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서울고등법원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국정원법,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4년,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로 원 전 원장은 재구속됐다. 또한 원 전 원장은 이번 선고와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의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 재수사에서 새로운 혐의에 따른 추가기소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오른쪽). (연합뉴스)

30일 오후 열린 원세훈 전 원장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117개 계정 전부를 사이버팀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인정했고, 따라서 찬반클릭(정치 1214회, 선거 1057회) 및 게시글, 댓글 작성(정치 2124회, 선거 114회)을 모두 국정원 사이버팀 직원들에 의한 것으로 봤다. 또 트위터 391개의 계정으로 29만5636회의 트위터 활동으로 국정원 사이버팀 직원들이 정치활동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세훈 국정원의 활동에 대해 "특정 정당의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게시글 등에 객관적 내용상 정당 또는 정치인을 직접 지지하는 취지가 명백한 경우에는 정치관여에 해당된다"면서 "현직 대통령 지지 옹호 내용과 그 내용의 사이버 활동은 특정 정치인인 대통령 등 여당 지지행위로 정치 관여행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교육감 관련 글은 교육감이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2016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치관여에서 제외했다. 따라서 찬반클릭 1200회, 댓글 2027회가 국정원의 정치관여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원세훈 전 원장의 선거개입과 관련 "선거운동 범위에 해당하는 박근혜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 문재인, 이정희, 안철수 후보를 반대·비방하는 게 대부분"이라면서 "18대 대선 당시 인터넷과 SNS 선거운동이 주된 수단이었으므로, 선거운동이라는 인식을 할 수 있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명시 지시를 한 사실은 확인이 안 되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라 공모공동정범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인 범행에 대한 공동가공의 의사와 기능적 행위지배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조직 정점에서 이 활동을 지시하고 범행 실행을 주도했다"면서 "부서장 회의 발언은 북한과 추종세력에 대응하라는 것을 넘어선다. 피고인은 이를 반대하는 세력은 공박하도록 강력히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30년 이상 공직에 근무한 공직자가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나아가 피고인은 부서장 회의를 통해 여론을 정상화하라고 말하는 등 여론 형성과정에 개입하라는 지시까지 했다. 피고인 행위는 위법성이 매우크다. 이에 따른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4년 및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다.

원세훈 전 원장은 이번 판결 이후에도 추가 기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사이버외곽팀이란 이름으로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했던 정황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원세훈 국정원은 30개팀 3500개의 아이디로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했고, 댓글부대에 국정원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인건비를 지급했다.

검찰은 국정원의 여론조작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럴 경우 원세훈 전 원장은 공권력을 오남용한 직권남용죄와 함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임의로 사용한 혐의로 횡령·배임죄로 추가기소될 가능성이 있다.

이민석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국정원법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기소가 불가능하고, 직권남용의 경우 적용할 수는 있지만 애매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정원 예산을 댓글 조작을 하는 데 사용한 혐의로 업무상 횡령과 배임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