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향후 방통심의위 구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언론개혁이 문재인 정부의 화두로 떠오른 만큼 이에 상응하는 개혁적인 방통심의위 구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하지만 현재 방통심의위는 두 달째 모든 위원이 공석으로 휴업 상태다. 정부여당 6명, 야당 3명을 각각 추천하는 것이 관례인데 자유한국당이 2명을 추천하겠다고 주장하면서 꼬일 대로 꼬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합뉴스)

방통심의위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 18조에 따라 대통령이 3명, 국회의장이 3명,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3명을 추천해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 중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몫은 교섭단체가 논의하게 추천하게 돼 있는데, 관례상 국회의장 1명, 여당 1명, 야당 1명을 추천해왔다. 과방위 추천 몫은 여당 1명, 야당 2명을 추천하는 게 지금까지의 관례다.

여야는 관례에 따라 우상호 원내대표 시절 국회의장 몫에서 정세균 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바른정당이 각각 1명 씩 방통심의위원을 추천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지난 6월 공모를 진행해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과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을, 정세균 의장은 허미숙 전 CBS TV본부장을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자유한국당이 자신들이 2명의 위원을 추천하겠다고 나서면서 발생했다. 자유한국당이 다당제 구조의 특수성과 협치를 이유로 위원 1명 추가 추천을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럴 경우 국민의당이 추천 몫을 잃거나 야당이 4명을 추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 7월 문재인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에 대한 여야 논의과정에서 방통심의위 구성 문제도 거론됐다. 복수의 여야 관계자들은 추경 협상 과정에서, 조건 중 하나로 방통심의위원 추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게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유한국당이 과방위 추천 몫의 2명을 추천하고 국민의당이 국회의장 몫 하나를 가져가 여5 대 야4 구조를 만드는 방안이 검토됐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방통심의위 구성의 관행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문재인 정부의 첫 추경안이 대폭 칼질되면서 관련 논의도 함께 중단됐다. 지난 6일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본회의 과정에서 논의되다가 현재는 중단된 상태"라면서 "논의 역시 전체가 아닌 개별적으로 의견이 오고 간 것으로 안다. 현재는 진전된 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우원식 원내대표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논의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에서 자신들이 2명을 추천하겠다는 요청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말이 되지 않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우 원내대표는 "방통심의위 6대3 구조는 정부에서 3명, 국회에서 여야가 3대3을 맞추는 구조"라면서 "자유한국당의 요구는 지금까지 해온 방통심의위의 정신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이 2명을 추천하게 되면 국민의당이 추천 몫을 잃게 되는 상황도 발생한다"면서 "자유한국당에 한 명 추천 몫을 국민의당에 양보하라고 설득하고 있는데, 이를 거부하면서 논의가 교착된 상태"라고 상황을 전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하더라도, 정세균 의장의 동의 없이는 자유한국당의 요구대로 5대4 구조가 이뤄질 수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장 몫에 대한 부분은 이미 우상호 원내대표 시절 협상을 통해 확정됐고, 정세균 의장은 이에 따라 모든 추천 절차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회의장 추천 몫 배분은 올해 초 우상호 원내대표 시절에 정리된 문제였고, 이미 정 의장 추천 몫은 방통위로 명단이 넘어간 상태"라면서 "정세균 의장의 철회가 없는 한 국회의장 몫에서는 조정할 여지가 없다. 자유한국당이 2명 추천을 주장하는 부분은 과방위에서 국민의당과 해결을 볼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관련 논의 자체가 당 차원에서의 협상이었을 뿐, 정세균 의장과 공식적인 논의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상임위에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협상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는 있지만, 따로 의장 몫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요청이나 논의는 들어온 것이 없다"면서 "여야가 논의하다가 얘기가 나왔을 지는 모르겠으나, 의장실에 공식적으로 제기되거나 논의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결국 자유한국당의 생떼에도 방통심의위 구성은 관례대로 6대3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통령 몫으로 위원장 강상현 교수, 국회의장 몫으로 허미숙 전 본부장(정세균 의장 추천), 심영섭 이사(민주당 추천), 표양호 전 청와대 비서관(바른정당 추천), 과방위 몫으로 윤정주 소장(민주당 추천), 전광삼 전 춘추관장(자유한국당 추천)이 내정된 상태다. 대통령 추천 몫 2명과 과방위 야당 몫 1명이 정해지면 방통심의위 구성은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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