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다 잡은 경기를 놓쳤다. 시즌 내내 고민이었던 불펜은 외부의 수혈에도 풀어내지 못했다. 불안 요소가 컸던 김세현을 미래 자원과 교체하는 강수까지 두며 시즌 우승에 대한 열망을 보였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한두 경기 반짝하는 잘하는 것으로 고민이 해결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돌아온 임기영 최고의 활약에도 불펜 불쇼로 승리 날아갔다

임기영과 린드블럼의 선발 맞대결은 의외의 재미로 다가왔다. 미국으로 갔던 린드블럼은 여름 다시 돌아왔고, 롯데의 상승세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의 가을 야구가 가능해진 것 중 하나가 바로 린드블럼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번 경기에서도 기아는 린드블럼 공략에 힘겨워했다. 초반부터 강력한 파워 피칭과 유인구를 이용한 삼진 능력은 탁월했다. 린드블럼의 호투에 맞선 임기영 역시 만만하지 않았다. 부상과 피로를 벗어나 지난 등판에서 가능성을 보인 임기영의 전반기 모습을 되찾는 모습이었다.

KIA 선발투수 임기영 [연합뉴스 자료 사진]

임기영에게 2회는 아쉬움이 컸다. 1사 후 김문호에게 2루타를 내준 것이 화근이었다. 공이 나빠서가 아니라 잘 친 김문호로 인해 힘든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번즈와 황진수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롯데는 2-0으로 앞서나갔다.

호투를 하는 린드블럼을 생각해보면 2점은 의외로 부담스러운 점수 차였다. 기아의 타격감을 생각해보면 이 정도 점수 차는 크지 않다. 지난 경기에서도 두 자리 점수를 뽑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기아는 커브와 유인구에 능한 투수가 나오면 맥을 못 추고는 한다.

이번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린드블럼은 기아 타선을 잘 알고 있었고, 그렇게 철저하게 상대 타자를 공략하는 방법을 삼진 쇼로 증명했다. 4회 실점을 하기 전까지 린드블럼에 의해 7개의 삼진을 당했다.

나지완의 힘과 사직구장의 바람이 절묘하게 만들어낸 홈런이 린드블럼의 삼진쇼를 끝내는 듯했다. 하지만 홈런을 내준 후에도 기아 타자들은 연속 삼진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철저하게 린드블럼에게 끌려가던 기아 타선은 선두 타자로 나선 서동욱이 동점 홈런을 만들며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다.

롯데 선발투수 린드블럼 [연합뉴스 자료 사진]

버나디나의 안타에 이은 나지완의 희생 플라이로 역전에 성공한 기아는 그 흐름을 계속 이어가는 듯했다. 린드블럼은 8이닝 동안 116개의 투구수로 6피안타, 2피홈런, 10탈삼진, 무사사구, 3실점을 하고 물러났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린드블럼이 국내에서 통할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준 경기였다.

린드블럼에 맞선 임기영은 초반 2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임기영은 7과 2/3이닝 동안 105개의 공으로 6피안타, 5탈삼진, 1사사구, 2실점으로 호투를 보였다. 초반 흔들리며 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이후 롯데 타선을 완전히 공략한 임기영은 확실하게 살아났다.

4회부터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내며 임기영이 왜 주목을 받았던 투수였는지 증명했다. 다시 살아난 묵직한 투구를 롯데 타선이 넘어서긴 힘들었다. 2개의 2루타를 내주기는 했지만 장타를 막아내고 상대를 압도하는 투구는 롯데로서는 공략이 힘들 수밖에 없었다.

3-2 상황에서 9회는 기아에게는 안타깝기만 했다. 9회 선두타자 나지완이 볼넷을 얻자 기아는 신인 이진영을 대주자로 내보냈다. 그리고 안치홍은 보내기 번트로 주자를 2루까지 내보냈다. 이 상황에서 롯데는 이범호를 고의 4구로 내보내며 한 점 지키기 야구에 들어갔다.

롯데 자이언츠 문규현. [연합뉴스 자료 사진]

1사 1, 2루 상황에서 기아는 김주찬을 대타로 내보냈다. 히든카드가 될 수밖에 없었던 김주찬의 타구는 중견수 플라이로 잡히고 말았다. 문제는 이 상황에서 벌어졌다. 2루 대주자였던 이진영의 주루 플레이는 기회를 망치고 말았다. 크게 뜬 외야 플라이에 긴 리드는 무의미하다.

2루라는 점에서 안타가 되어도 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베이스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3루로 진루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이진영은 황당한 주루 플레이를 했다. 그 타구에 3루 중간까지 리드를 한 이진영은 김주찬의 깊숙한 중견수 플라이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만약 정상적인 주루플레이가 되었다면 2사이기는 하지만 1, 3루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는 상대 수비 포메이션을 변하게 만들고, 기아로서는 도망가는 점수를 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주루 플레이 하나는 결국 경기 자체를 망치고 말았다. 김선빈의 잘 맞은 타구가 3루수 직선타가 되며 끝난 기아의 9회 공격은 아쉬움만 커졌다.

KIA 투수 김세현 [연합뉴스 자료 사진]

1점 차 승부에서 김세현은 그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1사 후 강민호에게 사구를 내준 후 대타 최준석의 안타에 이어, 번즈의 2루 땅볼은 동점으로 이어졌다. 빠져 나가는 타구를 안치홍이 잘 잡아 아웃 카운트를 하나 만들어낸 것이 대단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번 경기를 마무리한 문규현의 끝내기 안타로 경기의 롯데의 몫이 되었다.

기아의 불펜 고민은 그렇게 여전하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기아의 1년 농사가 어떻게 끝날지 알 수는 없지만 내년 시즌 불펜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와 수급이 절실하다는 것을 명확하게 해주었다. 오버페이스를 한 선발은 후반기 들어 지쳐갔고, 그 과정에서 불펜은 꾸준함을 보여주지 못하며 불안하게 하고 있다.

1위를 노리는 두산도 함께 패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지만 기아의 우승은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매직넘버가 등장했지만 무의미하게 다가올 정도로 불안한 기아는 과연 시즌 우승을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이번 경기에서 씩씩하게 잘 던진 임기영은 분명 큰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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