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그라운드에 복귀한다.

내년 메이저리그 복귀를 위해 오는 10월에 개막하는 도미니카 윈터리그에 참가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도미니카공화국 아길라스 시바에냐스 구단은 30일(한국시간) 공식 트위터를 통해 강정호와 2017-2018시즌 윈터리그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길라스 구단은 강정호에 대해 “한국에서 9시즌을 뛰며 통산 타율 2할9푼8리 916안타 139홈런 545타점을 기록했다. 올스타 5번에 골든글러브도 4번 받았다. 2015~2016년 피츠버그에서 229경기 타율 2할7푼3리, 출루율 3할5푼5리, 장타율 4할8푼3리, OPS .838 202안타 36홈런 120타점을 기록했다”고 상세히 소개했다.

강정호 영입 사실을 전하는 도미니카공화국 아길라스 시바에냐스 구단 트위터 [아길라스 시바에냐스 구단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또한 강정호가 지난 2015년 4월 9일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올해로 30세이며 6피트(183cm) 210파운드(95kg)에 우투우타'라는 설명과 함께 그의 포지션을 3루수·유격수로 분류했다.

지난해 12월 혈중 알코올농도 0.085%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서울 삼성역 사거리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박은 후 달아났던 강정호는 지난 3월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았다. 조사 과정 중 강정호는 이번 사고가 세 번째 음주운전이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검찰은 강정호에 대해 벌금 1500만 원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음주운전으로 벌써 두 번을 처벌받았는데도 또 다시 음주운전을 했다"며 "그런데 또 음주운전을 했다는 것은 벌금형이 더 이상 처벌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검찰의 구형을 인정하지 않고 징역형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도 1심 판결은 유지됐다.

"원심의 징역형이 유지되면 비자 발급이 불가능해져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없다"며 감형을 요청한 강정호 측의 항소에 대해 항소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김종문 부장판사)는 지난 5월 18일 "야구 경기에서도 합의 판정이 있지만 1심 판정을 원칙적으로 존중한다. 피고의 운전으로 가드레일을 들이박고 반대 차선까지 파편이 튀었다. 택시와 다른 차량을 손괴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죄질이 좋지 않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이어 "2009년 벌금 100만 원, 2011년 벌금 300만 원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음주운전을 했다. 형벌의 예방적 차원을 위해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동승자인 중학교 동창이 사고를 낸 것으로 진술했지만 블랙박스를 분석 결과 진술을 번복했다"고 거짓말을 했던 부분도 지적했다.

강정호 선수 [연합뉴스 자료 사진]

그 결과 강정호는 미국 취업 비자 발급을 받지 못해 소속팀인 피츠버그에 합류하지 못했고, 피츠버그 구단 측은 강정호의 연내 팀 합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버린 상태다. 더 나아가 내년에도 강정호 없이 시즌을 치를 가능성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강정호의 윈터리그행은 그의 메이저리그 복귀를 위해 피츠버그 구단이 내놓은 최후의 배려라고 할 수 있다.

앞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구단은 지난주 강정호의 도미니카 윈터리그 진출 계획을 밝힌 바 있어 이번 강정호의 도미니카 윈터리그 참가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강정호가 도미니카 윈터리그에 참가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이 부적절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임에 틀림없다.

특히 최근 강정호의 유소년 선수 대상 재능기부 활동 소식이 전해진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도미니카 윈터리그 참가 소식이 전해진 상황을 보고 있자니 얄팍해도 너무나 얄팍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 한 언론에 따르면 유소년 야구 재능기부와 관련, 지난 23일 경남 양산 범어3구장에서 유소년 선수 대상 재능기부 활동을 펼친 강정호는 요청에 따라 전국 곳곳에서 유소년 대상 재능기부 활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호 선수 [연합뉴스 자료 사진]

9월로 접어드는 지금 10월에 개막하는 윈터리그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최소 9월 하순에는 도미니카로 떠나야 한다. 그렇다면 강정호의 유소년 야구 재능기부는 처음부터 기껏해야 ‘한 달짜리’였던 셈이다. 그것도 재능기부가 가능한 기간이 한 달이지 실제 유소년 선수들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한 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비판한다면 강정호는 억울할까?

더 근본적으로 강정호는 지금 야구를 할 때가 아니라 알코올 중독 클리닉 같은 곳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이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을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면 과장을 약간 보태서 강정호는 음주운전이 생활화된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적발이 안 되고 사고를 안 냈을 뿐이다.

지금이야 ‘자숙’이라는 명분하에 그야말로 ‘자중’하겠지만 그 언젠가 다시 술을 마시고 핸들을 잡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고 강정호는 도미니카로 갈 것이다. 어차피 제 발로 가는 것이기에 막을 도리는 없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결코 용납되기 어려운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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