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MBC본부가 4일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인 가운데,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성공 소식에 KBS·MBC 경영진이 기자들의 업무복귀를 촉구했다. 하지만 KBS·MBC 기자들은 ‘공영방송의 정상화’ 역시 시급한 상황이라며 거부했다.

MBC 김장겸 사장(왼쪽)과 KBS 고대영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 날 축하연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노조원들의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KBS는 3일 '파업 복귀 호소문'을 통해 "파업에 참여중인 직원들은 즉각 업무에 복귀하라"며 "재난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할 엄중한 책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단체협약 제102조(비상시 조치)에 명시된 "쟁위행위 중이라도 전시, 사변, 천재지변 기타 이에 준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쟁의행위를 일시 중단하고 비상방송 등 사태 해결에 적극 협조한다"는 조항을 언급하며 업무복귀를 주장하고 있다.

KBS는 "국가기간방송사의 공영방송인으로서의 책무를 다시 한 번 상기하고 국민을 위해 업무에 즉시 복귀해주기를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노동조합과 직능단체 그리고 직원 여러분께 당부한다"고 거듭 밝혔다.

고대영 KBS사장은 오는 9일부터 개최되는 2017년도 세계공영방송 루마니아 총회에 2018년도 세계공영방송 총회(PBI) 주최국 대표 자격으로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취소했다. 홍기섭 보도본부장도 별도 호소문을 통해 안보 위기 상황에 따른 보도 업무 정상화의 긴급성을 설명하고 기자들의 조속한 업무복귀를 호소했다.

▲2016년 12월8일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마치고 새누리당 당사로 행진하는 KBS 양대 노조 조합원들 모습(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 기자협회·전국기자협회·전국촬영기자협회는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계기로 사측이 업무 복귀를 종용하고 있지만 이를 단호하게 거부한다"며 "KBS 뉴스 정상화의 유일한 길은 고대영 퇴진"이라고 맞섰다. 이어 "KBS 기자들은 고 사장이 지금 퇴진할 경우, 제작거부 중인 530명의 전원이 사무실과 현장으로 나가 곧바로 이번 사태에 대한 24시간 특보 체제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정환 MBC 보도본부장은 직원들에게 긴급메시지를 보내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고 미국이 실력행사에 들어갈 수도 있는 급박한 국가적 위기”라며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사 MBC가 위기 극복의 지혜를 찾고 국력을 모으는데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지금은 파업으로 방송을 파행시킬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가 서울 상암동 MBC 앞 광장에서 ‘김장겸·고영주 퇴진행동, MBC 선언의 날’ 집회를 개최한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공

언론노조 KBS·MBC본부는 각각 내일(4일) 오후 총파업 출정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KBS본부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KBS사옥 앞에서 출정식을 갖고, MBC본부는 오후 2시 상암동 MBC광장에서 출정식을 갖는다.

언론노조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총력 투쟁의 목표는 1차적으로 공영방송 KBS · MBC의 정상화이며,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 언론의 총체적 개혁”이라며 “언론노조는 1만 2,600 조합원들의 힘을 모아 1,700만 촛불시민의 언론 개혁 명령을 완수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는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KBS · MBC의 총파업 돌입으로 국민 여러분의 방송에 불편을 끼쳐드리게 돼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어 “반드시 언론 정상화를 위한 싸움에서 승리해 ‘국민의 언론’, ‘언론다운 언론’을 국민의 품에 안겨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KBS·MBC 총파업이 예고되면서 뉴스를 비롯한 시사·예능 프로그램들이 대거 결방되거나 편성 시간이 변경됐다.

KBS의 경우, 4일 오전 <5시 뉴스>와 <930 뉴스>가 결방하고, 정오에 방송하던 <뉴스12>와 오후 5시 <뉴스5>는 20~30분씩 줄여 보도한다. 메인뉴스인 <뉴스9>는 20분 줄여 40분만 방송할 예정이며 오후 11시 <뉴스라인> 대신 <KBS 뉴스>를 마감뉴스 형태로 송출한다.

주요 시사 프로그램인 <시청자 칼럼 우리 사는 세상>(7일), <천상의 컬렉션>(9일),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9일), <우리들의 공교시2>(10일), <역사저널 그날>(10일), <취재파일K>(10일) 등도 줄줄이 결방하게 됐다. 2TV 역시 매일 오전 8시 방송하는 <아침뉴스타임>이 결방하고, 시사 프로그램인 <추적 60분>(6일), <세상의 모든 다큐>(10일) 등도 결방이 예고됐다.

MBC는 <무한도전>, <나 혼자 산다>, <라디오 스타> 등 간판 예능 프로그램들이 4일 이후 녹화분 상태에 따라 1주일 정도의 시차를 두고 결방될 가능성이 높다. 3일 MBC 주간편성표에 따르면 <나 혼자 산다>와 <무한도전>은 스페셜 방송이 예고되어 있다. MBC라디오는 지난주부터 라디오PD의 제작거부로 FM4U의 정규 프로그램이 대부분 결방했으며, 드라마 역시 메인 연출자들까지 파업에 참여함에 따라 방송이 불투명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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