 “지역언론이 부실하면 국가적으로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가로막고, 국민 개인에게도 큰 불편과 손해를 끼치게 된다. 이제부터라도 지역언론의 진흥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선거 때에만 언론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들에 대해 비판과 지방선거에서의 지역언론의 필요성을 피력하며 발제를 마쳤다.

“선거 때가 되어서야 언론문제에 관심 갖는다. 당선되기 위해서는 언론이 필요하니까. 전국단위로 동일한 후보를 뽑는 건 대통령밖에 없다. 다른 정치인들은 지역마다 뽑는다. 그러나 지역을 책임질 단체장에 누가 나왔는지는 지상파 3사나 조중동, 경향 한겨레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CNN이 왜 철수하나. 오히려 CNN은 글로벌 위기에 맥을 못 추고 있다. 로컬과 내셔널 미디어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반증이다. 글로벌 뉴스는 필요하다. 그러나 글로벌 뉴스를 굳이 글로벌 미디어에서 볼 필요가 없다. 내셔널한 뉴스를 로컬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지역매체의 지역밀착형 보도의 중요성이 강조했다.

지역매체, 어느 때보다도 지역밀착형 보도가 필요할 때

토론자로 나선 강내원 단국대학교 교수는 “지역에서 범죄가 발생했다면 (수사진행상황만 쫓을 것이 아니라) 지역범죄율이 높은 이유를 찾아내고 층위별 심층보도를 해야한다”며 “이로써 지역민들의 범죄에 대한 불안의 해소방안을 고민하는 공론의 장으로 지역매체가 기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교수는 지역매체의 발전 대안으로 같은 지역의 공조를 제안했다. 그는 “신문매체, 방송매체, 인터넷 매체가 공조해 한 사건에 대해 공동으로 취재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지역주민들의 사건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언론의 정체성 모색’ 세션의 발제자로 나선 반현 인천대학교 교수는 지역매체들의 주민밀착형 뉴스로 △<영남일보>의 비영리 공익광고 캠페인, △<전남일보>의 지역 휴먼스토리 ‘로컬와이드’, △<한산신문>의 ‘참다랑어, 500만원의 기적’ 등의 예시를 들었다.

이어 “지역언론이 더 이상 언론의 역할 뿐 아니라 실제로 지역과 주민들을 위해 어떻게 실천해야하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라며 “경기지역 신문 역시 못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날 토론회 전체 사회를 맡은 윤영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장 역시 “지역신문이 어렵다지만 미국의 한 지역신문사가 독자를 배가시키는 사례가 있었다”며 소개하기도 했다.

“‘비결이 뭐냐’고 물었더니 그 사람은 ‘name, name, name’이라고 답했다. 우리는 기사를 쓸 때 지역민들의 이름을 아주 많이 쓴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이 기사에 나오면 당연히 읽게 될 것이고 관심도 높아지게 된다. 돈이 별로 안드는 정책인데 지역매체의 발전방향을 논의하면서 참고할 수 있는 슬기로운 대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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