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라는 딱지가 붙었지만 사드가 배치되었다. 사드는 상징성을 제외하고는 효용성이 거의 없다. 미국을 위한 방어체계 역할을 해주는 것을 제외하고 사드가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사드 배치 답이 없다;
고흐와 마광수 시대가 품지 못한 천재의 죽음, 모든 것은 슬프게 간다

내우외환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문 정부 전체를 흔드는 상황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사드가 긴급 배치되었다. 지난 정부에서 긴급하게 알박이 하듯 설치한 사드, 긴급하게 변하는 국제 상황 속에서 문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자체가 좁아졌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공포를 극대화하는 것은 통치를 위한 가장 손쉬운 수단이다. 국민의 공포심을 유발해 권력자들에게 모든 것을 위탁하게 하는 형태의 정치는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다. 박정희가 독재 정치를 하던 시절, 그리고 그가 만든 정당은 전두환으로 이어져 현재의 자유한국당으로 지속되어 왔으니 그 전통이 변할 리 없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바른정당이라고 다른 물이 아니다. 그들은 국민들의 복지는 당장 필요 없다며 전쟁을 위해 10조를 사용하자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설 정도다. 보수세력이 유지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도구가 공포심이란 사실을 뼛속 깊이 터득한 그들에게 이런 불안한 상황은 달가울지 모른다.

북한의 통치 철학도 단 하나다. 불안과 공포를 조성하는 방식의 통치는 박정희 시절 명징한 공통점이었다. 북한과 미국의 거친 설전 속에서 그들의 노림수는 제각각이다. 한반도 평화를 이끌려는 노력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인해 무의미한 가치처럼 여겨지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절대 가치다. 하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문 정부의 주도 하에 평화를 추구할 의미를 찾지 못한다. 비루한 권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도발을 통해 힘의 우위를 외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이런 불안은 자연스럽다.

전술핵을 한반도에 다시 배치해 힘의 균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극우 세력들은 안보 장사를 통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해왔다. 당장 전쟁이라도 나서 한반도가 모두 사라지는 것을 원하는 듯한 극우 세력들의 행태는 추악함을 넘어 불안하게 다가올 뿐이다. 평화와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정책 프레임은 북한을 등에 업은 극우 세력들에 의해 다시 안보 프레임으로 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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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서 사드 배치는 극우 세력들이 가장 좋아하는 내부 분열의 시작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씁쓸하기만 하다. 극단적인 불안을 조성하고 전쟁 무기를 적극적으로 판매하겠다고 나선 트럼프의 안보 장사는 서글프게 다가온다.

"강렬한 색채와 열정으로 꿈틀대는 그림들. 해바라기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평생 가난한 무명의 삶을 살았습니다. 화가로 활동한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남긴 작품은 모두 2천여 점이나 됐지만 생전에 판매됐던 작품은 단 한 점이었습니다. 고흐는 화단의 외톨이였고, 심지어 그가 1890년 브뤼셀의 한 전시회에 참가했을 때 극렬하게 반대한 화가도 있었습니다"

"시인 윤동주의 진면모를 세상에 널리 알려낸 사람… 그는 지난 1983년 윤동주의 작품 전편을 분석하면서 그의 시 저변에 가라앉은 '부끄러움'의 정서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일제 말 암흑기, 우리 문학의 공백을 밤하늘의 별빛처럼 찬연히 채워주었다" 마치 시처럼 느껴지는 아름다운 분석으로 윤동주 시론을 펴낸 문학가의 이름은 바로 마광수였습니다"

"한때 외설스럽다.. 하여 법정에까지 갔던 논란의 주인공입니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 마음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내고 싶었을 뿐… 엄숙주의와 도덕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오랜 시간 동안 비난과 편견에 시달려온 그는 결국 세상을 견디지 못한 채 떠나갔고 우리는 뒤늦게 시대와 불화했던 문학인을 추모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가 마지막 시절에 그린 프랑스 '오베르'의 넓고 푸른 들녘. 외톨이였던 화가가 화폭에 담아낸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는 감출 수 없는 슬픔과 외로움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 마광수 교수가 세상에 남긴 시집의 제목은 <모든 것은 슬프게 간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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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오랜 공부를 통해 그런 예술을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만들어지고 그들에 의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문화와 예술을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 역시 예술 본연의 그리고 본질 자체를 완벽하게 안다고 할 수 없다. 그만큼 예술은 쉽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동생 테오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아 그림을 그렸던 고흐. 지금은 모두가 사랑하는 천재 화가 고흐는 그가 살던 시절에는 누구도 인정하지 않은 화가였다. 그리고 마광수를 외설 작가로 낙인을 찍었던 <즐거운 사라>는 지금 시대에는 그런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책도 아니다.

윤동주를 연구해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되었던 마광수는 그렇게 국내의 엄숙주의를 깬 소설로 인생이 바뀌고 말았다. 소설을 법의 잣대로 들이밀어 구속까지 시킨 시절이 먼 옛날이 아닌 지난 1990년대라는 사실이 더욱 충격적이다. 도주의 위험도 없는 교수를 강의 중 학생들 앞에서 긴급체포하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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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숙주의와 도덕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비난과 편견에 시달려왔던 마광수는 그렇게 세상과 등을 지고 말았다. 고흐의 마지막 시절 그림인 프랑스 '오베르'의 넓고 푸른 들녘은 그가 무엇을 갈망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톨이에 자신의 작품마저 인정받지 못한 천재 화가가 담은, 아름다운 자연이 주는 자극은 강렬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故 마광수 교수가 세상에 남긴 시집 제목 <모든 것은 슬프게 간다> 역시 그의 삶을 스스로 정의한 구절일 것이다. 태어나면서 죽음을 향해가는 인간들에게 그 마지막이 행복할 수는 없다. 그 모든 것들이 슬프게 가는 현실 속에서 고인이 된 마 교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억압과 굴종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자유를 이야기하는 것은 쉬운 게 아니다. 적폐 청산을 어렵게 만드는 수많은 일들. 오민석 판사가 보이는 행태는 여전히 사법부 적폐가 얼마나 깊숙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언론 자유를 위해 총파업에 나선 언론인들. 평화를 위해 생업을 접고 사드를 막아서던 주민들. 모든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시대 사람들에게 모든 것은 다 그렇게 슬프게 가는 것일까?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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