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만 모이면 이제 선거 얘기가 나온다.

3월21일부터 군수, 군의원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고 보니 역시 선거는 사람들의 주요 양념이 되었다. 예비후보들은 이제 본격적인 선거전에 나서 얼굴을 알리고 다니고 있다.

선거전이 과열되고 있다는 걱정까지 나온다.

원론적으로 풀뿌리 지방자치 선거는 일을 잘 할 수 있는 후보가 나와 주민들의 올바른 선택을 받고 지역발전을 이끌고, 미래를 그려나가는 것이다. 일을 잘 할 수 있는 후보는 지연, 혈연, 학연보다는 후보자의 능력과 인물됨을 판단해 주민들의 심부름을 잘 하고 정책을 잘 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매니페스토를 통해 각 후보가 갖고 있는 생각이나 정책을 검증하고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것인지를 판단하고 평가해 후보자를 선출하는 기준을 삼기도 한다.

매니페스토는 우리에게 알려진 것이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으나 기존 혈연, 지연, 학연에 의한 선거문화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그렇게 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일이다.

▲ 만화가 김윤 만평 ⓒ옥천신문
현재 옥천군의회 의원의 수는 모두 8명이다.

옥천읍을 비롯한 읍면단위 행정구역은 모두 1읍, 8면. 9개 읍면에서 8명의 군의원을 선출하게 되는데 이중 1명이 비례대표이고, 7명이 지역에서 선출된다. 7명의 지역구 의원을 뽑는 6월2일 지방선거에서는 인구가 3만명이 넘는 옥천읍 선거구에서 3명을 뽑고, 2만4천여명인 나머지 8개 면을 4개 면씩 나누어 2명씩, 4명의 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이전까지는 각 읍면당 1명씩, 의원을 선출했지만 2006년 지방선거부터 지방의회 의원들을 정수를 줄이는 한편 의원 유급제와 중선거구제가 실시된 결과였다.

그렇다보니 이제는 군의원이 배출되지 못하는 면단위 고장이 나타났다. 유권자 수가 적어서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지역에 치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인구가 많은 지역도 후보자가 난립하면서 결과적으로 군의원이 배출되지 못한 곳도 나타났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군의원이 없는 상황에서 4년을 지낸 면단위 지역에서 면내 후보자를 단일화해서 선거에 임하겠다는 움직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전국 유실수 묘목의 절반 이상을 유통시키는 묘목의 고장으로 이름이 나 있는 옥천군 이원면은 옥천군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옥천읍 다음으로 옥천군내에서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지난 2월말 현재 인구 수는 4천800여명이다.

이원면은 지난 2006년 선거에서 면내 후보자가 많이 나오는 바람에 표가 분산돼 면 단위 중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음에도 군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어떤 이들은 이원면민들의 수치라고 얘기했다.

지난 1월이었다.

이원면에서는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올해 역시 후보자가 난립할 경우 인구수는 많지만 군의원은 없는 고장으로 또다시 전락할 수 있다며 이원면 주민후보 추대 필요성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들의 걱정대로 이원면에서는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후보가 한때 7~8명에 달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정리되기도 했지만 4~5명이 거론되었다. 그러자 예비후보 등록일이 시작된 3월21일 이후 전격적으로 주민후보 추대 움직임이 본격화되었고, 출마 의사를 확실시한 4명의 후보가 여론조사를 통해 여론조사 1위를 차지하는 후보를 정당 공천 등과 관계없이 이원 주민후보로 추대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3월30일 오후 시간대를 활용한 여론조사가 실시되었다. 그 결과 한 후보가 주민후보로 선출되었다.

현재와 같은 중선거구제도 아래에서는 군의원 나 선거구에 속한 네 곳의 면단위 지역 중 인구가 가장 많은 단일화된 이원면 주민후보가 당선권에 가장 가깝게 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일단 이원면 사람들은 정당이나 공천 등 중앙정치무대에서 요구하는 일정 형식을 떨치고 이원면의 선량한 일꾼으로 누가 더 적합한지를 주민들이 직접 결정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이는 중앙 정치무대에서 지방자치제를 자신들의 소유물인양 군의원과 군수를 정당공천을 하고 자신들의 손아귀에 쥐고 흔들려고 하고 있다는 인식과 맞닿아 있다. 지방자치를 쥐락펴락하는 중앙 정치에 대한 일반 주민들의 불신이 깔려 있는 것이다.

전국 시장군수협의회나 시의회, 군의회에서 기초단체에 대해 정당 공천을 하지 말아달라는 요구도 이런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물론 현실은 달랐다. 실제로 시장군수협의회에서 정당 공천 배제를 요구하면서도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중앙당에 쫓아가 공천을 해달라고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기초자치단체 정당공천제의 일면과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순간이다.

이런 인식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

실제 이원면 주민후보를 추대하기 위한 움직임의 이면에는 이원면 출신 후보자들이 이 당, 저 당 나뉘어 경쟁하다가 가장 큰 면에서 당선자도 못 냈다는 웃음거리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중앙정치 무대의 형식을 무시하고 주민에 의한 실질적인 자치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을지언정 이로 인해 파급될 수밖에 없는 옥천군내 소지역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가 문제로 남았다.

더구나 선거구 내 4개 면 중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이원면이 후보를 단일화해 지역 후보를 냈는데 이보다 유권자 수가 크게 적은 나머지 3개 면지역에서는 1명씩의 후보가 나와도 당선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이다. 결국 군의원 선거는 소지역주의로 달려갈 수밖에 없고,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는 이 중선거구제가 계속되는 한 군의원을 배출할 수 없다는 좌절감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원면 주민들의 주민후보 추대 움직임을 중앙정치의 폐단을 고치려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자치의식 발로라고 보는 시각과 지방선거가 소지역주의로 인해 인구가 적은 지역은 자신들을 대변할 의원조차 배출할 수 없다는 걱정이 교차한다.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지방선거.

주민후보를 추대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의원을 가지는 일이 중요하듯, 지역 대표성을 고려, 현재의 중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로 바꾸어 각 지역에서 한 명씩 의원을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소지역주의로부터 벗어나야겠다는 방안 제기다.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이원면의 주민후보 추대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면 방향과 시각이 문제일 뿐, 우리 일을 우리 스스로 결정하고 그 책임을 지겠다는 주민자치의 발로임을, 결국은 앞으로의 희망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지방자치가 희망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주민들의 자발성과 헌신, 지역을 위한 봉사와 희생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어쨌든 옥천은 또 한 차례 민주주의 실험을 했다. 이원면 지역주민들은 나름대로 지난 4년 동안 군의원 없는 설움(?)을 받았고,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주민후보 선출이었다. 이런 선택과 실험이 성공작이었는지의 여부는 앞으로 4년 동안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면 안다.

6월2일 주민들이 투표로 선출된 의원들이 자신이 태어난 곳에만 관심과 지원을 쏟을 것인지, 아니면 중선거구제의 취지에 맞게 자신이 낳은 면이 아니더라도 옥천군 전체를 보고, 선후를 가려 공정한 입장에서 사업 추진을 할 것인가는 앞으로 의원의 자질을 가르는 중요한 지표가 되어야 한다.

이번 사안은 그래서 옥석가리기를 잘 하는 선거문화, 정말로 지연, 학연, 혈연에 매달리지 않는 선거문화를 가꾸는 일이 지금보다도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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