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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청원으로 보는 한국 사회소년법 폐지·여성 대상 징병론 등이 가리키는 것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7.09.06 08:48

버락 오바마 정권 시절인 2011년 9월,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페이지가 신설됐다. ‘We the People’란 이름의 사이트가 그것인데, 일정 인원 이상이 참여하는 청원에 대해 백악관이 일정 기간 내에 반드시 답변하도록 하는 형식이다. 초기의 인원제한은 5천 명 이상이었지만 청원이 몰리면서 곧 10만 명으로 상한이 늘어났다. 이 시스템은 미국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는 공론장 역할을 제대로 다 하지는 못했지만 갈등 그 자체를 드러내는 역할은 매우 충실히 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이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듯한 청와대 홈페이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베스트 청원’에 올라와 있는 것은 세 건인데 청소년보호법 폐지, 징병 대상 여성까지 확대, 소년법 폐지 등이 핵심 요구이다. 이 중 청소년보호법 폐지 요구는 소년법 폐지와 같은 내용이다. 

청와대 홈페이지 화면 캡처

소년법을 폐지하라는 것은 최근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등에 대한 반발이다. 가해자들은 중학생의 것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잔혹한 행위를 해놓고 일말의 반성도 없는 비뚤어진 현실 인식을 보여줬다. 피해자의 가족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소년법의 폐지를 직접적으로 요구했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경찰이 제대로 사건을 수사하지 않았고 처벌도 미약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게 이유다.

피해자와 가족들의 심경이야 십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소년법 폐지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법은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처벌한다. 즉, 이는 ‘능력’의 문제이다. 미성년자 뿐 아니라 심신장애나 심신상실의 경우도 형을 감경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법치주의가 작동하는 대다수의 국가에서 정도를 달리할지언정 이런 법 정신의 기본은 철저히 지켜진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등은 일부 흉악범죄에 대해 소년법의 관련 조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라고 한다. 이는 분명 진지하게 논의해볼만한 주장이지만 ‘정답’이라고 말할 것은 아니다. 죄를 지은 사람을 응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는 것이다. 강하게 처벌하면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알려져 있다. 오히려 엄벌주의가 범죄 양상을 더 심각하게 만든다는 주장도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가해자 일부는 “어차피 살인미수니까 더 때리자”고 했다고 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5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법의 형벌의 수위를 아무리 높여도 제지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발달단계에서는 무조건 엄벌주의를 집행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쉽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소년법 폐지 내지는 개정 요구가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법이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을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봐주고 있다”는 믿음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인식 속에서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들은 법의 맹점을 이용해 자기 욕구를 채우는 존재일 뿐이다. ‘허울 좋은 명분을 악용해 자신의 사익을 채운다’는 것은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냉소주의의 가장 기본이 되는 문법이다.

물론 이런 인식이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실제 미성년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소년법의 조항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진단한다. 어차피 법 적용을 받지 않거나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반복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이 일선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는 거다.

그러나 냉소주의의 관점이 아니라 앞서 법 정신이 가리키는 ‘능력’의 문제로 본다면 일부 문제적인 미성년자들이 이런 인식을 갖는 것 자체가 그들이 미성숙한 상태라는 근거로 인식될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이를 교정하기 위해선 교육과 선도가 필요한데 소년법의 적용이 없는 상태에서는 이게 불가능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앞서 인터뷰에서 “교도소 환경이 교육기관은 아니다. 소년법이 목적으로 하는 교육과 선도의 기능을 전혀 발휘할 수 없는 교도소로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을 보내도 되겠는가”라고 하고 있다. 그래서 이 대목에서는 여론 재판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한 대안 제시가 절실한 것이다.

부산 여중생 폭행하는 가해자들 (연합뉴스)

우리가 사회적 차원에서 좀 더 고민해볼 부분은 이 사건에 대해 여론이 반응하는 형태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냉소적 인식은 미성년자를 불순한 의도를 가진 어떤 사기꾼(?)으로 간주하고 그들에게 정당하고 공평한 책임의 분배를 요구하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인식이 미성년자의 범죄에 국한돼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또 다른 청원에서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징병 요구가 나오는 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군가산점 문제가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된 이후 이런 주장은 더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원 내용도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자원 감소를 언급하고 있지만 결국 여성이 (국방의)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도 누리고 싶은 건 다 누리려 한다는 인식을 전제하고 있다.

사실 이런 인식은 전형적이다. 인터넷에 늘상 문제가 되는 여성혐오적 표현들에서도 매번 반복되는 바다. 이런 인식에서 여성은 사회적 약자를 자처하며 사회의 ‘배려’를 독점하면서 책임은 남에게 미루는 아주 약아빠진 행동으로 일관하는 존재이다. 이 구조 속에서 결국 손해를 뒤집어쓰는 것은 남성인 ‘나’인데, 사회적 강자로서 사는 게 편하고 행복하다면 모를까 그렇잖아도 괴로운 와중에는 더 이상 참고 있을 수가 없다. ‘나’만 손해 보는 것은 억울하니 여자도 군대 가라!

