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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복불복의 진화, 인간은 상황을 이길 수 없다[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0.03.22 08:58

   
 

1박2일 통영편은 한마디로 놀라운 반전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복불복의 진화 그리고 유쾌통쾌한 반전이 도처에 숨겨져 있어서 누군가 1박2일이 시청자와의 심리싸움이라고 평한 말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1박2일 팀이 찾아간 곳은 통영의 욕지도. 통영이 미항(美港)이라면 욕지도는 먹을거리가 풍부한 미항(味港)이라고 한다. 또한 국내에서는 유일한 참다랑어(참치) 가두리 양식장까지 있는데, 이는 중반 복불복 반전의 결과로 제공되는 볼거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욕지도로 향하는 배 안에서 첫 번째 복불복이 제안됐다. 나만 아니면 된다면서 요행이 아닌  자신의 벌칙을 감수하고 푸짐한 충무김밥을 앞에 놓고 선택하는 것이었다. 먹으면 고등어 잡이 배를 타야 하는 것이고 먹지 않으면 편하게 욕지도 관광을 하는 것이다.

결과는 잔머리로 선을 넘지 않고 김밥만 건져오려던 이수근을 강호동이 놓아버려서 제일 먼저 벌칙을 감수하고 일단 맛난 충무김밥을 실컷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버라이어티 정신을 줄곧 외쳐오던 1박 2일 멤버들도 배 멀미의 지긋지긋한 고통을 익히 알고 있는 터라 쉽게 선을 넘지는 못했다. 그러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 멀미는 나중 일이고 당장 허기와 미각의 유혹이 훨씬 더 컸다.

   
 

그렇게 강호동과 멀미에 강한 엠씨몽이 차례로 선을 넘었다. 그렇다면 이미 나머지 4명은 단지 시간문제였다. 2009년 EBS에서 <인간의 두 얼굴>이라는 심리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었다. 거기서 3의 법칙이라는 용어가 나왔는데, 3명만 상황을 만들면 쉽게 집단을 움직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다큐에서 궁극적으로 밝힌 내용은 인간은 상황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인데, 이수근, 김C 그리고 강호동 등 세 명의 선택으로 이미 나머지 네 명은 넘어온 것이나 다름없었고 결과 역시 그렇게 됐다.

첫 번째 세 명은 유혹을 이기지 못했고, 나머지 네 명은 끝까지 버티다가 유혹과 함께 상황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욕지도에 도착한 1박 팀은 결정된 것을 뒤집기 위한 더 강력한 복불복 제안을 하게 된다. 약간의 눈치 보기는 있었지만 이번 역시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이었다. 일곱 명 중 먼저 바닷물에 입수한 네 명은 휴식을, 나머지는 고등어 잡이 배를 타야 하는 것이었다.

어쩐 일인지 네 명이 모두 들어간 후에 제작진은 인심을 써 한 명 더 입수를 허용했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까지 망설이던 김종민의 입수까지 마치고 남은 사람은 이수근과 은지원. 충무김밥 복불복은 달콤한 유혹을 견디는 것이었다면 이번 복불복은 고통을 견디는 것이었다. 선택의 재료는 달랐지만 어쨌거나 두 가지 모두 자신이 선택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고민 없는 그러나 종전의 복불복의 재미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또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섯 명의 달콤한 휴식을 뒤로 하고 배를 타기 위해 부두로 이동한 이수근, 은지원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벌칙이 아니라 오히려 상이었다. 정말 빵 터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복불복의 결과를 뒤집는 식스센스급의 반전이었다. 바람이 거칠고 파도가 높았지만 배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은 불과 8분 남짓. 게다가 고등어를 잡는 것도 그저 뜰채를 이용하면 그만이었다. 게다가 국내 유일의 참다랑어 양식장이 바로 옆에 있어서 원양어선을 타지 않고는 볼 수 없는 살아있는 참다랑어를 견학할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은 제작진의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이수근과 은지원 그리고 시청자 모두를 유쾌하게 속인 신명나는 반전이었다. 지는 것이 꼭 지는 것은 아니라는 통념의 파괴는 대단히 신선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미항(味港) 욕지도의 진미를 놓고 벌이는 99초 게임에도 이 인간의 심리에 도전하는 관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양발 제기차기 등 5가지 게임을 끝내고 마지막에 피디와 지는 가위바위보를 통해 최종 승부를 결정짓게 되는데, 상대가 먼저 내고 그것을 미리 본 이승기가 지는 패를 내는 것이다.

   
 

보통 시간차를 이용하는 것은 비겁한 방법인데, 이것이 게임의 룰이었다. 누구나 당연히 이승기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이 함정이었다. 가위바위보라는 게임의 원칙은 이기는 것이다. 게다가 상대방이 먼저 패를 보여주니 이기건 지건 당연히 나중에 하는 사람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져야 이기는 것이 문제였다. 지는 씨름과 달리 순간적인 판단과 운동신경이 발휘되어야 하는데, 역시 조건반사를 이겨내진 못했다.

1박2일 통영편은 대단히 흥미로운 인간 심리탐구였다. 다큐였다면 관심은 높아도 조금은 지루함을 참으며 봤어야 할 내용을 웃으며서 즐길 수 있었던 요절복통의 리포트였다. 개인적으로 폭설로 인해 설경 다큐멘터리가 눈을 즐겁게 해주었던 명작이었다면, 욕지도 편은 두뇌를 자극한 대단히 지적인 수작이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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