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밤,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이 침몰한 것과 관련해 방송사들이 잇따라 속보, 특보를 편성하는 등 긴급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다.

그러나 보도 과정에서 “북한의 공격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보도로 시청자들이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촉구하는 등 정확한 사실을 보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사건이 발생한 지 수 시간이 지났음에도 “정부의 브리핑에만 의존한 채, 같은 내용을 계속 보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6일 밤 9시45분 쯤, 서해 백령도 서남쪽 1.8Km 해상에서 경비 활동을 하던 1200톤급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 배 뒤쪽 부분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발생했다. 이후 배 뒤쪽 바닥에 구멍이 뚫렸으며 구멍을 통해 물이 계속 차오르면서 배는 가라앉기 시작했다. 오늘(27일) 오전 8시 기준으로, 승선 인원 104명 가운데 58명이 구조됐으며, 실종된 나머지 40여명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 KBS <뉴스 특보> 화면 캡처
KBS “북한 공격 가능성 있어”

26일 밤 11시 <뉴스라인>을 통해 속보로 초계함 침몰 소식을 처음 전한 KBS는 27일 새벽 12시10분, 새벽 4시, 오전 10시, 오전 11시 등 잇따라 특보를 통해 관련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그러나 보도 초반,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정확한 사실을 전하지 않았다.

새벽 12시10분 <특보>에서 박상범 앵커는 “백령도 인근에서 우리 해군 초계함이 침몰하고 있다”며 “북한의 공격일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박희봉 기자도 전화 연결을 통해 관련 소식을 전하며 “북한측 어뢰에 맞았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지만 아직 당국으로부터 공식 확인된 내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에 KBS 뉴스게시판에는 “혼란이 컸다”며 “좀 더 확실한 내용을 우선적으로 보도하길 바란다”는 시청자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정민씨는 26일 ‘해군 초계함 보도 관련’ 글을 통해 “11시 뉴스를 통해 해군 초계함 보도를 들었는데 혼란이 컸다. MBC뉴스 속보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라며 “서로 빨리 속보를 내보내고 싶기에 정확한 확인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KBS는 북측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아직 추측인 이야기를 가지고 보도화면 첫 장면에 자막으로 쓰는 것은 시청자에게 혼란을 주는 행위다. 멘트에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로 표현했지만 자막으로 ‘북측’을 언급하니 불안감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 MBC <마감 뉴스> 화면 캡처
MBC “북한 공격 가능성 아주 높아”

MBC는 관련 소식을 처음 전하면서 “북한의 공격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보도했다.

26일 밤 12시 <마감뉴스>를 진행하는 김주하 앵커는 “오늘은 긴급소식부터 전해 드리겠다”며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했다. 북한의 공격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국방부에 나가있는 김정호 기자도 전화 연결을 통해 “군 당국은 현재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른 우리 해군 구축함이 침몰시킨 미확인 물체는 어뢰를 장착한 북한의 반잠수정으로 보인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정리하면 북한의 반잠수정이 어뢰로 우리 초계함을 공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며 “만일 북한의 공격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남북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오늘 오전 <뉴스투데이> “정부 '비상 대기'‥북 연계 가능성 불투명”을 통해선 “정부는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볼 때 이번 침몰이 일단 북측과 연관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미확인 물체와 관련해서도 정부는 북한의 반점수정이 아닌, ‘새 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MBC는 “사고 발생 3시간여만에 합동참모본부는 ‘아직까지 천안함 침몰 사고가 북한에 의해 발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밝혔으며,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가진 청와대도 ‘이번 사고에 북한이 직접 연관됐을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MBC 뉴스게시판에는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를 보도하지 말라”는 시청자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시청자는 “어젯밤 김주하 앵커가 단정적으로 ‘북의 도발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멘트를 했는데, 결국 ‘북의 도발 가능성 낮다’로 결론이 나왔다”며 “확실치 않은 이야기로 보도 하지 말자”고 촉구했다.

다른 시청자도 “방송된 꼭지만 계속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 무슨 뉴스인지, 사건 발생하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데 대충 기자실서 받은 브리핑 자료만 읽는 뉴스, 한심하다”며 “확인된 정보도 아니고 나오는 대로 방송에서 말하면 다 뉴스가 아니지 않냐”고 비판했다.

▲ SBS <나이트 라인> 화면 캡처
SBS, 초계함 침몰 보다는 ‘김연아 중계’

SBS는 26일 밤 11시 <스타 부부쇼 자기야> 방송 도중 속보를 통해 관련 소식을 전했다. SBS도 다른 방송사와 마찬가지로 속보와 자막 등을 통해 ‘북한 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시청자들이 뉴스 게시판에 항의성 글을 올리는 등 비판하고 나섰다.

SBS는 또 방송사들이 잇따라 속보, 특보를 통해 실시간 상황을 전할 때 김연아 선수가 출전한 ‘2010 ISU 세계 피겨선수권’을 위성 생중계했다. SBS는 경기가 끝난 뒤인 새벽 1시45분(편성표 기준)부터 <나이트라인>을 통해 관련 소식을 전했다.

한 시청자는 “어제 11시30분쯤 예능 프로그램 시청 중 속보를 접했다. 속보는 제대로 확인한 뒤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보도를 해야지,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소행이라고 보도 해버리는 것은 국민들을 불안에 빠뜨리는 굉장히 잘못된 보도행태라고 생각한다”며 “제대로 해라. 똑바로 해라”라고 일갈했다.

다른 시청자도 “워낙에 화가 나서 올린다. ‘북한 공격’에 의한 침몰이라며 확인도 안 된 속보를 내지르는 용기는 어디서 나오냐”며 “김길태 때도 증거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얼굴 드러내고 범인으로 확정지어 버리질 않나. 요즘 언론들 이게 유행인가? 개념은 집에다 놓고 다니냐”고 맹비난했다.

이명박 대통령 “철저하고 신속하게 진상 규명해야”

한편, 이번 초계함 침몰 사태와 관련해 오늘 오전 7시30분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이명박 대통령은 “한 명의 생존자라도 더 구조할 수 있도록 군은 총력을 기울여서 구조 작업을 진행하라”며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철저하고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김은혜 대변인은 “오늘 회의에서는 아직까지 북한의 특이동향은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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