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박영상)가 지난달 22일 에리카김 인터뷰를 내보낸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대해 '주의' 결정을 내렸다. '주의'는 사과방송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재허가 심사 때 1점을 감점하는 조치다.

제17대 대통령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이날 오후 회의에서 <손석희의 시선집중> 김호경 책임프로듀서를 출석시켜 기획의도를 듣는 등 격론 끝에 이 같이 결정했다.

▲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홈페이지.
위원들은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5조(공정성), 7조(객관성), 9조(시사정보프로그램)와 방송심의규정 11조(재판 중인 사건), 23조(범죄사건 보도) 등의 위반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였으나 표결 결과 '주의' 4표, '문제없음' 3표로 주의로 결론 났다. 일부 위원은 처음에는 '경고' 의견을 냈지만 결국 '주의'로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MBC노조 "전형적인 정치권 눈치보기"

이에 대해 MBC 노조 등 언론현업단체와 시민단체에서는 '이명박 후보 눈치보기'가 벌써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박성제·MBC노조)는 이날 결과가 나온 직후 성명을 내고 "안 그래도 한나라당의 MBC 탄압이 시민사회와 언론계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는데, 이런 결정이 나온 것은 전형적인 정치권 눈치 보기"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MBC 노조는 "에리카김 인터뷰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둘러싼 의혹을 제대로 조명하기 위한 필수적인 취재·보도행위였으며 한나라당에도 똑같은 분량으로 반론 기회를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MBC 노조는 "문제는 위원회가 전문성도 없이 정치세력들의 당파적 이해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정파적 충돌이 가장 극심한 선거 시기에 당파적 이해에 휘둘려 방송사들의 보도에만 재갈을 물리고 규제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위원회 해체'를 주장했다.

공석 중이던 위원장에 박영상 교수 선출

이날 회의에는 박영상 위원장이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불참해 모두 7명의 위원들이 참석했다.

현재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박영상 한양대 신문방송정보사회학부 교수(추천기관 방송위원회), 성유보 케이블TV방송협회 윤리위원장(대통합민주신당),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상임대표(한국기자협회), 남선현 방송협회 사무총장(방송협회), 박선영 국가청렴위원회 위원(공영방송발전을위한시민연대), 손태규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한나라당), 윤상일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대한변호사협회),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방송학회) 등 모두 8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민남 전 위원장(동아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추천기관 방송위원회)는 지난달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사퇴했다. 방송위원회는 운영의 효율성이나 법률적 측면 등을 고려할 때 결원을 채우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해 보궐위원을 추천하지 않기로 했다.

한편,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이날 심의안건 처리에 앞서 박영상 부위원장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선거방송심의위 한 위원은 "위원장을 뽑는 데만 45분이 걸리는 등 3시간여 동안 격론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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