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의 연타석 장타가 끊이지 않는다. 보기에 따라서는 욕 먹을 탁구 중탕이었던 교동 2편도 역시 찬란한 호평 위에 올라탔다. 하나로서는 약할까 걱정했는지 은지원과 엠씨몽 두 섭섭형제의 머리를 시원하게 밀어버렸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삭발이 어쩌다가 예능감 폭발이 되었나.

평범한 사람이 삭발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과거 남자의 경우 두 가지 경우에 강제로 삭발을 했다. 첫째가 중학교 들어갈 때이고, 두 번째가 군대 갈 때이다. 그리고 강제는 아니지만 자발적인 삭발 역시 크게 두 가지 경우에 시도했다. 첫째는 출가할 때이고 다음은 뭔가 결연한 각오가 필요할 때이다. 이제 효경의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는 말 꺼냈다고는 곰팡내 난다고 손가락받기 십상이지만 스타일 때문에라도 삭발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특별히 개성 강한 사람이거나 콘셉트를 위한 것이 아닌 이상 일반적으로 삭발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 1박2일이 삭발을 돌파구로 삼았는지 아니 왜 그것이 필요한 상황까지 몰아갔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원인은 탁구 아니 그전에 무모한 승부에 있었다. 천재와 초딩 사이를 오가는 은지원의 예능감이 1박2일의 메인코스 복불복을 무산시킨 것이 근본 원인이었다. 죽일 놈의 탁구가 문제였다.

카메라 렌즈가 닿지 않는 곳에서 오갔을 은지원과 제작진의 논의는 알 수 없다. 논의 자체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삭발을 왜 돌파구롤 삼았을까 의문이다. 앞서 말한대로 삭발은 대단히 특별한 행동이다. 시위현장에서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최후의 수단 중 하나로 선택되는 삭발이 예능에서 희화되는 것이 서글프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은지원 일행이 스스로 극도의 고통을 선택하도록 강제하는 분위기는 없었나 궁금하다.

물론 삭발 후 못된 둘리로 변신한 은지원은 재미있었다. 아니 귀여웠다. 워낙 짧은 머리였던 은지원은 그나마 낫다고 하더라도, CF까지 들먹이고 극구 삭발을 피하고자 했던 엠씨몽의 행동이 효과를 높이기 위한 설레발이었다고 보이진 않는다. 그렇다고 그가 예능에서 극단적 선택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끌 정도로 인지도 낮은 가수도 아니다. 엠씨몽은 1박2일의 한 주의 재미와 머리카락이 다시 자랄 몇 달을 바꾼 것이다.

1박2일은 현재 시청률로나 파급력으로 보나 전체 예능 중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정상 유지를 위한 고육책이었는지 몰라도 그렇게까지 처절하지 않으면, 개인에게 잔혹하지 않으면 재미를 줄 수 없을 정도로 예능의 강도가 지나치게 세진 것같은 우려를 갖게 한다. 케릭터는 대한민국 평균이하의 콘셉트지만 그들은 매번 대한민국 최대치의 고통에 노출된다. 언제까지 이런 가학이 계속되어야 하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삭발에 재미를 느끼는 대중이 존재하는 한 언젠가 1박2일 전원이 삭발한 채로 전국을 누비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하며 실소하게 된다. 돈 받고 하는 일인데 그 정도는 별 거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1박2일의 잔혹사가 비단 그들에게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번쯤은 짚어볼 문제라는 것이다.

1박2일의 시청률은 못 나와도 30%에 가까울 정도로 전국민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그렇게 많은 시청자 중에는 예능에서 시도하는 강도 센 행동들을 정서적으로 중화시키고 곧 잊어먹을 성인들만이 아니라 초등학생까지 존재한다. 1박2일이 기본적으로 가져가는 복불복과 '나만 아니면 돼'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끼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인기라는 것은 그에 따르는 불편한 의무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웃자고 하는 많은 것들이 당하는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 되는 일들은 아주 많다. 누군가의 고통을 보고 즐거워하는 풍조가 성인도 그렇거니와 특히 청소년들에게 좋은 영향이 될 수는 없다. 그러면 예능을 뭘 가지고 하냐고 반문할 것이다. 맞다. 이 글을 쓰기 전에 꽤 오래 고민했지만 '노 페인 노 게인'이 처절하게 적용되는 것이 예능인 듯 싶다.

매주 같은 시간에 예능을 즐기는 입장에서 다큐 같은 예능을 하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위조절만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자른 머리카락은 다시 붙일 수 없지만 이쯤에서 한번은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놓고 1박2일의 속도에 대해서 점검해 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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