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민의당이 기세등등하다. 21일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명동의안이 처리된 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 의원들의 결단으로 대법원장이 탄생했다"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22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도 급할 때만 읍소하지 말고 국회의 합리성을 존중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협치를 실천하라"고 훈계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연합뉴스)

22일 인천에서 열린 국민의당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 대표는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국민의당은 정치적 계산이나 이념의 틀이 아니라 철저히 실천하는 중도의 잣대로 답을 찾아낸 것"이라면서 "국민의당이 대한민국을 위해 사법부를 위해 큰 길을 열어줬다. 이번에도 꼬인 것을 풀어내고 막힌 것을 뚫은 것은 국민의당"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대표는 "다들 지켜봤듯이 국민의당은 이념정당이 아니라 문제해결 정당"이라면서 "우리는 어제 표결처럼 국민의 상식, 시대의 원칙을 새기며 최선의 해법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에 국민의당의 찬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자, 안 대표가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 존재감 과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안 대표는 지난 10일 "이번 정기국회에서 제대로 잘 해서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면서 "결정권은 실제로 국민의당이 가졌다는 것을 국민이 아시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안철수 대표는 21일 청주 방문 일정 중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 소식을 전해들은 후 "이번 국회 결정으로 사법부의 독립과 개혁이 시작될 것"이라면서 "정부여당 그리고 청와대의 국회 모독으로 정국이 경색됐지만 국민의당의 결단으로 의사일정이 재개됐고, 국민의당 의원들의 결단으로 대법원장이 탄생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당시에는 "존재감을 내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면서도 "20대 국회에선 국민의당이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당"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안철수 대표의 존재감 과시가 다소 과한 면은 있지만, 안 대표가 말하는 "20대 국회의 결정권은 국민의당에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김이수 후보자는 국민의당의 반대로 헌재소장에 임명되지 못했고, 김명수 후보자는 국민의당의 찬성으로 대법원장에 임명됐다.

다만 국민의당이 안철수 대표의 말대로 '제대로 잘해서'가 아닌 다분히 정략적이거나 감정적인 이유로 캐스팅보트를 휘두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민의당은 김이수 후보자 부결 이후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김이수 후보자 부결에 대해 국민의당을 '땡깡 부리는 집단'이라고 비난하자, 국민의당은 국회 일정 협조를 거부했다. 결국 지난 18일 추 대표가 "제 발언으로 마음 상한 분이 계신다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하고 나서야 국민의당은 국회 일정에 협조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안철수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 협조를 요청했다. 20일에는 추미애 대표가 안철수 대표에게 21일 오전에 회동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안 대표가 이를 지역일정을 이유로 거부하며 불안감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일단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법부 수장 공백사태는 막았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의당의 '존재감 과시'는 국회 내 불안요소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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