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김형오 국회의장,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 정운찬 총리,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에서부터 박지원 민주당 의원, 박영선 민주당 의원, 디자이너 앙드레김과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 금메달리스트 이상화까지…. 참 많이도 왔다.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곳은 다름 아닌 <동아일보> 창간 9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롯데호텔이다.

물론 더 많은 정치인 및 유명인들이 참석했고 <동아일보> 창간 90주년을 맞아 열심히 박수를 쳤다. 지난 1일 창간 90주년을 맞아 열린 <동아일보>의 기념행사 풍경이다.

▲ '동아일보' 창간 90주년 기념행사 맨 앞줄에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권순택

이날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앞두고 미래비전을 이야기하며 세 가지를 약속했다.

“진실을 추구하는 정론의 길을 걷겠습니다. 품격있는 콘텐츠를 만들겠습니다.”
“미디어융합의 새 지평을 열겠습니다”
“글로벌 미디어그룹을 지향합니다”

미디어융합. 신방겸영. 이날 기념행사에서는 끊임없이 <동아방송>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언론사 최초 심방겸영을 했던 <동아일보>가 모토였고 <동아일보>에 대한 자화자찬이 이어졌다. 3.15 부정투표에 맞섰던 <동아일보>. 국민의 눈과 귀가 가려울 때 앞장섰던 <동아일보>. 정권의 광고탄압을 받기도 했지만 국민들의 뜨거운 사랑인 격려광고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민족을 대변하고 역사의 소명을 잘 알았으며 이 땅의 민주주의에 대한 <동아일보>의 신념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고는 ‘참된 언론’을 언급했다. 주변의 보석 같은 가치에 대해 한발 앞서 보도하는 것이 ‘참된언론’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행사의 사회를 본 아나운서들 역시 <동아방송> 출신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고별방송할 때가 생각이 난다”며 “30여 년 전 신입딱지를 막 뗀 이후의 일이라며 당시 사건은 참언론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모태라고 할 수 있다”고 회상했다. 또한 “<동아일보>의 그 정신은 현재 진행형”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날 <동아일보> 창간 90주년 행사에서 끊임없이 거론됐던 1974년의 <동아방송> 사태. 그러나 그 사건을 기억하면 현재의 <동아일보>가 아니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이하 동아투위)를 떠올리는 사람들은 비단 소수일지 모르겠다. 당시 <동아일보>는 그들이 오늘 이야기한 격려광고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기자, 프로듀서, 아나운서들을 해고하는 것으로 정권의 탄압을 무마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당시 <동아일보>에서 쫓겨났던 언론인들이 결성한 모임이 동아투위이다.

그러나 바로 이들이 <동아일보>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위)가 당시 <동아방송> 사태를 조사한 결과, “동아일보사가 134명의 기자, 프로듀서, 아나운서 등 언론인들을 대량 해고한 것은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의 압력에 따른 것이므로 정부와 동아일보사는 사과하고 응분의 화해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언론인 해임 등에 대해 진실위가 내린 결론은 충분한 조사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것”이라고 치부해버렸다. 이것이 불과 2년 전인 2008년도의 일이다.

이에 동아투위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국가와 <동아일보>를 상대로 소송에 들어갔다. 미래의 <동아일보>를 이야기하며 정권과 맞섰던 <동아방송>을 언급한 오늘의 모습과는 사뭇 다를 뿐이다.

▲ '동아일보' 창간 90주년을 맞아 인쇄한 글자 '세상을 밝혀온 90년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합니다'의 모습ⓒ권순택

이날 기념행사에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이상화 선수를 포함한 아홉 명이 기념식단에 올라 “세상을 밝혀온 90년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합니다”라는 인쇄물을 찍어 멋진 포즈와 함께 사진 한 컷 찍기도 했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많은 이들은 그런 <동아일보>의 말에 또 많은 박수를 쳤다.

그렇게 <동아일보> 창간 90주년 기념행사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고 많은 박수를 쳤지만, 정작 그 속에 동아투위 회원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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