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및 17개 지부 조합원 2000여명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앞 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승리를 다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에 따르면 4일 오전 0시부터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의 조합원 수는 2천명을 넘어섰다. 30년 전인 1987년 12월9일 방송사 최초로 MBC가 노동조합을 창립한 이후 다시 최전성기를 맞은 것이다. 이들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부역했던 경영진·지역 사장 등을 몰아내는 것뿐 아니라 공영방송의 독립을 바로세우기 위해 법·제도를 마련하는 투쟁까지 이어가겠단 계획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연국 MBC본부장이 4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앞 광장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공)

언론노조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은 이날 출정식에서 “오늘 저는 2천여 명의 조합원을 대표해 노동조합은 헌법과 법률이 방송직 종사자들에게 부여한 언론자유와 방송 독립이란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노동조합의 가장 강고한 수단인 총파업에 돌입함을 엄중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번 파업의 목표를 ▲김장겸 사장 및 언론부역자들의 퇴진 ▲편성·방송의 독립·자율성을 회복할 법·제도 마련 ▲MBC 서울과 18개 지역사와의 수평적 네트워크 복원 등이라고 말했다.

이날 출정식에는 언론노조 MBC본부 서울지부를 포함한 전국 18개 지역지부 조합원들이 모였다. 최헌영 춘천 지부장은 “‘낙하산’ 송재우 사장 퇴진운동에 돌입한지 137일을 맞이했다. 150일 되기 전에 송 사장을 끌어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고, 130일째 이진숙 사장 퇴진 운동 중인 이한신 대전 지부장은 “이진숙 사장이 대전에 와서 중동 방송하겠다고 해서 대전MBC를 조롱거리로 만들었다”며 “지금 야구로 치자면 저희가 이기고 있고 9회말 2아웃 상황이다. 방심하지 말고 끝까지 이길 때까지 싸우자”고 말했다.

도건협 언론노조 MBC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지난 2012년 사상 최장기 170일 파업 이후 5년이 지났다. 기나긴 어둠이 있었지만 우리 다 함께 버텨냈다. 여기에 모인 2천명의 조합원들이 자랑스럽다”면서 “이번 싸움은 김장겸을 몰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치욕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끝장 투쟁하자”고 촉구했다. 이어 “서울에서 지역으로 내려 보낸 낙하산 사장들이 새롭게 재건될 MBC에 있을 자리는 없다”며 “김장겸 퇴진과 함께 낙하산 지역 사장까지 몰아내자”고 강조했다.

이날 총파업 출정식에는 지난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해직돼 5년째 MBC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박성제·박성호·정영하·최승호 등 해직자 4인도 참석했다. 박성제 해직기자는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 당시 추운 겨울 거리에 나와 대통령을 물러가라고 외쳤던 국민들을 본받아 싸우면 우리 싸움은 금방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복직된 YTN해직자들을 언급하며 “김장겸 사장이 퇴진하는 날, 해직자 6명이 여러분들과 함께 어깨를 걸고 회사 정문으로 출근하겠다”고 말했다.

박성호 해직기자는 ‘세계를 향해 펼친 네트워크’로 시작되는 MBC의 사가를 언급했다. 그는 “다른 방송이 MBC를 따라올 수 없는 이유는 하나는 네트워크 시스템”이라며 “MBC는 지역주민, 도민과 시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영방송 MBC 전국 네트워크가 해야 할 일”이라며 “MBC는 하나라는 생각으로 우리의 진정한 일터를 되찾자”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4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앞 광장에서 주최한 '총파업' 출정식에 참석한 조합원들의 모습.(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공)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쳤단 이유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은 김민식 PD는 “만약 1년 전 어느 날 전국에 모인 2천명의 조합원들이 파업 출정식을 갖는 예지몽을 꿨다면 어땠을까. 아마 ‘별 개꿈을 다 꿨네’라고 했을 것”이라며 “1년 전 꿈에서도 꾸지 못한 장면을 우리는 함께 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승리했다. 누구도 꿈꾸지 못한 상황을 우리가 만들어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김 PD는 “언젠가는 2천명의 조합원과 함께 상암MBC에서 이걸 외쳐보고 싶었다”며 “김장겸은 물러나라”고 외쳤다.

한편, 이날부터 평일 오후 7시55분 시작하는 <뉴스데스크>의 방송시간이 기존 50분에서 40분으로 줄어든다. 평소 약 25꼭지가 보도됐다면 이날부터는 20꼭지 정도만 나가는 셈이다. 주말 방송시간도 기존 40분에서 30분으로 축소된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매주 토요일 저녁 방송하는 간판 예능 <무한도전>도 이번 주 '스페셜 방송'이 예정돼 있다. 라디오국은 이미 지난주부터 FM4U의 정규 프로그램이 대부분 결방했으며, 표준FM 역시 음악만 송출하는 등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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