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에 복귀한 것을 다룬 MBC <뉴스데스크> 보도와 관련해 “삼성전자 사내 방송을 보는 것 같았다” “비판적인 분석은 완전히 실종됐다”는 내부 비판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이하 민실위)는 30일 발행한 민실위 보고서를 통해 이건희 회장 경영 복귀를 다룬 MBC 보도를 비롯해 천안함 침몰 보도, 이명박 대통령 보도 등을 비판했다.

앞서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08년 4월22일 비자금 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발표한 지 23개월 만인 지난 24일,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는 말과 함께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 ‘삼성 프레임’에 갇힌 이건희 보도, MBC 뉴스의 위기

▲ 3월24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뉴스데스크>는 지난 24일 “글로벌 위기의 실체는?”을 통해 “삼성은 반도체와 휴대전화를 잇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건희 회장이 느끼는 위기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설명했다.

민실위는 “마치 삼성전자 사내 방송을 보는 것 같았다”고 꼬집은 한 구성원의 발언을 전하며, “이는 삼성이 내세운 이건희의 복귀 명분을 너무나도 친절하게 설명해준 것으로 당연한 지적”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삼성이 내세운 위기론을 ‘홍보’가 아닌 ‘기사’로 다루려면, 현 시점에서 ‘위기’의 실체가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나아가 ‘위기’를 극복하려면 이건희가 꼭 다시 등장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접근이 반드시 전제돼야 했다”며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은 완전히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삼성이 대국민 협박용으로 내세운 ‘진짜 위기론’이라는 미끼를 (알면서 또는 모른 채) 덥석 물어버린데 그친 것”이라며 “‘위기론’을 설파해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는 건 군부독재 정권들이 민주화 요구를 묵살하기 위해 내세운 ‘안보 위기론’에서 숱하게 목격했던 꼼수가 아닌가. 그런데도 삼성의 ‘위기론’을 그대로 받아쓴 것은 주어만 바뀌었을 뿐 80년대 뉴스데스크로 돌아갔다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듯 ‘삼성의 프레임’에 갇히다 보니, 경제사범 이건희가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대국민 공약들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전혀 다뤄지지 않았음은 물론”이라며 “시민사회 단체들이 쏟아 놓은 거센 비판도 우리 뉴스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사회적 논란을 다루는 기사의 ABC조차 지켜지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담당 보도국 부장은 민실위를 통해 “외면한 것이 아니라 시야가 좁았던 것 같다”며 “다른 시각의 분석 기사는 없을까 고민하다가 편집회의에서 ‘삼성이 주장하는 위기의 실체라는 것이 도대체 뭐냐’를 다뤄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렇게 보도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 뒤죽박죽, 누락된 천안함 침몰 보도

▲ 3월27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천안함 보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MBC는 사고 이후 현장에 취재팀을 급파하고 <특집 뉴스데스크>를 통해 ‘천안함 사태’를 보도했다. 27일 <뉴스데스크>는 평소 주말보다 20여분 늘어난 24개 리포트를 통해 관련 소식을 전했다.

민실위는 보도 내용과 방향과 관련해 “군 당국과 생존자들의 석연찮은 설명을 아무런 보충 설명이나 분석 없이 그대로 전한 것, 정작 시청자들이 궁금해 할 쟁점 사항에 대한 종합적 설명이나 분석이 부재했던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며 “민감한 사안인 만큼 사고 원인은 무엇인지, 왜 두 동강이 났는지, 실종자 수색이 왜 지연되고 있는지 등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에 대해 짚어보고 꼼꼼히 따져보는 보다 적극적인 보도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27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에선 해군 헌병대가 군의 부실한 상황 설명에 분노해 항의하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총을 겨누는 일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KBS와 SBS는 이 사건을 모두 주요 뉴스에서 비교적 상세히 다뤘지만, MBC 뉴스에선 누락됐다”며 “MBC는 일반적인 충돌 상황으로만 전했고, 헌병이 총을 겨누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의든, 실수든 MBC 뉴스는 현장에서 벌어진 주요 상황조차 담아내지 못한 셈이 됐다”며 “더구나 ‘의도치 않았다’ 하더라도 특히 사건 초기부터 군 당국의 석연찮은 설명에 ‘군이 무언가 은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선 이런 누락들이 하나 둘 겹치면 그것 자체로 특정한 ‘의도’로 해석될 여지를 만들게 되는 법”이라고 일갈했다.

◇ 대통령 지방 순시, 친절하게 보도

▲ 2월9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민실위는 “뉴스데스크는 이 대통령의 지방 순시를 아주 친절하게 리포트 해 대통령이 지방 업무보고를 받을 때마다 1분이 넘는 리포트 5개로 받쳐줬다”며 “반면, 대통령의 업무보고가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민주당의 문제제기는 고작 20초 분량의 단신과 ‘민주당의 고발에 반박하는’ 대통령의 말을 전하는 기사 말미에 짧게 다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매번 대통령의 발언을 일방적으로 전하거나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담긴 속뜻을 풀이하는 데 그치고 있다”며 “정책의 실효성을 점검하는 보도조차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2004년 총선을 앞둔 당시 상황에 대한 보도를 언급, “당시 MBC는 정부 정책이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며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개각을 단행하면서 선거 개입 공방이 벌어졌을 때도 청와대의 입장을 밝히는 기사만큼 청와대를 향한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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