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MBC 보직간부 57명이 일괄 보직 사퇴를 선언하며 현 경영진의 사퇴를 촉구했다. 현 경영진이 MBC 조직을 분열시키고 경쟁력 위기를 초래했다는 판단에서다.

MBC 보직간부들은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 MBC 조직 분열과 경쟁력 위기를 초래한 경영진의 용퇴를 촉구한다”면서 “김장겸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용퇴를 통해 현 사태를 수습하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언론노조 MBC본부 파업 돌입 시점인 9월4일자로 일괄 보직 사퇴겠다”고 강조했다.

보직간부들은 “최근 각종 지표가 얘기하는 MBC의 경쟁력은 바닥을 치고 있고 언론사로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지는 이미 오래”라며 “2012년 파업 이후 경쟁력의 핵심인 인력은 보복인사로 사분오열했고 MBC 신뢰도의 지지기반인 주요 시사프로그램들이 폐지 또는 성격이 바뀌는 수난을 겪었다.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라는 보도 본연의 임무는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직간부들은 “경영진이 조직의 갈등을 봉합하고 통합할 의지, 떨어진 경쟁력을 끌어올릴 전략과 MBC 미래 청사진을 가지고 있는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지난 23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김 사장의 발언에 대해 “조직 통합을 위한 현실적 방법을 통해 현재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는 조금도 엿볼 수 없었고, 2012년 파업의 연장선에서 노사 관계를 바라보며 위기를 자초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반성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보직간부들은 “경영진과 함께 MBC 미래를 걱정하고 준비해야할 책임을 지닌 보직자들로서 반성한고 지금까지 경영진을 향해 제대로 얘기하지 못하고 침묵했음을 인정한다”면서 “MBC의 가치가 훼손되고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지금의 경쟁력 약화가 무엇에 기인하는지도 알면서도 ‘그래도 MBC는 지켜야 한다‘는 논리로 스스로를 방어해왔다. 기회주의자라는 안팎의 비난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보직간부들은 “2012년과 같은 극렬한 노사갈등이 재연될 경우 우리의 미래는 없다. 경영진의 자리보전을 위해 MBC가 희생될 수는 없다. 파국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는 그 책임의 중심에 있는 경영진의 결단을 요구한다”며 “용퇴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언론노조 MBC본부는 24일부터 29일까지 ‘총파업’ 찬반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한 결과, 전체 조합원 1758명 중 1682명이 투표에 참여해(투표율 95.68%) 1568명이 파업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투표 참석 인원 중 파업 찬성 비중은 93.2%에 달했다. 전체 조합원 찬성률은 89.2%에 이르러, 역대 총파업 찬성률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30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9월4일로 예상되는 총파업에 대해 “노조 역사상 가장 강도 높은 파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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