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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버스데이, 좀 더 거친 이경규를 기대한다[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0.03.16 11:29

이경규를 원톱으로 좌우에 이수근, 박경림, 최유라, 윤종신으로 진행된 파이럿 방송 해피버스데이는 공익 버라이어티다. 한국이 세계 저출산으로 2위의 불안한 기록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해결점을 찾고, 시청자로 하여금 출산욕구를 자극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현재 한국의 출산율을 1.15명으로 이대로 진행되면 2100년이면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위기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에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잡은 듯 싶다.

목적에 다가설 수만 있다면 일밤의 단비를 뛰어넘는 가장 현실적인 공익 버라이어티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요즘 예능의 대세라고 칭송이 자자한 이수근의 서포트는 기대를 충족시킴에 부족하지 않으며, 오랜만에 예능 MC로 모습을 드러낸 박경림도 반가웠다. 게다가 이경규에 대한 아주 오랜 신뢰와 호감으로 인해 해피버스데이의 성공에 대해 기대를 걸게 된다.

   
 

그렇지만 인적 구성만 놓고 본다면 어떤 주제건 한 시간 동안 재미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은 있지만 해피버스데이의 기본목적인 출산독려에는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도 없지 않다. 해피버스데이는 분만대기 중인 병원에서 스튜디오를 꾸며놓고 아기가 태어나기 전까지 연예인들 2세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나누며 기다린다. 그러다가 아기가 태어나면 산모가 선택한 연예인 한 명이 선물을 전달하는 포맷이다.

연예인들의 2세나 가정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부부토크쇼 자기야를 통해서 어느 정도 익숙하기도 해서 조금 더 진행되면 식상해질 수 있다. 아기가 탄생하는 순간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다림'이라는 해피버스데이의 슬로건은 수긍하지만,  아기의 탄생과 임부에게 선물 주는 형식 역시 좀 더 신선한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요즘 시청자 패턴이 이미 그렇다. 세상을 울린 일밤 단비도 2회 지나고는 예능이냐 뭐냐고 따지고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파일럿 1회를 통해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어 구체적인 평가는 어렵다. 그렇지만 정규편성이 된다면 바라는 점으로 대신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한 해에 60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나야 100년 후 현재 인구수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절실한 문제로 출발한 만큼 해피버스데이가 저출산의 근본문제에 대한 시선과 고민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원장으로 설정된 이경규에게 MC들이 정부에 건의를 해달라며 이런저런 문제를 꺼내놓는데, 여전히 근본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분유, 기저귀, 탁아시설 등 단편적으로 내놓은 MC들의 제안은 모두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저출산문제가 해결될 것은 아니다.  이미 출산한 임부를 격려해서 또 낳으라는 것이 아예 임신 경험이 없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보다 좀 더 수월할 수는 있다. 그러나 과연 우리 사회가 둘째, 셋째를 강권해도 좋은가에 대한 고민은 무겁지 않게 안고 가야 할 것이다. 

또한 출산의 필요성에 매몰되어 출산을 꺼려하는 여성들의 입장을 도외시해서도 역시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병원에 터 잡고 있기 보다는 정말 아기를 갖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 속으로 파고들면 더 좋을 듯하다.

또한 어떤 설득에도 절대로 뜻을 굽히지 않은 여성들의 이유를 들어보는 것도 필요하다. 출산을 원치 않는 여성들과 이경규 특유의 거친 입담이 버무려지면 아기를 갖지 못하거나, 갖지 않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후련하게 해주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캠페인으로 해결하지 못한 저출산문제를 예능에서 다룬다면 해결까지는 아니어도 카타르시스는 주어야 할 것이다.

파일럿에 보여진 이경규는 너무 순하고 착하다. 이경규는 버럭 케릭터의 원조다. 버럭 하고 곧바로 이어지는 그의 머쓱한 미소는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친근감을 준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예능 최고 내공을 가진 그가 수위조절을 못할 리도 없다. 그렇게 이경규가 출산을 원해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염장을 지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억장을 풀어줄 수 있을 때 해피버스데이의 성공 가능성은 좀 더 높아질 것이다. 우선 정규편성부터 해결할 문제이지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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