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보기 힘들어졌지만 지난 정부 시절 유행했던 최고의 한 마디는 ‘헬조선’이었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청춘들의 절망이 담긴 이 말에 당시 새누리당은 ‘국가비하’라며 불편한 기색이었다. 시민들은 그런 새누리당을 향해 진저리를 치면서도 한편으로는 같은 시대를 살면서 어떻게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냐며 의아해 했다.

모든 상황이 젊은이들에게 꿈과 도전보다는 안정과 안주를 택하게 강요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아프니까 청춘이다”식이니 새누리당은 특히나 젊은 층에 미운털이 박힐 수밖에는 없었다. 정당이라면 속은 어쩔지라도 겉으로나마 사회 불만을 포용하는 척이라도 하는 것이 보통인데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새누리당의 반응은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럴 만한 속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요즘 강원랜드는 청탁랜드로 통한다. 이 문제를 집중 보도한 한겨레신문에 의하면 강원랜드는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소속의 권성동, 염동열 의원 등을 비롯해서 사회 기득권층들의 온갖 청탁이 집중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500여 명 채용에 1000여건의 청탁이 쇄도한, 한마디로 ‘빽들의 전쟁터’였던 것이다. 지원자의 스펙 따위는 문제가 아니었다. 누구 힘이 더 세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 모양새다.

강원랜드 본사[연합뉴스 자료사진]

강원랜드 채용비리에는 빽과 함께 돈도 전쟁에 뛰어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랜드 채용 대가로 수천만 원의 뒷돈이 오갔다는 것이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강원랜드 16년차 근무자의 고발에 담긴 내용이었다. 그는 “일반직 청탁은 15000~1700만원, 직급이 높으면 3000만원을 입금하라고 온라인 계좌를 미리 알려준다. 요즘은 조금 올랐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국내 1위 포털 네이버 역시 권력자들의 청탁에 저자세를 취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네이버 한성숙 사장은 진경준 전 검사장 딸에게 특혜성 혜택을 준 것에 대해 사과를 했다. 그러나 TV조선 단독보도에 의하면 또 다른 대법원판사의 아들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네이버가 사과해야 할 것은 단지 진경준 검사장의 경우에 국한되지 않으며, 그 수 또한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가능케 하는 일이다. 실제로 한성숙 대표의 사과문의 ‘특정인들’이라는 복수 표현이 이를 뒷받침하기도 한다. 국내 뉴스의 대부분을 소화하는 포털이 이처럼 권력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단순한 비리가 드러난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그동안 네이버를 둘러싼 많은 의혹과 루머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어쩌면 강원랜드 채용비리보다 네이버에 더 큰 무게가 얹힌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염동열 의원 [연합뉴스 자료 사진]

어쨌든 시간을 되돌려 새누리당 시절로 돌아가 묻고 싶다. 이래도 ‘헬조선’이 국가비하냐고 말이다. 그런데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처럼 엄청난 채용비리 아니 채용게이트가 터졌음에도 너무 조용하다는 점이다. 이름을 어떻게 붙이든 기업의 채용구조를 왜곡시킨 대형게이트임에 틀림없다. 당장 노량진으로 달려가 취준생들의 인터뷰 따느라 바빠야 할 언론사들도 짐짓 딴청 중이다.

기득권의 카르텔이 움직이고 있다는 의심을 갖게 된다. 강원랜드의 채용을 농단한 빽들은 지금까지 거론된 몇몇 사람 이외의 존재들을 강력하게 의미한다. 정치계는 물론 언론, 사법 등 소위 한국에서 방귀 좀 뀐다 하는 부류들은 모두 연루되었다는 의심이 과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통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언론들도 소극적이며 포털 또한 관련 기사들을 전면에 배치하지 않는다. 수사는 시작도 않았는데 끝난 느낌이 든다. 단지 기분 탓일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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