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 교육을 한국능률협회에서 받았는데 그쪽 이사분께 스카웃 제의를 받았어요(웃음)” MBC 김범도 아나운서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MBC 구성원들이 지난 9년 간 경영진들로부터 겪었던 고충을 무대 위에서 유쾌하고 진솔하게 털어놨다. 함께 있던 시민들은 촛불을 든 채로 울고 웃으며 “김장겸·고대영 물러가라”를 외쳤다.

25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KBS·MBC 정상화를 촉구하는 문화행사인 ‘돌마고 불금파티’가 3500여명의 시민들과 함께 성황리에 열렸다. 돌마고는 ‘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의 줄임말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MBC본부와 200여 개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은 매주 금요일 공영방송 정상화를 촉구하는 시민참여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25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돌마고 불금파티'에 복막암 투병중인 MBC 이용마 기자가 영상통화를 통해 목소리를 전했다

이날 행사 중 한 꼭지인 ‘언론적폐를 고발한다! 복면고발왕’에서는 최근 <공범자들>을 연출한 최승호 PD를 비롯해 KBS·MBC의 언론인들이 유쾌한 성토를 이어나갔다. 복면을 쓰고 각자가 겪은 고통과 사연을 전했다.

‘제주도령’으로 소개된 KBS 정연욱 기자는 지난해 청와대의 KBS 보도개입 의혹에 침묵하는 자사간부들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했다가 제주도로 부당전보를 당했다. 정 기자는 “작년 여름 사장님이 싫어하는 글을 하나 올렸는데 이틀 만에 제주도로 발령이 났다”며 제주도령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KBS에는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싸우고 있다”며 “KBS는 여러분이 수신료를 내는 유일한 방송국이다. 더는 망가지지 않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뒤이어 ‘아이스맨’으로 등장한 MBC 김범도 아나운서는 ‘MBC 최다 부서이동, 최다 저성과자’라는 자신의 타이틀을 치켜들었다. 김 아나운서는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을 관리했다”며 자신이 ‘아이스맨’인 이유를 설명했다. 과거 왕성하게 활동했던 김 아나운서는 2012년 파업에 참여한 후 아나운서국에서 쫓겨나 경인지사·신천 MBC아카데미·용인세트장·스케이트장 등으로 끊임없이 부당전보를 당했다.

김 아나운서는 “MBC 경영진이 가장 치사한 형태로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아나운서는 “청년실업이 만연한 이 때 경영진은 이 점을 이용해 계약직을 고용하고 있다”며 “이 후배들은 언론인으로서 역할이 삭제된 채 노조에 가입하지도 못하는 상태로 입사한다”고 토로했다.

‘복면고발왕’ 무대에 참석한 MBC 김민식PD는 “이 자리에 있었다면 고발왕이 됐을 사람이 있다”며 복막암 투병 중인 MBC 이용마 기자를 소개했다. 영상통화로 연결된 이 기자는 “2012년 파업 당시와 지금은 다르다”며 “지금은 김장겸 뒤를 받치고 있는 정치권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장겸 체제는 곧 무너질 거라고 본다”면서 “정치권력의 힘이 아니라 우리 힘으로 공영방송을 되찾아 오자”고 강조했다.

25일 서울청계광장에서 열린 '돌마고 불금파티'에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가족 합창단이 무대에 올랐다

4·16가족 합창단의 노래로 시작된 이날 행사에서는 세월호 유가족, 생협, 성소수자인권연대 등이 KBS·MBC 정상화에 힘을 보태겠다고 선언했다.

단원고 2학년 8반 희찬 아버지 박요섭씨는 “KBS·MBC는 방송으로도 인정하기 싫다”면서도 “하지만 제대로 된 방송을 만들기 위해 박차고 일어난 언론인을 응원하기 위해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KBS와 MBC를 바로세우지 못하면 국민의 방송, 만나면 좋은 친구는 영영 없어질 것”이라며 “공영방송이 앞으로 세월호의 진실을 알려주는 역할을 해 달라”고 지지 의사를 대신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오승재 씨는 “MBC에서 수많은 아나운서와 기자, PD등이 부당전보됐다는 소식이 가장 안타까웠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성소수자 인권을 주제로 다뤄준 〈PD수첩〉 이영백 PD의 대기발령에 분노했다”고 말했다. 이영백 PD는 부당전보 후 <PD수첩>팀에 돌아왔을 때 첫 복귀작으로 ‘성소수자 인권, 나중은 없다’를 연출했다.

오 씨는 “성소수자 인권을 다룬 PD수첩 방영분과 MBC의 현주소를 번갈아 보며 공정방송 사수가 소수자 인권 보장의 첫 걸음이자 필수 요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성소수자연대도 공영방송 정상화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9월 1일 금요일 '돌마고 불금파티'는 계속된다. 다음 주 행사는 방송의 날을 기념해 KBS·MBC 경영진이 모이는 여의도 63빌딩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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