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KBS·MBC 간부와 기자들을 사찰하고 정치적 성향에 따라 분류해 좌편향 인물을 퇴출시키는 공작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은 '문화방송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한국방송 조직개편 이후 인적 쇄신 추진방안' 이라는 문건을 작성해 KBS·MBC에서 좌편향 인물 퇴출, 노조 탄압 등을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은 MBC에 대해 좌편향 인물 및 프로그램 퇴출, 노조파괴, 민영화로 이어지는 3단계 MBC장악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겼다. '문화방송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에는 최문순 전 사장 인맥을 제거, 노조-야권에 '빌붙은' 국장급 간부 교체, '건전 성향' 인사 전진배치, 편파 프로그램 피디·작가·외부출연자 전원교체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국정원은 퇴출시킬 간부들의 과거 행적과 정치성향을 담은 명단을 작성하고 계획을 주문했다. 이 리스트에 언급된 간부들은 대부분 교체됐고 관련 프로그램 출연자들 또한 교체됐다. 방송인 김미화씨는 경영진의 압박에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그만뒀다. 같은 이유로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하차했고, 성경섭 논설위원이 진행하던 <성경섭의 뉴스터치>는 폐지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연합뉴스)

국정원은 노조파괴 공작을 벌이기도 했다. 국정원은 노조의 단체협약개정과 파업·업무방해 행위에 대한 엄중징계를 추진했다. 특히 파업 주동자에 대해 적극적인 사법처리로 영구퇴출을 추진하라고 강조했다. 노조의 자금수급을 막기위해 수익사업 차단을 지시했고 현 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건전'노조위원장 당선을 지원해 상급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과 결별을 기획하기도 했다.

마지막 단계는 소유구조 개편에 관한 내용이었다. 국정원은 "문화방송 구성원 스스로 민영화를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다공영 일민영’ 체제를 ‘일공영 다민영’ 체제로 전환해 시장원리를 확립할 것"을 계획했다. 국정원은 보고서에서 '인수자 공모' 등을 적시해 문화방송 장악의 최종 목표가 '민영화'라는 것을 드러냈다.

KBS의 경우는 MBC보다 좀 더 치밀한 계획이 세워졌다. 2010년 국정원이 작성한 '한국방송 조직개편 이후 인적 쇄신 추진방안'을 보면 이명박 캠프 언론특보 출신인 김인규 사장 취임 뒤 좌편향, 무능·무소신, 비리연루 여부 등을 기준으로 인사대상자를 색출하라고 돼 있다. '사원행동'가담자, 언론노조 조합원, '편파방송'전력자 배제를 지시하기도 했으며 정연주 전 사장 추종 인물 리스트를 작성해 무관용을 원칙으로 배제하라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국정원이 간부들의 개인성향과 과거행적을 기록한 명단을 작성한 것으로 보아 간부들에 대한 개인사찰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이 명단에는 '광우병 깃발시위 왜곡보도를 방관했는데도 아직 건재하다', '친노조 성향으로 대통령 라디오 연설을 공공연하게 반대', '6·25 남침유도설 제기 등 종북좌파성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외에도 개인신상과 관련된 정보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한국방송 조직개편 관련 좌편향 인사 여부'문건을 입수해 18일 오후 1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의 방송장악 공작을 폭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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