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기자협회가 민주당 도청의혹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자 진술을 확보해 공개했다. 진상조사위는 12일 1차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측으로부터 도청의혹사건 당사로 지목된 J기자에게 녹음녹취를 지시한 중견기자의 진술과 KBS에서 회의내용을 보고서 형태로 작성한 문건을 봤다는 국장급간부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J기자에게 녹음·녹취를 지시한 중견기자는 "취재 지시를 누가 내렸는가?"라는 조사위원의 질문에 "내가 최대한 취재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녹음'이라도 하든가 '녹취'가 가능하면 녹취도 하라고 했다"고 답했다.

12일 KBS기자협회 민주당 도청의혹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관련자 진술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미디어스)

정필모 진상조사위원장은 "선배가 녹음·녹취 얘기까지 하며 취재를 해오라고 하면 압박을 상당히 느낄 수 있다"며 "결국 당시 3년차 막내기자였던 J기자가 상당부분 부담을 가지고 취재를 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정을 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상조사위는 취재지시를 내린 중견기자가 "민주당의 비공개회의는 J기자가 주로 취재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며 "결과적으로 도청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으나 도청의혹 사건의 '키'를 J기자가 쥐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J기자는 현재 입을 닫고 있는 상황이다.

진상조사위는 KBS 작성 문건을 봤다는 국장급간부의 증언도 확보했다. 해당간부는 도청의혹 사건이 터진 후 정치부를 상대로 내막을 파악하던 중 내부문건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진상조사위는 "해당 간부는 문건에는 민주당 비공개 회의 내용이 담겨있었고 회의참석자의 이름과 핵심 발언내용 그리고 내용을 분석한 글들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영섭 진상조사위 간사는 "(국장급간부가)해당 문건이 녹취록 형태가 아니라 일반적인 보고서 형태로 보였다고 말했다"며 "보고서에 익숙한 간부가 자신이 본 문건이 그동안 보아왔던 여러가지 형태(원본, 내부보고용, 회람용, 사장보고용 등)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해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도청의혹사건은 2011년 6월 23일 오전 당시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KBS 수신료인상 관련회의> 내용이 다음 날 오전 당시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에 의해 공개되면서 드러난 사건이다. 민주당은 도청의혹 당사자로 대표실 주변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KBS 정치부 J기자를 지목했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핵심증거인 J기자의 노트북과 핸드폰을 확보하지 못했고 사건은 증거불충분으로 종결됐다.

지난 6월 8일 뉴스타파가 임창건 KBS아트비전감사(사건당시 보도국장)의 증언을 토대로 민주당 도청의혹사건에 대한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건이 재점화됐다. 임창건 감사는 한선교의원이 공개한 문건을 KBS가 작성했으며 문건을 건넨 것도 KBS라고 증언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조 등은 지난 6월27일 이 사건과 관련해 고대영 KBS 사장과 자유한국당 한선교 의원, 임창건 당시 KBS 보도국장 등 6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6년만에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 재수사에 돌입한 상태다.

진상조사위의 최종 조사결과는 이르면 이달 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진상조사위는 "공문, 메일, 전화, 메세지, 주변의 설득 등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술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관계자들이 자신이 알고있는 것을 100% 털어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조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KBS기자협회는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은 KBS기자가 관여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전체 구성원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지만 KBS울타리 안에 있다는 점에서 결코 그 죄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어 "저널리즘 회복과 문화혁파에 있어 최우선적으로 민주당 도청의혹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조사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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