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MBC <무한도전>, 유재석의 '길거리 토크쇼 잠깐만'은 잠깐 동안의 방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재미있었다. 물론 길거리를 지나가는 누구와 대화해도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국민MC 유재석이니 가능한 기획이었다.

그런데 <무한도전> 멤버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특집 '무도의 밤' 일환으로 진행된 '길거리 토크쇼 잠깐만'은 놀랍게도 유재석의 메인 아이템이 아니었다. 진짜는 따로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재석의 메인 아이템은 다음 주에 볼 수 없다. 9월 4일부터 MBC 전체가 총파업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MBC 김장겸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방송 진흥 유공 포상 수여식에 참석하며 노조의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호 PD가 이끄는 <무한도전>은 애초 파업 참여를 결정짓고, 총파업 전 9월 2일 방영분만 정상 방송하기로 시청자들과 약속하였다. 지난 2012년 파업으로 인한 6개월의 공백도 참아낸 <무한도전> 시청자들인 만큼, 당연히 파업 참여로 인한 결방은 이해하고 기다려줄 수 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부디, ‘MBC 정상화’라는 소기의 성과를 얻어내고 시청자들의 곁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도 5년 전과 달리 MBC를 둘러싼 주변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에 MBC 또한 곧 정상으로 돌아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문제는 여전히 버티고 있는 '공범자들'이다. 지난 1일 방송의 날 기념행사가 끝나자 취재진들이 김장겸 사장에게 MBC 총파업 관련 질문을 시도했지만 김 사장은 침묵한 채 비상출입구를 이용해 빠져나갔다. 그렇게 행사장 밖으로 도망가는 김장겸 MBC 사장을 보고 있으니, 요즘 왜 그리도 영화, 드라마, 예능이 재미없게 느껴지는지 알 것 같다.

그래도 <무한도전> 유재석의 '길거리 토크쇼 잠깐만'에 등장한 시민들은 보기만 해도 정겹고 즐거웠다. 공영방송을 망치고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뻔뻔하게 버티고 있다가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은 누구와 달리, 자신이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시민들은 유재석과의 토크에 있어서도 머리를 굴리거나 재는 법이 없다. 사전 준비 없이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한다는 것이 무리수임을 알면서도 유재석이 거리에 나선 건, 기존 토크쇼에서는 볼 수 없는 생경함에서 오는 순수한 재미를 보여주고자 함이 컸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유재석의 '길거리 토크쇼 잠깐만'

MBC는 1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 발부를 언론 탄압으로 규정하며, 김 사장이 구속되더라도 방송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맞서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한편 같은 날, 비슷한 시간 전주MBC 뉴스데스크에서는 9월 4일 있을 총파업 소식을 알리며, 공영방송 정상화 의지를 강조하는 앵커 멘트가 나와 네티즌들의 눈길을 끈 바 있다.

과연 MBC가 언론 탄압, 방송의 독립을 운운할 자격이 있을까. '방송의 독립'이라는 단어는 지난 10년의 세월 동안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MBC 안팎에서 싸우던 양심 있는 언론인들이나 쓸 수 있는 말이다.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무한도전>는 지난 2012년에 이어 다시 한번 무기한 결방을 택했다. 부디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된 MBC에서 유재석이 '무도의 밤'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메인 아이템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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