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정권동안 PD의 자존심은 철저하게 짓밟혔고 PD의 DNA가 무엇인지 잊어버렸다. 우리는 오늘 방송을 멈춘다"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PD협회가 30일 오전 7시를 기해 제작거부에 돌입하고 '제작거부 출정식'을 가졌다. KBS 류지열 PD협회장은 "타협은 타협을 낳을 수밖에 없다. 타협은 없다. 중간지대는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30일 KBS PD협회는 오전7시를 기해 제작거부에 돌입하고 오후 2시 KBS 신관에서 '제작거부 출정식'을 가졌다

앞서 29일 저녁 6시 보직간부(팀장)PD 89명이 보직사퇴를 선언한 데 이어 30일 KBS PD 586명이 제작거부를 선언했다. 이로써 총 674명의 KBS PD들이 제작거부에 동참했다. <추적60분>, <다큐3일> 등 외주제작사가 제작하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제외한 KBS 프로그램 다수가 방송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KBS PD협회는 "방송을 멈춰 방송을 구하겠다"고 제작거부 의지를 밝혔다. PD협회는 결의문을 통해 "지금부터 KBS를 완전히 새롭게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PD협회는 "지난 9년간 경영진은 '받아적는 PD가 되어라', '질문하지 않는 언론이 되어라', '정의에 눈감는 공영방송이 되어라' 요구했다"며 "끈질기게 저항했지만 탄압은 거세졌고 우리는 패배주의와 무력감에 오염되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제는 그 모든 구체제를 청산하려 한다"며 "우리 안에 남아있는 썩은 피까지 모두 토해내 완전히 새로운 KBS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아직 제작거부를 망설이는 PD를 향해 "구체제의 순장조가 되지말라"며 "새로운 KBS를 만드는 일에 방해가 된다면 가차없이 부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PD연합회 오기현 회장은 "공영방송 PD들의 제작거부투쟁은 이제 방송적폐 청산을 향한 거대한 물결이 됐다"며 "굴종을 넘어 일어선 공영방송의 PD들의 분노는 적폐세력들을 이 땅의 방송계에서 쓸어버리고 공영방송의 새로운 터전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부(팀장)PD를 대표해 발언한 김형준 PD는 "박근혜가 쫓겨났는데 왜 우리 후배들이 길바닥을 또 헤매야 하는가 싶어 너무 짜증이 났다"고 밝혔다. 김 PD는"지난 9년 동안 너무 많은 제작거부와 파업을 하면서 제 또래 팀장·부장들은 파업에 대해 전문가가 됐다"며 "보통 파업 2주차 때 팀장급 파업이 이어지는데 이번에는 파업 시작 전부터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라디오 생방송에 참여하지 않고 출정식에 참여한 윤성현 PD는 "라디오 PD로 일하며 무력감과 자괴감이 들었다"며 심정을 토로했다. 윤 PD는 "단 기간에 높은 청취율을 기록한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인기요인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가감없이 직격 인터뷰 했기 때문"이라며 "그런 와중에 KBS 라디오는 간판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를 전부 교체했다"고 밝혔다. 또한 "사측은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파업은 불법이라고 한다"면서 "자유롭게 토론하고 비판할 자유야말로 필수불가결한 노동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KBS 경영진은 제작거부 중인 직원들을 향해 업무 복귀 명령을 내렸다. 경영진은 "취업규칙 제4조에 따라 제작거부를 중단하고 8월 31일 9시까지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령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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