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SBS 윤세영회장이 2009년 이명박 정권시절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보도를 한 SBS기자를 따로 불러내 압박하고 부당전보한 사실이 해당기자의 증언을 통해 밝혀졌다.

SBS 방송사유화 진상조사 특별위원회(사특위)는 SBS노보를 통해 윤 회장이 4대강 비판보도를 이어가던 박수택 환경전문기자를 화장실로 불러내 40여 분 간에 걸쳐 4대강 사업 비판보도에 대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전했다.

박 기자는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와의 인터뷰에서 "SBS의 최고위 경영자가 일선 담당기자를 불러들여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왜 해서는 안 되는지, 토론하자’는 상황, 당시 이명박 정권이 언론사에 가한 간섭 압박이 얼마나 심하면 이럴까 싶은 생각에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고 토로했다.

SBS 윤세영 회장과의 면담 내용이 담긴 박수택 환경전문기자 2009년 취재수첩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당시 상황을 정리한 박수택 기자의 취재수첩에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윤 회장의 인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특위는 "기록에 의하면 윤 회장은 4대강 보 건설에 따른 수질 오염과 관련해 '물이 부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내가 볼 때는 밑의 모래를 다 준설해서…'라는 이명박의 지론을 그대로 주장한다"고 전했다.

윤 회장은 이 외에도 "4대강 사업은 문화, 역사, 역사성을 창조하는 것이다" 또는 "낙동강에 갑문만 두면 배가 들어온다는데 배가 들어와서 나쁠 게 뭐 있으며, 보를 만들면 뭐가 나쁜가?" 등 4대강 사업 찬성 논리를 펼쳤다.

또 윤 회장은"(보도할 때) 진정성, 객관성, 비판 기능은 당연한 것이나, 역사성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비판하려면 이런 것이 수반돼야 한다"며 박 기자의 4대강 비판보도를 압박했다.

박 기자는 윤 회장과의 면담이후에도 4대강 유사사업인 경인운하(아라뱃길) 사업의 경제성 조작 의혹, 재벌기업(삼성, 롯데)의 환경 관련 문제보도 등을 이어 갔다. SBS사측은 이후 환경전문기자를 폐지하고 박 기자를 논설위원실로 부당전보 처리했다.

박 기자는 "2009년 12월말 인사에서 동기생들과 달리 부국장 승진도 누락됐다"며 "인사팀 책임자에게 경위를 묻자 '상위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충성도가 중요하다', '처신이 문제다'는 발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SBS본부는 4대강 비판보도에 대한 압박과 부당전보가 윤 회장이 지배하는 태영건설의 4대강 공사 참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SBS본부가 확보한 건설업체 관급공사 수주 내역에 따르면 박 기자가 부당전보 당한 뒤 태영건설이 수주한 4대강 관련 공사는 모두 5곳으로 공사금액은 1천 억원을 넘는다.

이와 관련해 박 기자는 "SBS는 소유구조가 ‘민영-private owned’지만 전파는 국민에게 빌려 쓴다"며 "따라서 방송은 마땅히 공공선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 방송 언론이 사적 이익 추구의 도구가 되는 건 정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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