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MBC<리얼스토리 눈>의 배우 송선미 씨 남편 빈소 ‘몰카 촬영’ 방송이 논란이 일고 있지만 프로그램 최종 책임자인 담당 CP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독립 PD들은 MBC측에 담당 PD들을 징계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MBC<리얼스토리 눈>은 지난 23일 방송에서 배우 송선미 씨 남편의 사망사건을 다루면서 빈소 현장을 ‘몰래 카메라’로 촬영해 24일 방송에 내보냈다. 앞서 유족과 송 씨의 소속사는 보도 자제를 요청했고 이에 타 언론매체들이 영상카메라를 일괄 철수했음에도 <리얼스토리 눈> 제작진은 이를 강행한 것이다. 이에 온라인 등에서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불거졌다.

이에 한국독립PD협회는 1일 오전 11시 서울 상암동 MBC사옥 정문 앞에서 ‘<리얼스토리 눈> CP의 갑질에 대한 항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방송의 책임프로듀서인 이모 CP가 프로그램의 선정성을 높이기 위해 독립PD·작가 등에게 폭언·폭설을 가해 압박했기 때문이 이같은 방송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발언들이 나왔다.

한국독립PD협회는 1일 오전 11시 서울 상암동 MBC사옥 정문 앞에서 ‘<리얼스토리 눈> CP의 갑질에 대한 항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국독립PD협회는 이날 성명에서 “송 씨와 유가족에게 죄스러운 마음을 전한다”면서 “유가족의 요청을 묵살한 채 몰래 카메라로 촬영, 방송함으로써 방송윤리를 저해했다”고 사과했다. 이어 “이모 CP는 제작진 간의 시청률 경쟁을 가중시키고 방송윤리나 출연자의 권익 보호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독립PD협회는 “제작진들은 방송윤리보다는 외주사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드는 CP의 왜곡된 잣대에 길들여졌고, 담당 CP는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독립PD들에게 전가하고 본인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뗀다”면서 “이번 CP는 이번 <리얼스토리 눈> 사태에 대해서도 독립PD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송규학 독립PD협회장은 이 CP에 대해 “CP는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들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임에도 공은 자신이 챙기고 과는 말단 제작팀에게 넘기는 몰상식·몰지각한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독립과 방송사 PD를 나누기 전에, 다 같은 PD이고 방송을 위해 종사하는 방송인”이라며 “PD라는 이름이 욕되지 않게 불공정 관행·갑질을 개선하고, MBC측은 이 CP를 어떤 식으로든 징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차기 한국PD연합회장에 당선된 송일준 MBC PD연합회장은 “이번 사태는 MBC가 김재철에서 김장겸 체제로 이어지는 사이 자정능력을 상실했다는 증거다. 과거에는 담당자에 책임을 묻고 재발하지 않도록 자정하는 기능이 있었지만, 이젠 그마저 상실됐다”며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송 회장은 “9월 4일 예정된 ‘총파업’ 이후 ‘MBC정상화’를 이뤄내, MBC 내의 잘못된 갑질 행태에 대한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현재 독립PD들은 위험한 취재현장에 나가고 선정적인 아이템에 대해 비윤리적 취재 관행을 강요받는 상황”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인권교육 및 구체적인 제작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 의원은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이 부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촉구하고, 국정감사 때도 문제제기해 실질적 개선 방향이 나올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MBC<리얼스토리 눈>

앞서 지난 2016년 <리얼스토리 눈>의 이 CP는 교정시설 재소자에 대한 무리한 취재를 지시했고, 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독립PD들은 기소되고 유죄 판결까지 받았지만 CP와 MBC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독립PD들을 방조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독립PD들은 CP의 눈 밖에 나면 프로그램의 제작에서 배제될 것이란 불안감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 독립PD협회는 이날 해당 사건에 대해서도 MBC측에 “제작PD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을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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