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의 노비당을 연상케 했던 동이의 검계가 순식간에 붕괴되었다. 포도청 종사관(정진영)에게 밀지를 전하려다가 금부의 첩자가 분명한 부장에게 들킨 것이 화근이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종사관의 부친인 부제학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검계가 쑥대밭이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인데 그런 중요한 반전의 단서가 설득력을 갖기에 상당히 허술했다.

단역배우도 아니고 보조출연자급이 연기한 것부터가 잘못의 시작이었다. 그 이후 별도로 잡힌 검계 단원이 고문을 당하고 버티다가 결국 모든 것을 털어놓는 전형적인 과정은 없었지만 그랬다는 단서로 최효원이 잡힌 현장에 데려와 얼굴 조금 긁힌 것을 보여주었다. 목숨을 걸고 비밀조직에 가담한 조직원이 멀쩡히 서있을 정도의 고문에 모든 것을 털어놨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포도청에서 잡힌 검계가 아주 강단 없는 인물이라 곧바로 사실을 실토했다고 치더라도 금부는 잡힌 그가 몰랐던 그밖에 모든 것을 어떻게 알고 대규모 군사를 동원해 미리 잠복하고 있었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전까지 보여진 검계의 모습은 신출귀몰하고 대단히 조직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 결말은 너무나 허술하고 충분한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물론 동이가 검계와 권력층 간의 대립을 그린 것이 아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첫 회를 통해 기대감을 잔뜩 키워 놓고는 너무 허무하게 와해시켰다. 성인 동이가 등장하기 전 어린 동이의 4회를 빠른 전개로 끌고가 관심의 끈을 늦추지 않기 위해서 그랬을 것이라는 짐작은 하면서도 설득력을 갖추지 못한 용두사미격 처리는 아쉽기만 하다.

1회의 끝에서 연결된 2회 첫 부분 검계의 집회모습은 마치 동학을 보는 듯한 엄숙함과 결의를 통해 긴장감을 조성했다. 그렇기 때문인지 검계의 허무한 와해로 인해 느끼는 낭패감은 스토리의 개연성을 더욱 따지고 싶게 한다. 최효원의 연설에 감동받고 또 공감한 검계의 존재가 너무 허망하게 무너져버린 아픔이 더욱 클 지도 모를 일이다. 그의 연설을 옮겨와 본다.

"우리가 처음 검을 들었던 날들을 기억하는가. 그날은 죄 없는 애미가 매를 맞은 날이고, 그날은 꽃 같은 우리 누이가 능욕을 당하고, 하나밖에 없는 우리 아우가 소같이 팔려간 날이었다. 우리 모두는 심장에 검을 품었고 다시는 죄 없이 짓밟히지 않을 것을, 다시는 억울하게 당하지 않을 것을 맹세하였다. 그저 천인이라는 이유로 죄 없이 죄인이 될 수 없다. 천인이라는 이유로 목숨을 잃게 만들지도 않겠다"

분명 허구에 불과한 드라마의 새드, 해피엔딩에 집착하게 되는 것처럼 드라마를 보면서 감정이입이 안 될 수 없기 때문에 최효원의 감동적인 연설을 보면서 울컥 했던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말은 하나하나가 폐부를 찔렀다. 그의 이 연설 때문에라도 검계의 붕괴가 못마땅하고, 왜 그랬냐고 떼쓰고 싶은 심정일지도 모르겠다.

검계의 충격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미 와해된 검계는 더 거론되지 않겠지만 동이의 성장을 그리기 위해서는 장악원이 앞으로도 계속 배경이 될 텐데, 1회의 대규모 연희장면은 그 정성만으로도 잘못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2회에 보여진 사소한 오류들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 분명하기에 우려가 된다.

최동주가 서고에 잡입 하기 전 잠시 보여진 장악원 풍경은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 황주식(이희도)이 연습 중인 악공들에게 대비전으로 가라고 지시하는 장면인데, 그때 보여진 악기들은 궁중에서 쓰인 것들이 아니다. 또한 어떤 곡을 연습했건 간에 화면에 보여진 것처럼 북과 장구가 많을 수가 없으며 그 북들 또한 모두 풍물북이라 장악원에 있어야 할 악기가 아니다.

장구는 어떤 편성이건 딱 하나만 쓰인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이후 악공들이 이동하는 장면에서 보면 죄다 풍물북에 장구를 들고 간다. 게다가 가야금도 궁중에서 썼던 법금이 아니라 그 이후 한참 뒤에나 나왔을 민속가야금(산조가야금)을 그것도 짐 나르듯이 들고 간다. 가야금은 뒷판에 공명통이 있고 그곳에 손을 넣어 들게 되어있다. 장악원을 배경으로 한다면서 아주 기본적인 것조차 지키지 못한 실망스러운 장면이다. 향후 좀 더 세심한 연출을 기대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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