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움직임은 정치적, 정략적으로 이슈화시키기 위함이다.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건데 왜 우리가 보도해야 하느냐?"

"KBS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눈 감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성재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공정방송위원회 보도부문 간사는 "간부들이 4대강 사업 반대 움직임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정치적, 정략적으로 이슈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에 대해 왜 우리가 보도해야 하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 공방위 간사(왼쪽)와 이지혜 민언련 모니터부장(오른쪽). ⓒ곽상아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민언련 교육관에서 개최된 '지방선거 주요 의제,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나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지혜 민언련 모니터부장은 방송 3사 메인뉴스의 4대강(210년 2월 1일~3월 28일), 무상급식(2009년 6월 15일~2010년 3월 28일) 보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수질오염, 침수피해, 습지 파괴 등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쏟아지고 있으나 방송 3사, 특히 KBS와 SBS는 메인뉴스에서 4대강 사업의 부작용과 문제점을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며 "무상급식 역시 지방선거의 주요 정책 의제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3사는 관련 내용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KBS는 '무관심'에 가까울 정도"라는 것이다.

KBS 측 "기사 써도 편집에서 빠지는 경우 많다"

이에 대해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 공방위 간사는 "KBS 간부들에게는 소위 말해서, '정부정책의 순수성'을 믿는 경향이 있다. 정권 성향에 따라서 내부에 제작, 보도의 자율성이 보장되느냐의 차이가 있으나 KBS는 항상 친권력적이었다"며 "기자들이 (비판 아이템으로) 뭔가를 해보려고 해도 편집권은 간부들에게 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편집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성 간사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평기자들도 '올려봤자 안 된다'는 걸 아니까 아예 아이템으로 올리지 않는 분위기가 보도국 내에 퍼져있다"며 4대강 보도와 관련한 일화를 소개했다.

"작년에 (4대강 사업에 대해) '이제라도 보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해서 KBS 보도국에서 4대강에 대한 기획기사 6꼭지를 준비했다. 하지만 '4대강 예산, 어떻게 마련하나?'를 주제로 한 1꼭지는 결국 보도되지 못했다. 눈치보면서 쓴 기사인데도 아무런 이유없이 담당 팀장이 묵살했다. 예민한 보도에 대한 KBS 간부들의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사례다."

"언론의 직무유기, 역사적 심판 있어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4대강과 무상급식에 대한 방송사의 침묵은 직무유기"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 왼쪽부터 이원영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 집행위원, 김선희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사무처장,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곽상아
이원영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 집행위원은 "운하에 대해서 교수들이 전례없이 집단으로 나서서 의사표명을 하는 것은 그 정도로 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라며 "방송3사가 사회적 이슈, 과학적 진실 측면에서 4대강 사업을 보도 안하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고의적으로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관료들과 언론에 대해서 반드시 역사적 심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선희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사무처장 역시 "매번 행사할 때마다 취재는 많이 오지만, 실제로 모니터를 해보면 보도가 거의 없다"며 "영향력있는 방송3사의 침묵은 무상급식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을 무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도 "무상급식은 지역교육, 지역경제, 지역환경 등과 관련된 굉장히 중요한 지역 의제다. 4대강 역시 지역환경과 지역 재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투기의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며 "두 의제가 '토건국가적 지방자치'에 대한 재평가에 들어갈 수 있는 핵심 연결고리임에도 언론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확한 정보와 판단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MBC 측 "구성원들 많이 위축돼" SBS 측 "환경전문기자의 공백 컸다"

이같은 지적에 MBC와 SBS 참석자들은 각각 '정권의 공격에 따른 구성원들의 위축' '전문기자의 공백'을 이유로 꼽았다.

양효경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는 "내부적으로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문제"라며 "요즘 MBC가 정권의 공격을 받다보니 보도에 있어서 '기계적 중립'을 굉장히 강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양효경 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 간사(왼쪽)와 안정식 언론노조 SBS본부 공방위원장(오른쪽). ⓒ곽상아
양 간사는 "외부에서 보기에는 개별 기사에 대해 '압력'이 들어오는 게 아닌가 생각하는데, 그것보다는 내부 구성원들이 (스스로) 많이 위축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정책의 중심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공방 나열로만 그치게 된다"며 "조만간 따로 모니터단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국민 90%가 반대하는 문제를 다루면서 나머지 10%와 90%에 동일하게 30초씩 배정한다면 과연 이것이 균형잡힌 보도라고 할 수 있느냐"며 "'기계적 균형'이 아니라 '실질적 균형'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장기적으로는 방송사들이 '기계적 중립'이라는 가치를 깨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정식 언론노조 SBS본부 공정방송위원장은 4대강 보도와 관련해 "정말 드릴 말씀이 없다. 논설위원실로 발령난 박수택 환경전문기자의 공백이 상당히 크지 않았나 싶다"며 "파업 국면이 지나면, 노조가 적극적으로 공방위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의 두번째 발제를 맡은 송민희 민언련 신문모니터 활동가는 2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의 무상급식·4대강 보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송 활동가는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두 의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다뤘으나 조중동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외면' '침묵'으로 일관하고, 무상급식과 관련해서도 정부여당과 일치한 주장을 펼쳤다"며 "조중동이 앞으로도 언론으로서의 책무를 내던진 채 정부에 불리한 내용은 보도하지 않고, 선거 의제 죽이기에 나선다면 유권자들의 심판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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