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열린음악회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방송' 논란과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엄경철)는 "부산시민을 위한 음악회일 뿐"이라는 KBS 사측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29일 KBS는 열린음악회 논란과 관련해 "협찬사(신세계백화점)가 제작한 초대권 등에 KBS의 기획 의도와 다른 일부 문구가 삽입돼 오해를 부른 것 같다"며 "기획단계서부터 특정인을 염두에 두지 않은 부산시민을 위한 음악회"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언론노조 KBS본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KBS 열린음악회 제작비 가운데 '팸플릿, 초대권 제작' 항목에는 600만원이 잡혀 있었다.

KBS본부는 "문제의 초대장과 팸플릿이 부산시와 신세계에 의해 일방적으로 배포됐다는 사측의 공식적 해명이 전혀 설득력 없는 대목"이라며 "실제로 문제의 초대장과 팸플릿이 제작비에서 집행됐다면 KBS 예산으로 '이병철 탄생 100주년'을 홍보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KBS본부는 KBS의 담당 제작자가 당일 녹화현장에서 진행자와 출연가수들에게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과 관련한 코멘트를 하도록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KBS본부는 "실제로 수천여 청중이 모인 당일 녹화현장에서 MC와 출연가수들은 낯뜨거운 코멘트를 스스럼없이 했다고 한다. 신세계에서 협찬금을 받은 것부터 홍보과정과 실제 녹화에 이르기까지 '이병철 생일'을 기념하고자 하는 신세계의 주문이 관철됐는데도 KBS는 아무런 책임이 없고 나중에 편집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닌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이병철 생일기념 열린음악회' 제작과 편성을 최종 결재한 김인규 사장이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라. 즉각 편성을 취소하고 공영방송을 '삼성 사내방송'으로 격하시킨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본부는 "애초 11차 편성제작회의에서는 이번 '열린음악회'의 협찬처가 신세계로 명시돼 통과됐다가 1주일만인 12차 회의에서는 '부산시'로 바뀌었다. 하지만 실제 협찬은 신세계에 의해 이뤄졌다"며 "도대체 무슨 검은 내막이 있길래 부산시를 '바지 협찬처'로 내세워 '협찬금 세탁'을 한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KBS본부는 "사장을 최종결재자로 하는 편성제작회의 결과를 보면, 이번 열린 음악회가 최초 기획단계에서부터 이병철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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