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던 여배우 최진실이 스스로 죽음을 택한 지 2년도 안된 상황에서 그녀의 남동생인 최진영도 자살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인간 승리로 비견될 정도로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힘겨운 가난 속에서 화려한 연예계의 꽃이 되어 전 국민의 사랑을 받던 그녀와 동생의 죽음은 안타까움을 넘어 충격적입니다.

누나를 잊지 못한 동생의 한숨

최진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동생의 아픔

우울증으로 인한 충동적인 자살은 학계에도 많이 보고되어 있고 자주는 아니지만 드물지 않게 주변에서도 접할 수 있는 소식들입니다. 개인적으로 자살을 동조하거나 이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자신이 원해서 태어난 삶이 아니기에 죽는 것만이라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게 무슨 잘못이냐고 강변하는 이들도 있지만 종교적인 판단이 아니더라도 삶의 소중함은 그 어떤 것보다 특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먼저 간 누나를 잊지 못하고 어린 조카들과 어머니를 부양해야한 했던 최진영의 상황을 이해 못하지는 않습니다. 스타이기에 더욱 외롭고 두려웠을 그의 삶을 감히 누가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 두렵고 힘겨운 시간들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을 최진영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듯도 합니다. 자신이 스스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음이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 자신 혼자 있음이 한없이 두렵고 외롭기만 했을 그를 생각해보면 온 몸이 떨릴 정도입니다.

먹을 쌀이 없어 밀가루 수제비로 연명해야만 했던 최진실-최진영 남매의 사연은 이미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습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가게에서 가져오는 햄버거로 연명해야 했다는 최진영의 고백도 눈물겹기만 했습니다.

그런 힘겨움을 이겨내고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가 된 최진실은 대단한 인물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좌절과 후회가 아닌 도전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이겨내고, 모두가 사랑하는 여배우가 된 최진실의 입지전적인 모습은 모든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최진실을 바라보는 팬들도 그런데 바로 옆에서 바라본 동생 최진영이야 말해 무엇 할까요? 여자의 몸으로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며 모든 이들이 사랑하는 국민 배우가 된 누나의 모습은 동생에게는 신과도 같았을 것입니다. 그런 누나가 결혼에 실패하고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하며 그에게 남겨진 것은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한계를 봤을 듯합니다.

스스로 누나인 최진실을 넘어설 수 없다는 생각 속에 살아야 했던 최진영으로서는 그 누구보다도 상실감은 컸을 것입니다. 그렇게 한 번도 하지 못했던 가장으로서의 역할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기댈 수 있었던 누나 최진실의 부재와 함께 다가온 현실적인 무게였을 겁니다.

무섭고 두렵기만 했을 최진영의 고통과 아픔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겨진 이를 위해서라도 살아야만 했습니다. 미국 초대 대통령이었던 조지 워싱턴은 영국군과의 전투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았기에 그는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초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듯 죽음보다는 살아야만 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기만 합니다.

죽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이들에게 견디기 힘든 무게로 남겨질 수밖에 없음을 알았어야 합니다. 결코 현실의 문제에서 도피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이를 옹호할 수는 없습니다. 남겨진 최진실의 두 아이와 자식들을 먼저 보낸 부모들은 어떻게 살아가라는 것인지 무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최진영의 죽음을 한없이 애도하지만 남겨진 이들의 아픔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울증이 주된 이유가 된 상황에서 남겨진 이들도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릴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나서서 그들이 죽음의 그늘에서 벗어나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때입니다. 죽은 이에 대한 애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남겨진 자들의 행복입니다.

정선희를 괴물로 만드는 것은 누구인가?

정선희와 최진실은 절친이었다고 하지요. 그렇게 절친해서인가요? 무슨 운명이 그리 모진지 정선희의 남편 안재환이 자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진실은 자살을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1년 반이 지나 안재환의 모친이 지병으로 숨지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최진영이 숨졌습니다. 누군가 정교한 시나리오라도 작성한 듯 말도 안 되는 우연 같은 운명은 남겨진 정선희에게는 천형 같기만 합니다.

여전히 안재환의 남겨진 가족들과 정선희 사이에 풀리지 않는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이 모진 운명은 그들을 허망하게만 만듭니다. 과연 그들이 전생에 무슨 인연이였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 놓여야 했을까요?

안재환 모친의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던 정선희가 최진영의 빈소를 방문했다는 소식에 일부 네티즌들은 입에 담기도 힘든 욕들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시어머니였던 안재환의 모친 장례식에는 참석도 하지 않았던 그녀가 라디오마저 다른 이에게 맡긴 채 힘겨워 하더니, 최진영의 빈소에는 방문했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안재환 죽음의 진실이 무엇인지는 죽은 이를 제외하고는 알 수 없습니다. 서로의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시각이 진실일 수는 없습니다. 생떼 같은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나 가족의 입장에서는 원인을 찾아야 하고 그렇게 쉽게 떠날리 없는 자식에 대한 애정은 자식이 아닌 또 다른 누군가가 이유가 되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정선희가 침묵을 했기에 잘못이라는 논리는 잘못된 것입니다. 진실을 이야기해도 진실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이들에게 진실 역시 변명이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지요. 네티즌들의 득달같은 여론몰이는 안재환을 죽음으로 내몬 건 사악한 정선희라는 논리 외에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정선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진행하는 라디오도 듣지 않고 새롭게 시작했다는 케이블 방송은 한 회 보고는 기겁하고 보지도 않습니다. 재미없는 방송을 왜 진행하는지 알 수 없고 그런 방송을 하는 정선희라는 인물이 달갑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녀가 모든 죄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과 친구의 죽음. 뒤이어 시어머니와 친구 동생의 죽음으로 이어진 지독한 운명 속에 외롭게 남아있는 이는 다름 아닌 정선희입니다. 그 모든 죽음이 그녀의 몫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저 정선희 마저 죽음을 택하면 모든 것들이 끝이 나는 것일까요?

정선희가 괴물이 아니라 정작 괴물이라 손가락질 하는 그들이 정선희를 괴물로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난 괴물들은 아닐까요? 막연하게 정선희를 옹호할 필요도 없지만 무조건적인 비난도 능사는 아닐 것입니다. 광장에 내몰아 돌멩이를 던진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일은 아니겠죠. 더욱 광장에 내몰린 그녀가 죄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도 모호한 상황이라면 말입니다.

죽음을 슬퍼하는 이를 괴물로 몰아가서는 안 될 것입니다. 괴물만을 만들어내는 대한민국에서 나약한 괴물을 몰아세우고 화풀이 한다고 모든 일들이 해결되지는 않겠죠. 우리 스스로 괴물이 되어 타인을 괴물로 몰아가는 일들은 더 이상 범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선희를 괴물로 보는 자신이 바로 괴물일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고인이 되어버린 최진영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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