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라디오·시사교양 작가들이 공영방송 KBS·MBC 구성원들의 ‘총파업’을 잇따라 지지하고 나섰다.

4일 MBC 라디오 작가 60여 명은 지난 4일 "다시 빛나는 MBC 라디오를 꿈꾸며"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작가들은 “PD들이 밝힌 대로 아이템 검열과 사측의 제작개입은 작가들도 익히 알고 함께 경험했다"며 "‘세월호’ ‘위안부’ ‘대통령’ 관련 아이템은 피해야 했고, 지독하게 꼼꼼히 원고를 검열하던 시사콩트는 청취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음에도 결국 폐지됐으며, 이른바 진보성향이라는 출연자는 하루아침에 출연이 취소되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상암 MBC사옥 앞 광장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1500여명의 조합원들의 모습.(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작가들은 "PD들의 제작거부가 시작된 지난주부터 MBC 라디오는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진행자 없이 음악만 방송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PD가 떠난 자리에 작가들이 남아 방송을 유지하는 이유는 ‘라디오 올 스톱’이란 초유의 사태에 이르기 전에 MBC가 제자리를 찾길 염원하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작가들은 "하지만 사측이 끝내 PD들의 외침을 묵살한다면 MBC 라디오작가들은 작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 그 외침에 힘을 보탤 것"이라며 "PD들이 돌아왔을 때 업무복귀가 보장되지 않는 프리랜서임에도 라디오를 아끼는 마음으로 MBC 라디오 모든 프로그램의 작가들은 파업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MBC의 대표적인 음악라디오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배순탁 작가도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DJ 배철수 씨는 지난 4일 라디오 클로징에서 “누군가에게 간절히 바라본다”며 “청취자 여러분들을 빨리 만날 수 있기를 다시 만나도 좋은 방송. MBC 문화방송. 디스크자키 배철수입니다. 다시 만날 날까지 안녕히”라고 멘트했다.

지난 4일 MBC라디오<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DJ 배철수 씨가 클로징 멘트를 하는 모습.

현재 MBC 라디오는 지난주부터 담당 PD들의 제작거부를 시작, 현재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진행자 없이 음악만 방송되고 있다. 나머지 시간에는 프리랜서인 작가와 진행자들, 그리고 최소한의 간부급 PD들이 방송을 제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방송 4사(KBS·MBC·SBS·EBS) 시사·교양 작가들의 협의체로 구성된 구성작가협의회는 지난 4일 공영방송 KBS·MBC의 파업을 지지하며 연대 의지를 표명했다. 구성작가협의회는 성명에서 "방송사 내에 쌓인 적폐를 말끔히 청산해야 한다"며 "다시는 그 길고 지독했던 어둠으로 돌아가지 말아야 한다. 방송 4사 구성작가협의회도 그 길에 함께 서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작가협의회는 "공영방송 KBS의 시사교양 작가들은 지난 9년 동안 방송을 통해 시대를 비판하려고 할 때면 저지당하기 일쑤였다"며 "공영방송 KBS에서 일하며 마치 유신의 망령이 되돌아온 것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토로했다.

작가협의회는 "MBC에서는 갓 방송에 입문한 막내 작가들마저 취재와 섭외 과정에서 번번이 'MBC에서 전화드려 죄송하다'며 괴로워해야 했다"며 "MBC는 지난 2012년 노조의 장기 파업 이후, 노조 파업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MBC < PD수첩 > 작가들을 전원 해고했다. 작가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사태의 책임자들은 승승장구하며 지역 MBC 사장 등으로 호의호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작가협의회는 “고대영, 김장겸, 이인호, 고영주는 속히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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