다수자들의 이러한 비뚤어진 피해의식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테러를 감행한 일군의 백일우월주의자들이나 이민자 정책에 대한 불만을 집권 노동당 청년캠프에서 총기를 난사하는 것으로 해소한 노르웨이의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 역시 비슷한 인식을 공유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처한 어려움과 이로 인한 불만을 ‘배려를 받는’ 약자를 향한 르상티망으로 표출한다. 동시에 이들은 자신들이 원한감정을 갖는 대상을 ‘비정상’으로 지목해 사회 일반에서 분리 배제함으로써 자신들을 포괄하는 정상성을 스스로 회복하려고 시도한다. 바로 이런 인식이 21세기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극우주의적 열정의 동력이다.

매우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여론을 생산적인 형태로 소화해 바람직한 공론을 조성하는데 기여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이에 편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잔혹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거의 조리돌림과 다를 바 없는 형태로 자극적 보도를 이어가는 보수언론의 행태가 대표적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미성년자의 잔혹범죄를 두고 언론은 어떤 예외적 사건이 일어났다는 듯 보도하지만 바로 그런 태도가 오히려 이 사건을 만든 배후 중 하나인 사회구조적 문제를 은폐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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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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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 개념 2017-09-08 03:39:28

    모병제로 전략상 필수인원 50만명을 채울려면 어떤 직업보다 좋은 조건이어야하고
    군대 월급만으로 세금이 한해 25조이상이 들고 여러가지 부대시설과 복지등등 합치면 최소한 지금보다 30조원이상의 추경이 있어야합니다.
    당장 생산인구는 없는데 그없는 인구중에 군대로 돈빠지지 인구빠지지 하면 나라꼴 좋겠어요? 답나옵니까? 정치권 개소리 믿지 마세요
    해답은 여자들 징병하는 방법뿐이 없습니다.
    징병해서 대체복무로 공공시설에 아주 헐값에 봉사하게 하며
    거기 노동비로 나갈 세금아껴서 다른복지 올리면 댑니다.
    이게 가장현실적이고 가능한 이야기죠   삭제

    • 미친개념 2017-09-08 03:31:51

      여성들이 모병제운운하던데 모병제는 예산때문에 우리나는 실현불가능입니다.
      징병제을 했던 이유가 돈때문이었습니다.
      또한 모병제을 한다고 인원을 50만명수준으로 채운다는 보장도없고
      무엇보다 그많은 인원을 공공기업이상의 월급을 줘야하는데 세금이 엄청듭니다.
      최소한 지금보다 본봉+수당+복지비 하면 최소한두당 300만이상 줘야합니다.
      50만명 곱하기 300만원 해보세요 그걸 1년치 12로 곱해보세요
      답나옵니까? 그리고 모병제하면 중산층이상만 되도 군대절대안갑니다.
      그래서 실제 출생자 40만에서 남자 20만중 잘해야 2-3만명댈겁니다.
      여군1만   삭제

      • 미친개념 2017-09-08 03:25:48

        아주비정상적인 사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군요
        여성이던 남성이던 같은의무을 지는것이 공정한것이고
        여러나라들이 우리나라보다 전쟁위협이 강하지 않아도 여성징병제을 하고있습니다.
        한국은 여성징병을 해야할 세계1위로 필요한조건이죠.
        또한 출생자가 적어서 군병력 수급자체가 어렵습니다 벌써 몇년전부터 그렇습니다.
        1995년도즉 지금 대학2년에 휴학하고 군대갈 애들이 그때 남자는 35만명정도 태어났습니다.그런데 그중에 당장 현역병 모집에 해당해서 합당한 인구는 27만명정도입니다. 문제는 그당시는 출생자가 72만명이었는데요 지금은 40만명아래죠.   삭제

        • moon 2017-09-06 11:31:30

          국방의 의무를 같이 짊어지자는 남자들을 총기난사범과 비교하다니 말이 됩니까? 한번도 국방의 의무에 대해 다시 생각안해보셨죠?   삭제

          • 홍익인간 2017-09-06 11:00:41

            청소년 강력범죄의 70% 이상이 성폭행·추행으로, 10대 성범죄가 위험 수위

            전체 10대 강력범죄의 13% 가량을 촉법소년이 차지

            소년법은 가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의 인권을 말살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따라서, 어렸을때부터 가해자가 되어, 피해자에 잔인한 행동을 하는것이 당연하다는인식을 심어주어, 그들이 공동체 의식을 가지는것을 적극 방해함으로써. 성인이 되었을때,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한국형의 올바른 성인을 만든다.

            소년법은 청소년이 재범을 통한 범죄의 학습효과를 올리는데 목표가 있다.   삭제

            • 홍익인간 2017-09-06 10:55:50

              사회가 변해, 청소년들의 정신연령이 올라가, 각종범죄가 잔혹해지는 만큼. 소년법의 적용 대상을 초등학교 5~6학년까지 내려야 한다. 중학교부터는 성인 수준의 신체적 능력을 가지므로, 일반적인 법의 적용을 받는게 맞다고 본다. 한국은 가해자에게 온정을 주는 관대한법을 적용하니. 일반법 내에서 관련건에 대해 심사해야 한다. 소년법이 청소년 범죄를 확산, 잔혹화 시키고 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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