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가 '민주당 내부문건'에 대해 여당의 언론장악 로드맵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운 반면, 국가기관이 방송사에 개입한 'MB 국정원 문건'에 대해서는 단순보도에 그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8일 조선일보는 '민주당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며 "KBS·MBC 사장퇴진 로드맵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여당이 KBS·MBC 야측 이사 비리를 부각시키고 시민단체로 압박했다"며 "총 9가지 계획 중 6개가 진행중이거나 완료됐다"고 보도했다.

與 "KBS·MBC 野측 이사 비리 부각시키고, 시민단체로 압박". 조선일보 9월 8일. 종합 05면

조선일보는 사설과 보도를 통해 지속적으로 '민주당 문건'이 여당에 의해 기획된 '언론장악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9일 '언론 장악 없다더니 뒤로 정권 나팔수 방송추진'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상황이 '민주당 문건'대로 돌아간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유의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의 사의표명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의 검사권 발언을 인용하며 "민주당 내부 문건 그대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 정부는 언론 장악 시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한다"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유체이탈 화법'으로 정의했다.

[사설] “언론 장악 없다” 더니 뒤로 '정권 나팔수 방송' 추진. 조선일보 9월 9일. 칼럼31면

조선일보는 윤세영 SBS 사장의 사의표명도 '민주당 문건'을 이유로 들었다. 12일 '갑작스러운 SBS 회장 사퇴, 배경이 궁금하다'라는 사설을 통해 "민주당 전문위원실이 KBS-MBC사장과 야당측 이사진을 압박해서 몰아낼 내부 문건을 만들었다"며 "일부 시민단체는 'SBS도 적폐'라며 공격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나온 SBS 회장 사퇴 소식이어서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설]갑작스러운 SBS 회장 사퇴, 배경이 궁금하다. 조선일보 9월 12일. 칼럼 39면

또 조선일보는 14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명지대를 방문해 강규형 이사 퇴진을 촉구한 데 대해서도 "더불어민주당 내부문건 시나리오대로 방송사 노조가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의 보도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주장으로 이어지며 논란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총리에게 "민주당이 작성한 공영방송 장악 문건을 봤느냐"라며 "각본대로 진행되고 있다. 방송장악 음모다, 헌법유린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문건을 빌미로 정부의 언론개입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조선일보는 '민주당 문건'에 대해 비판의 수위를 높여가던 것과 달리 14일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국정원 문건'과 관련해 19일 단 한개의 기사만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MBC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을 공개했다"며 "국정원 적폐청산TF에 추가조사를 주문했다"고 건조하게 전했다. 18일 '한겨레'와 KBS본부 보도를 통해 MB 국정원의 공영방송 개입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지만 조선일보는 이를 다루지 않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조선일보의 '민주당 문건' 보도에 대해 "과대해석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민언련은 "문건에 명시된 모든 ‘로드맵’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이전부터 공약으로 내세웠던 ‘언론 개혁’의 일부일 뿐"이라며 "KBS‧MBC구성원들과 시민단체는 KBS 정연주 전 사장 부당 해임 및 MBC 김재철 전 사장 부임 등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이 노골화되던 시점부터 퇴출 운동을 벌여왔다"고 설명했다.

또 민언련은 "조선일보가 지목한 문건 내용들 역시 상식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민언련은 "공영방송 관리‧감독은 방통위의 권한이자 의무이고 방송사 재허가 심사는 공영방송 내 비위나 위법을 시정하기 위해 실시하는 절차"라고 덧붙였다. 이어 "조선일보가 이를 알면서도 ‘여당의 공영방송 장악’으로 보도하는 건 국민을 향한 기만이자 명예훼손 범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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