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KBS 기자들이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이번 KBS 기자협회의 제작거부로 KBS 1라디오 <뉴스중계탑>이 축소되고, 2라디오 아침, 정오, 저녁 <종합뉴스>가 삭제될 것으로 보인다. TV에서는 KBS 1TV<취재파일K>가 이번 주부터 결방되며 <시사기획 창>은 12일까지 방송 후 결방될 것으로 보인다. 2TV에서는 <경제타임>이 삭제되며, 오전에 진행되는 <재난방송센터 뉴스광장>에서 경인방송센터 진행부분이 삭제된다.

KBS기자협회는 제작거부의 첫 번째 목표로 '고대영 KBS 사장의 퇴진'을 꼽으면서 최종적으로 "시청자들이 신뢰하는 KBS뉴스를 복원하겠다"고 다짐했다. 28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계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KBS기자협회는 "공영방송 KBS 뉴스는 가파르게 추락을 거듭해 왔다. 공영방송의 근간인 신뢰도와 공정성이 처참하게 무너졌다"면서 "이제 많은 시민들이 KBS 뉴스를 믿지 않는다. 그 참담한 현실에 대한 자괴감은 고스란히 현장에 있는 일선 기자들의 몫이 돼 왔다"고 밝혔다.

▲28일 오전 10시 KBS기자협회의 기자회견 모습. ⓒ미디어스

KBS기자협회는 "그러나 KBS 추락의 핵심은 바로 고대영 사장에게 있다"며 KBS뉴스의 추락의 원흉으로 고대영 사장을 지목했다. KBS기자협회는 "KBS 뉴스가 추락한 지난 9년 동안 고대영 사장은 보도국장과 해설위원실장, 보도본부장 등 보도본부 내 모든 요직을 거치며 뉴스와 조직을 망가뜨렸다"면서 "그럼에도 승승장구했던 건, 정권의 입맛대로 KBS 뉴스를 재단했기 때문이다. 청산 대상인 고 사장이 최근에도 임기 보장을 위해 정권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소리가 안팎에서 들린다"고 지적했다.

KBS기자협회는 "고대영은 보도국장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와 용산 참사 보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 검증 보도에 이르기까지 KBS 저널리즘을 순식간에 조롱의 대상으로 만들었다"면서 "기자협회원 93%가 불신임했던 그가 2011년 보도본부장에 올랐을 때에는 청와대 외압설이 떠돌았고, 곧바로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의 배후로 지목받았다"고 전했다.

KBS기자협회는 "사장에 오른 뒤의 KBS 상황은 더 처참하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기는커녕 수많은 사회적 이슈들을 외면했다"면서 "최순실 게이트가 세상에 드러났는데도, 보도본부 수뇌부는 의도적으로 취재와 보도를 외면했다. KBS 사상 최악의 ‘보도 참사’로 남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KBS기자협회는 "내부 인사시스템은 완전히 망가졌다"면서 "고대영과 보도본부의 공범들은 '기자협회 정상화'란 모임을 만들어 보직을 독식하고, 기자 사회를 갈가리 찢어버렸다"고 전했다. 이어 "견고한 성벽을 만들어 그들끼리 자화자찬하고, 성 밖에서 들려오는 비판과 질책에는 완전히 귀를 닫았다"면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고, 우리 뉴스를 걱정해 비판하는 기자들에게 부당한 징계와 인사를 남발했다"고 비판했다.

KBS기자협회는 "우리 기자협회원들은 오늘 전면 제작 거부에 들어간다"면서 "1차 목표는 고대영 사장의 퇴진"이라고 강조했다. KBS기자협회는 "양심에 따라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우리의 신념과 진실에 기반한 취재를 하기 위한 당면 목표"라면서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시청자들이 신뢰하는 KBS 뉴스를 복원하는 것이다. 잠시 일터를 떠난다. 승리한 뒤 돌아올 것을 다짐한다"고 약속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KBS기자협회는 "지금 현재 KBS 제작거부에 참여할 인원은 전국 470명 정도로 예상한다"면서 "내일 대전에서 전국기자협회들과 공동출정식을 하고, 목요일에는 다른 직종과 함께 출정식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KBS기자협회는 "그동안 공정방송을 할 수 있는 KBS의 시스템이 너무나 무너졌다"면서 "이를 다시 복원해 나가는 작업은 벽돌을 새로 쌓아 새집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작거부 기간이 단순한 거부가 아닌 우리가 만들 KBS가 국민 품으로 돌아가는, 우리 스스로 반성하고 미래를 만드는 제작거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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