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도형래 기자] 15일 조선일보가 통일부의 대북지원 계획을 '덮어 놓고' 비난, 냉전시대에나 나왔을 법한 ‘핵 대 핵’ 논리를 펴며 ‘핵무장’을 주문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6일 문 대통령을 향해 “취임 후 거의 처음으로 국가 안보 수호자와 군 통수권자의 면모를 느끼게 한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은 바 있다.

조선일보는 15일자 사설 [문 대통령 "전술핵 배치 반대" 정부는 대북 지원 검토] 사설에서 “핵에는 핵으로만 대응할 수 있는 것은 핵이 개발된 이후의 진리”라며 “북핵에 대응해 미국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핵 대 핵’이 절대적으로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북핵으로 남북의 군사력 균형은 '100 대 0'으로 무너졌는데 이게 평화인가”라며 “5000만이 핵 인질로 북 집단에 굴종하면서 살자는 얘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북·중·러가 다 핵무장국인데 미국 전술핵이 한국에 재배치된다고 무슨 동북아 핵 경쟁이 더 벌어진다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며 “핵 대 핵으로 맞서야 하는 것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의 사설은 소련과 미국이 전 세계를 두 진영으로 나눠 대립하던 20세기 냉전시대의 군비 경쟁 논리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조선일보 사설] 文 대통령 전술핵 배치 반대, 정부는 對北 지원 검토 (2017년 9월 15일자 오피니언 35면)

조선일보가 ‘핵 대 핵’이라는 해묵은 냉전논리를 들고 나온 이유는 '안보 위기감'을 고조하기 위해서라는 게 이날 사설에서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은 '전술핵이 평화와 안정을 저해한다'고 했는데 지금 평화롭고 안정된 상태인가”라며 “본인 스스로 얼마 전엔 ‘6·25이후 최대의 위기’라고 했다”고 안보 위기감을 높였다.

이어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최악의 경우엔 생존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는 선택 가능성을 대통령이 먼저 일축하면 대한민국의 지렛대는 무엇이 남나”며 “한국 대통령은 독자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성사 여부를 떠나 최소한 전략적 모호성은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이날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정부의 대북 지원에 대해 ‘수긍이 가지 않는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는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 구멍을 막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정작 한국 정부가 아무리 인도적 차원이라고 해도 이틀 만에 대북 지원에 나선다면 어떻게 되나”고 따져 물었다.

통일부는 14일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 등 유엔 기구의 요청으로 80억 규모의 지원 계획을 밝혔다. 조선일보도 이에 “북한 아동·임산부 구호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당위적인 입장에서 찬성 의견을 표시했다.

통일부는 조선일보가 비판한 것처럼 북한에 당장 내일 모레 지원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구체적인 지원내역 및 추진 시기 등은 남북관계 상황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당국자의 말을 무시하고, 결정되지 않은 ‘지원 시기’를 들어 반대했다. 조선일보가 취재에 미흡한 것인지, 통일부 당국자의 말에 귀를 닫은 것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국민의 눈과 귀를 대신하는 언론인의 자세로 부적절한 처사라는 점은 확실하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이 1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제기구를 통해 800만 달러 대북인도지원 검토한다는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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