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총파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드라마 <아르곤>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언론 최전선에 있는 이들을 통해 언론인의 자세와 가치가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용기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복잡하다. 그런 복잡함은 <아르곤>에도 잘 드러나 있다.

위기의 아르곤;
재벌과 언론의 유착, 내부고발자의 죽음과 진짜 기자에 닥친 위기

'뉴스9' 진행자인 최근화가 그만두면서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 아닌 전쟁이 시작되었다. 자신의 안위만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유명호와 '아르곤' 팀장인 김백진의 대립 구도에서 승자는 백진일 것이라는 확신이 모두에게 있었다.

사측의 입장에서 온갖 패악질을 하는 유명호는 이번에도 꼼수를 부린다. 김백진을 무너트리기 위해 부패한 종교인을 부추겨 고소 고발을 하도록 요구했기 때문이다. HBC 사장 친인척인 종교인의 부패를 다뤘던 김백진은 그 일로 인해 큰 곤혹을 치러야 했다.

tvN 월화 드라마 <아르곤>

'아르곤' 팀 전체가 위기에 처할 정도로 말이다. 종교인의 부패 지수는 이미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모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난 독재 시절, 독재자와 손을 잡고 영향력을 키워온 자들이 여전히 호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니 말이다.

김백진을 정말 힘들게 만든 것은 악랄한 종교인의 고소가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육혜리 작가가 희생양이 되었다는 점이다. '아르곤' 팀을 돕는 채수민 변호사가 이미 퇴직을 선언한 육 작가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김백진을 구하기 위해 채 변호사는 육 작가를 악용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사실을 접한 백진도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뉴스 작가로 활동해왔던 육 작가. 그녀의 마지막 환송회도 그들은 해주지 못했다. 백진은 선거 운동 때문에, 철은 부패 종교인의 고소 건을 조사하느라, 다른 팀원들 역시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그만큼 육 작가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뒤늦게 상황을 알게 된 백진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자신의 위치와 앞으로 자신이 나아가고 하는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친형제나 다름없는 선배 신철의 분노가 불편해서가 아니다.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일했던 육 작가. 그 고단한 시간을 버텨낸 것은 자신의 이름과 책임감 때문이었지만, 고작 떠나는 그녀를 위해 그들이 해준 것이라고는 희생양이 되기를 바란 것 외에는 없었다. 그 지독한 외로움과 힘겨움 속에서도 육 작가는 여전히 뉴스 작가로서 갈망을 갖고 있다.

tvN 월화 드라마 <아르곤>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 경험을 쌓기 위해 시작한 뉴스 작가.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드라마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드라마가 아닌 뉴스 작가로서의 가치가 더욱 커져 있었다. 비현실적 드라마와 달리, 현실적인 사건에 더욱 궁금하고 관심이 가는 육 작가는 그렇게 외면당한 채 스스로 나가기를 원하는 처지가 되어 있었다.

언론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 이 모든 상황은 고통스럽다. 올곧은 언론인으로 살아나기 위해서는 현실은 너무 치졸하다. 제대로 된 보도조차 못하도록 막는 한심한 사주와 그에 부화뇌동하는 간부들. 그들 사이에서 진짜 언론인의 가치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백진은 낀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후배들에게는 '사이코' 취급을 받는 그는 간부들에게도 손가락질을 당하는 존재다. 그런 그가 근본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모든 것은 자신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과 고민이 큰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유 국장의 그런 공격에 백진이 흔들린 이유는 그가 함께 일한 이들을 너무 사랑하고 존경했기 때문이다.

신철은 아이방에서 호랑이 탈을 쓰고 아이들을 돌보는 육 작가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의문사를 당한 아이들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르곤' 제보 사이트에 이미 올라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본격적인 조사를 하기 시작한다.

아이가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재벌 회사에서 만든 분유가 원인이었다. 재벌 회사의 연구원은 분유로 인해 아이가 죽었다는 사실에 고민하다 제보를 했었다. 신철은 집요하게 제보자가 누구인지 확인했고, 그가 증거를 넘겨줄 수 있도록 제안한다. 발로 뛰는 기자답게 끈질기게 달라붙어 자료를 받게 된다. 자료는 확실하지만 증언을 담지 못하면 역공에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증언까지 받아 방송이 된 후 세상은 시끄러워진다.

tvN 월화 드라마 <아르곤>

분유에서 아이를 죽이는 성분이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변형시킨 사건이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여전히 이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법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편에 서 있다는 점에서도 경악스럽기만 하다. 사건이 세상에 공개된 후 내부고발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남겨질 가족 때문이다. 사측은 이미 알고 있었다. HBC에서 보도가 나갈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내부고발자가 누구인지는 아마도 소태섭 보도본부장에 의해 알게 되었을 것이다.

모든 책임을 지고 죽으면 남은 가족들은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제안이 내부고발자를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부추겼다. 이 사실도 모른 채 백진은 '아르곤'을 떠나려 한다. 자신으로 인해 후배들 앞길을 막고 있다는 생각을 한 백진으로서는 자신이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후배를 위한 선택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용병 딱지를 떼기 위해 미드타운 비리가 담긴 분쇄된 문서를 짜 맞춘 연화는 과연 용병이라는 딱지를 떼고 진짜 기자가 될 수 있을까? 부패한 언론 사이에 진짜 언론인이 되기 위해 분투하는 '아르곤' 팀의 활약은 흥미롭게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언론은 바른 언론이다.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며 오직 권력의 편에 선 자들을 우린 언론인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언론 총파업은 그렇게 언론의 탈을 쓴 자들의 민낯을 들춰내고 진짜 언론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언론 총파업은 결국 승리할 수밖에 없음은 그래서 자명한 일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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